자존심 강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붉은 원숭이의 해
올해는 원숭이 해다. 원숭이는 포유류 영장동물 중에서 사람을 뺀 총칭으로 12지 중에서 9번째, 시각으로는 신시(申時 : 15-17시), 방향은 서남서(西南西), 달로는 음력 7월에 속하는 방위신(方位神)이자 시간신이다.
글 | 이성훈 기자 


부모자식 사랑은 인간 못지않게 애틋
원숭이해에 태어나면 ‘영리하고 재주 많아’

병(丙)은 붉은 색을 의미한다. 그래서 병신년을 ‘붉은원숭이 해’라고들 한다. 
원숭이는 몸무게가 80g인 애기여우원숭이 부터 200kg이 넘는 고릴라가 있고 영어 monkey는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하며 꼬리가 없는 것은 ape라고 부르고 모두 200여종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동물원이라도 꼭 있는 원숭이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는다. 예부터 ‘동국무원(東國無猿)’이라 해서 한반도에서는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았다. 세조가 일본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김종직에게 예찬시를 짓게 했으며 백성들에게 구경을 시킨 신기한 동물이라 한다. 
중국에는 원숭이를 상징하는 단어가 달(狚), 저(狙), 유(㑱), 융(狨), 호(猢), 후(猴), 노(夒) 유(猶), 원(猿), 원(蝯), 손(猻), 미(獼), 확(玃) 등 많은 것으로 보아 친숙한 정서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영향으로 예술품에 나타낸 원숭이는 부귀와 다산, 장수를 상징하여 긍정적이나 경상도에서는 신일(申日)에는 경망스럽다고 하여 원숭이라는 말조차 입에 담지 않고 ‘잔나비’, ‘잰나비’라고 하며 원숭이띠를 잔나비띠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해 첫 원숭이날을 ‘상신일(上申日)’이라 해서 일을 쉬면서 육식을 않는다.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는 속설이 있어 삼가고 여자가 먼저 일어나 청소를 하고 부엌에 들어간다. 부엌에는 귀신이 있다고 하여 남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납날’이라 하여 나무를 자르지 않는데 이날 자른 나무는 좀이 쉽게 쓴다고 전한다. 
원숭이들의 자식과 부부간의 사랑은 사람보다 못지않게 애정이 섬세한 동물로 한쪽이 병사를 하면 슬프게 울다가 같이 죽는다고 한다. 또 새끼를 잃은 어미원숭이의 창자가 토막토막이 나서 생긴 중국의 고사 ‘단장(斷腸)의 슬픔’은 원숭이의 극진한 자식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학에서 원숭이해에 태어난 아이는 영리하고 재주가 많다고 풀이하는데 원숭이띠의 성격은 양순하나 자존심이 강하며 고집이 세고 남에게 지기 싫어한다. 알맞은 직업으로는 의사나 약사, 법관 등이다. 
원숭이와 관련된 말에는 ‘원숭이도 자빠져서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猿顚蹶失木枝), ‘원숭이 낯짝 같다(술을 많이 먹어 붉은 얼굴)’, ‘원숭이 잔치(먹을 것 없이 부산함)’, ‘원후취월(猿猴取月:원숭이가 물에 비췬 달을 잡으려 한다는 뜻. 분수를 모르는 행동)’, ‘심원의마(心猿意馬:마음은 원숭이 같고 생각은 말과 같다는 뜻. 번뇌로 생각을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 등이 있다.


   잔나비의 어원
원숭이를 왜 잔나비라 부르는가
재빠르다 ‘재’가 아닌 잿빛 털 표현

동양 사람들은 천간을 따져서 나이를 띠로 말하곤 한다. 사람이 태어난 해를 지지(地支)의 속성으로 상징해서 말하는 것이다. 
지지 중에 ‘신(申)’ 자가 붙은 해, 예컨대 ‘丙申’년에 태어난 사람을 ‘원숭이띠’라고 하지만 이것은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노인들은 ‘잔나비띠’라고 한다. 
동물원에 가서 직접 그 동물을 가리킬 때에는 원숭이라고 하면서도 유독 띠를 따질 때에는 잔나비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어 관습일까? 뜻이 다르거나 뜻이 같더라도 사용되는 환경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원숭이를 ‘잔나비’라고 했을까? 
옛 문헌에는 17세기까지도 원숭이라는 단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 이전에는 원숭이를 ‘납’이라고 했다. 
‘훈민정음 해례’(1446)에 ‘납 爲猿’이라는 기록이 최초의 용례다. ‘납’은 16세기 말까지 쓰이다가 17세기 초에 와서 ‘납’은 사라지고 ‘납’이 등장한다. ‘납’에 접미사 ‘-이’가 붙어 ‘납이’ 또는 ‘나비’로도 쓰였는데, 대개 18세기 이후부터이다. 
여기에서 ‘납’은 분명히 ‘’과 ‘납’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동사 어간 ‘-’에 관형형 어미 ‘-ㄴ’이 통합된 것인지, 아니면 명사 ‘’에 속격조사 ‘ㅅ’이 붙은 ‘’이 그 뒤에 오는 ‘납’의 ‘ㄴ’ 때문에 동화되어 ‘’으로 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잰납’은 원숭이를 뜻하는 ‘납’에, ‘재빠르다’나 ‘잽싸다’의 ‘재’처럼 ‘민첩하다’는 의미를 가진 ‘재’의 관형형 ‘잰’이 붙어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민첩하다’는 뜻을 가진 동사 어간은 ‘지-’가 아니라 ‘재-’이어서 그렇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오히려 명사 ‘’에 속격 조사 ‘ㅅ이 붙은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지’는 ‘잿빛’의 ‘재’로 판단된다. 원숭이의 털 색깔이 ‘잿빛’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납’이 ‘납’으로도 나타나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이 ‘진납’은 17세기 초에 간행된 중간본 두시언해에 나타난다. ‘’는 ‘믈, 블, 빗’ 등으로 많이 나타나서 이러한 가능성을 높여 준다. 

 히 그니 나븨 소리 섯겟고 
<중간두시언해(1632)의 권5에서> 
이 ‘나비’가 오늘날 ‘잔나비’로 굳어졌다. 
문세영 선생의 ‘조선말사전’에도 ‘잔나비’는 ‘잣나비’를 찾아가 보라는 표시가 있는 것을 보면 ‘잔나비’가 된 때는 20세기의 40년대로 보인다. 
‘원숭이’란 의미를 가진 단어로 옛 문헌에 보이는 형태들은 ‘원승이’, ‘원이’, ‘원숭이’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원승이’이고, 다음에 ‘원슁이’, ‘원숭이’ 순으로 등장해서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다. 
‘원승이’가 처음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는 18세기 말이다. ‘원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나타나는데 아마도 한자 성(猩)에 견인된 것으로 판단된다. 
‘원숭이’는 20세기에 와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원숭이’는 18세기에 와서 한자어인 ‘원(猿猩)이’가 생겨났고 ‘(猩)’의 음이 ‘승’으로 변하여(‘초싱’이 ‘초승달’로 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승이’가 되고 이것이 또 변하여서 오늘날 ‘원숭이’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홍윤표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재계 떠오르는 핵 ‘68년 잔나비띠’
이재용 부회장 실질적 삼성 원톱 부상
정용진 부회장 면세점으로 손실 만회 별러

재계 차세대 리더 중에는 68년생 잔나비띠들이 유난히 많다. 특히 이들 나이 48살이 되면서 재계 중진으로 그룹 내 위상이 확고해 지는 등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68년생 차세대 리더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허용수 GS 부사장,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전무, 이우현 OCI 사장,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대표, 남수정 선앳푸드 대표 등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계 68년생 대표주자격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실질적인 삼성의 원톱 리더다. 이건희 회장이 2015년 5월에 쓰러진 후 임원들과 그룹을 원만하게 이끌면서 경영행보 폭을 넓히고 있다.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을 비롯해 이 부회장 주도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는 사업구조재편 작업 등 ‘차기 리더’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특히 화학사업 빅딜과 방위산업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을 통해 삼성의 시스템을 새로 짜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전자·금융·바이오를 3대 축으로 사업재편과 조직슬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S·SDI간의 구조조정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올 정기 인사에서는 ‘이재용 진용’을 한층 더 강화함으로써 세대교체를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는 바이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전망이다. 또 자동차 전장사업도 강화한다는 방침 등 미래먹거리에 대해 많은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이를 위해 회장 승진도 미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연말 정기인사 때 이건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자신의 결단만 남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이 1년 넘게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데다 그룹 내 조직슬림화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 스스로 삼성그룹의 안정적 변화가 어느 정도 이뤄진 뒤 회장으로 승진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전자·금융·바이오 3대축 강화 
이 부회장의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미 신세계그룹의 대권을 이어받았다. 이명희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신세계 총괄 대표이사인 정 부회장은 부진했던 해외사업 악몽에서 깨어나 면세점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해 11월까지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했다. 이마트는 누적 매출이 지난해 10월까지 0.4% 뒷걸음질 쳤다. 신세계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총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각각 0.4%, 22.8% 감소한 1조1700억원, 381억원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이 같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해, 대구, 하남 등에 신규 출점을 준비하는 한편 면세점에서 손실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5월에 시내 면세점 오픈을 위해 지난해말부터 면세점 구성 및 오픈, 운영 준비에 착수했다. 정 부회장은 면세점이 오픈될 경우 기존 백화점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매출이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지난해 행보는 특별한 이익 모멘텀 없이 내실을 쌓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며 “올해는 신규출점을 통해 총판매액 증가를 도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 면세점 사업서 부진 만회 
허용수 GS 전무는 GS그룹의 핵심 실세다. GS에너지 종합기획실장(부사장)이던 허 부사장은 지난해 말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허 부사장이 리더로 있던 종합기획실은 2~3개 조직으로 나뉘며 해체됐다. 기존 에너지·자원사업본부장이었던 박원철 전무는 퇴사했다. 
허 부사장이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어 GS그룹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허 전무는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는 사촌간이다. 

허용수 GS 부사장, 그룹 차기 부상 
박용성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 사장은 재직 당시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여줬다. 현재는 개인적인 일로 두문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은 OCI를 폴리실리콘 글로벌 2위 업체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그룹 내 전략통인 신현우 부회장과 함께 사업전략을 총괄한다. 특히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 영업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011년 미국 태양광 발전시장에 진출해 450㎿ 규모의 알라모 프로젝트(Alamo Project)를 진행 중이고 중국에서도 분산형 태양광발전 사업에 진출, 25㎿ 규모 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인도와 아프리카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제조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제조·판매하는 OCI머티리얼즈를 SK에 매각했다. 
OCI측은 주력사업과 사업 연관성이 낮은 자산을 매각해 태양광산업, ESS(에너지저장장치), 케미칼 소재 등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는 전략을 위한 것이라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우현 OCI 사장 “해외 발전 시장 강화” 
재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68년생들의 공통점은 글로벌 마인드와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야하는 책임감, 그리고 유학을 통한 엘리트 교육 등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허용수 GS 부사장, 박진원 전 두산 사장, 이우현 OCI 사장,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남수정 선앳푸드 대표는 국립중앙박물관 후원회인 ‘박물관의 젊은 친구들’ 회원이다. 이 모임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구입 지원과 문화행사를 돕는 자선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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