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의 허명수 부회장이 후배 세대를 위해 스스로 부회장직을 내려놓았다. 허 부회장은 GS건설에 몸담은 지 17년 만 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GS건설은 3일 허명수 부회장이 정기 인사를 앞두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보다 젊고 능력 있는 후배 세대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날 결심을 전했다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변혁기에 걸맞은 젊고 역동적인 인재들이 회사를 앞에서 이끌 때"라며 이 같이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부회장은 GS건설의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나 상임 고문으로 조언자 역할을 할 예정이다.
 
허 부회장은 건설업계에서 '위기 극복형 CEO'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허 부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 12월 CEO에 올랐다. 당시 GS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분양만 9000세대에 이르렀다. 건설업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정체불명의 살생부(구조조정 대상 회사)가 나돌던 시기였다.

허 부회장은 CEO 취임 이후 내실경영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개혁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 위기를 극복했다. 취임 이후 현금 유동성을 늘려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혁신 활동에 나섰다.
 
이후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수주가 급증하는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2009년 12월 한국경영자협회에서 주최하는 '가장 존경 받는 기업상'을 건설업계 최초로 수상한 이래 2년 연속 수상했다. 또 2012년에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 창사 이래 최초로 수퍼섹터 리더에 선정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건설사로 인증을 받은 것이다.
 
허 부회장은 GS건설의 재도약기를 이끈 후 지난 2013년 6월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회장 시절에도 베트남, 싱가포르, 유럽, 남미 등 해외사업은 물론 국내주택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창사 이래 최고의 경영실적을 거뒀다. 특히 회사 실적이 일시적으로 악화되자 2014년에 급여 전액을 실적호전이 되기 전까지 받지 않겠고 선언하고 무보수 책임경영을 실천한 바 있다.
 
허명수 부회장은 재계에서 '특별한 이력' 때문에 주목 받았다. 오너 일가(家)의 일원임에도 단 한 번도 특진 없이 오직 실력으로만 바닥부터 시작해 최고경영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CEO 취임 후 오너 경영자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저는 실적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는 실무 CEO"라고 말했을 정도다.

허 부회장은 지난 1981년 LG전자 사원으로 입사해 창원공장에서 근무하며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했다. 당시 일반 사원과 같이 수년간 '전기밥솥에 남은 누른 밥'을 먹으며 공장 일을 한 경험은 큰 자산이었다. 오너가 일원이었지만, 그가 임원(상무)으로 승진한 것은 2000년이었다. 회사생활 19년만이었다. 최대 주주 중 한 명이었지만 GS건설로 이동한 2002년에도 그의 자리는 여전히 상무였다. 오너가(家)라면 관례였던 고속승진이나 특진은 없었다. '누구든 실적 없이 승진 없다'는 GS가(家)의 엄격한 가풍을 몸소 보여준 사례로 평가 받는다.
 
이 때문에 허 부회장의 경영 핵심은 항상 '현장'이었다. 매년 전국 현장은 물론 해외 현장을 돌며 직원들을 챙겼다. CEO 취임 직후 국내외 70개 현장을 모두 돌며 애로사항을 듣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일일이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유명한 일화다.

또 해외 출장을 나갈 때면 영어는 물론 러시아, 베트남어, 아랍어 등으로 된 회사 홍보영상물과 홍보자료가 담긴 노트북을 들고 가 외국의 발주처와 고위인사들을 만날 때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허 부회장은 경복고,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LG전자 사원부터 시작해 20여년을 근무하다가 2002년 당시 LG건설이었던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재경본부장(CFO), 사업총괄사장(COO),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6월 GS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해 경영을 이끌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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