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등과 회동설 나와…조원태 압박 속도내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칼의 외부 세력과 접촉했다는 소문이 불거지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가 3세인 조 회장, 조 전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모친 이명희 고문의 그룹 지주사 한진칼 지분율은 5~6%대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조 전 부사장은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3대 주주 반도건설과 '3자 회동'을 했다고 한다.

한진가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물밑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한진칼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만약 주총 '표 싸움'서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 등과 손 잡고 반대표를 던지면 조원태 체제 그룹 경영에 금이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한진칼 지분 구조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6.52%, 조현아 대한항공 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 그레이스홀딩스 17.3%, 델타항공 10.0%, 반도건설 8.28%, 국민연금 4.11% 등이다.

한진 총수 일가 내에서 경영권을 두고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오너가 외의 주요 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의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현 그룹 경영 체제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틀 뒤인 크리스마스에는 조 회장이 모친 이 고문에게 경영권 분쟁과 관련, 조 전 부사장의 편을 들었다라며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불화설이 더 확산됐다.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을 압박해온 KCGI는 최근 불거진 한진 오너가의 분쟁과 관련해선 '입장이 없다'라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의 친분으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며 조원태 회장에 우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반도건설 측이 조 전 부사장과 회동을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조 전 부사장과의 연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 성탄절에 조 회장과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조 전 부사장 측에 힘을 실어주면 '남매의 난' 형국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2대 주주인 델타항공의 경우 고(故) 조 전 한진그룹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조 회장의 편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연대하면 합산 지분율은 단순에 32%대로 뛴다. 조 회장과 조현민 전무, 이 고문의 지분에 델타항공 지분까지 끌어모아도 합산 지분율은 28%대에 그친다. 

여기에 조 전무와 이 고문이 조 회장으로부터 등을 돌릴 가능성, 국민연금의 결정 등 변수는 조 회장의 입지를 더욱 위협하는 요소다.

이 때문에 다급해진 조 회장이 결국 분할 경영을 제안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초 한진가 삼남매의 경영승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을 총괄하고 조 전 부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를, 조 전무는 진에어 등을 나눠 이끌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계열분리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계열분리가 될 시, 사세 위축을 피할 수 없으며 그룹 내부 임직원들의 반발도 클 것으로 짐작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다른 주주들과 만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압박이 심해지면서 결국 조 회장이 다른 가족들에게 일정 경영권을 보장하고 주총 전 갈등 봉합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3월 (한진칼)주주총회까지 불안정적 국면"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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