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대이어 佛 훈장 수훈 등 겹경사
총수일가 지분 팔아 지배구조 개선에도 진력

1년 전 이맘 때 ‘땅콩회항’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진그룹 일가에 낭보가 잇따라 들려오면서 이미지 쇄신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달 조양호 회장이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도피시에를 수훈했다. 선친이 故 조중훈 명예회장에 이어 부자가 최초로 받는 영광을 누렸다. 이와 함께 기내 면세품 통신판매 독점 사업권을 쥐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3세대 3남매가 모두 처분함으로써 기업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등 기업이미지 개선작업이 속도감 있고 진중하게 이뤄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후 자숙하면서 자신 때문에 추락한 기업이미지를 끌어 올리는 데 무언의 힘을 보태고 있다. 무엇보다 창립 70돌을 맞은 한진그룹은 축제분위기다. 한진그룹과 일가 소식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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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 프랑스 정부 최고훈장

한·불 우호증진 공로 인정받아
선친 이어 ‘父子’가 받기는 처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는 모습(좌)과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이 1996년 11월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있다.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프랑스 최고 훈장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권위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그랑도피시에를 수훈했다. 
조 회장은 지난 3일 한국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직접 전해 받았다. 
조 회장의 선친 故 조중훈 한진그룹 명예회장도 해당 등급의 훈장을 1990년 받아 부자가 최고의 영예를 안는 영광을 누렸다. 
최고 등급의 훈장이 조중훈·조양호 부자에게 수여된 것은 한·불 양국의 우호적 관계 발전을 위해 훌륭한 민간외교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조중훈 명예회장은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 취항과 에어버스기 구입을 통해 한국·파리간 연결통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수출 증대와 문화 교류를 돕는 한편 오늘날 프랑스와의 유대 관계를 형성했다. 
조 명예회장은 1973년부터 20년 동안 한·불 경제협력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한국과 프랑스간 민간 외교와 경제교류에 앞장서 온 공로로 1977년 프랑스 1등 공훈 국민훈장에 이어 1982년 레지옹 도뇌르 코망되르, 1990년 레지옹 도뇌르 그랑도피시에, 1996년 오르드르 나소날 뒤 메리트 등 4차례에 걸쳐 훈장을 받았다. 
조중훈 명예회장이 양국간 교류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면 조양호 회장은 양국관계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양국간의 경제 교류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조양호 회장의 활동은 한-불 최고경영자클럽 한국측 회장으로서의 역할이다. 
조 회장은 2000년부터 현재까지 16년 동안 한·불 최고경영자클럽 한국측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프랑스 경제인연합회가 1991년에 발족시킨 한·불 최고경영자클럽은 한국과 프랑스 간 교육·투자·산업·인적교류 등 분야에서 양국 우호협력관계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양국 재계 지도자급 인사들의 모임이다. 
한·불 최고경영자클럽은 양국간 나노·화학·신소재·생명공학 등 분야에서도 공동연구와 개발협력을 추진하는 데 기여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우주항공·창조산업 등에 있어서의 협력 강화에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과 프랑스의 강점인 기초과학·문화콘텐츠를 아우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양호 회장(좌)과 조중훈 창업회장(우) 모습.

조 회장은 양국간 문화적 교류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는 내년 개최 예정인 ‘2015~2016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의 한국측 조직위원장 역할을 하고 있다. 
조 회장은 최근 루브르 박물관에 이어 오르세 미술관을 후원하기로 결정한 점도 인정받았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훈장 수여는 한-불 양국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한 조양호 회장의 공헌에 대한 감사의 인사”라며 “프랑스는 조양호 회장과 같은 친구를 갖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진그룹은 전했다. 
조 회장은 “이번 훈장 수훈은 선친부터 2대에 걸쳐 한-불 관계 발전과 문화교류에 이바지해온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불간 모든 분야에서 협력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총 5개의 등급으로 된 레지옹 도뇌르 훈장 중 실질적으로 최고 등급의 훈장인 그랑도피시에 등급의 훈장을 수훈한 한국인은 지금까지 조중훈 선대 회장이 유일했다. 
이번 조양호 회장의 수훈으로 부자가 대를 이어 최고 등급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게 된 것이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1802년 나폴레옹 1세가 제정한 영광의 군단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 최고 훈장으로 영예로운 삶을 산 인물에게 수여된다. 
이 훈장은 슈발리에(Chevalier·기사)·오피시에(Officier·장교)·코망되르(Commandeur·사령관)·그랑도피시에(Grand Officier·대장군)·그랑크루아(Grand-Croix·대십자) 등 5개 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격이 높은 그랑크루아 등급은 프랑스 대통령에게만 수여되는 훈장 등급이기 때문에 외국 국가원수들에게 최고의 예우로 수여하는 훈장인 그랑도피시에 등급이 사실상 최고의 훈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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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그룹 창립 70주년

조양호 회장 “새로운 미래로 전진”
선대회장 전기 ‘사업은 예술이다’ 출간기념 겸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1월 2일 열린 ‘한진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한진그룹 제공>

한진그룹은 지난달 2일 오후 인천 중구 그랜드하얏트인천 웨스트타워 그랜드볼룸에서 한진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과 함께 조중훈 창업회장의 전기 ‘사업은 예술이다’ 출간기념회를 열었다. 
조 회장은 1945년 ‘한민족의 전진’이란 의미를 담아 인천 해안동에 ‘한진상사’를 창업한 후 대한항공·한진해운·한진 등으로 구성된 종합물류그룹을 만들었다. 
기념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선친의 뜻에 따라 그룹 발전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조 회장은 “사업을 예술처럼 여기며 스스로 또 하나의 길이 되셨던 선대회장님의 그 길을 따라 한진그룹은 계속 전진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그룹은 선배 임직원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기에 존재하며 이들의 도움을 결코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 회장은 또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하며 국가와 고객에게 헌신해 더욱 더 사랑받는 한진그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기는 창업회장의 어린 시절과 한진상사 창업 과정을 그린 ‘파도마저 삼킨 오디세이’, 베트남 전장에서의 수송작전을 담은 ‘퀴논의 전설’, 대한항공공사 인수와 항공사로서의 발전 과정을 그린 ‘하늘길을 열다’, ‘대한의 날개에서 세계의 날개로’를 비롯해 ‘해운왕 꿈을 이루다’, ‘수송 외길을 위한 변주곡’, ‘열정의 민간 외교가’, ‘인재의 숲을 가꾼 정원사’, ‘인생과 사업의 예술가’ 등 총 9장 392쪽으로 구성됐다. 
조 회장과 교분이 두터웠던 손길승 전 전경련 회장과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추천사를 썼다. 
손 전 회장은 “세상에 철학이 아름다운 경영서는 그리 많지 않다”며 “조중훈 전기는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있는 이야기인 만큼 사업가로서, 기업가로서, 경영자로서 길을 잃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이 전 총리는 “이 책을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젊은이들, 특히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학생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그것은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독서광, 조중훈 회장의 바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집필은 미국 경제경영지 포브스(Forbes) 한국판 기자 출신인 이임광 전기작가가 맡았다. 4년6개월 동안 그룹 원로·지인 40여명의 증언을 담았다. 
이 작가는 “나는 책을 쓰지 않았다. 한 장의 거대한 지도를 그렸을 뿐이다. 조중훈이라는 ‘사업의 예술가’가 평생에 걸쳐 닦아놓은 길을 따라 걸으며 부지런히 써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나의 글은 사라지고 그의 지도만 남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대문시장에서 도난당한 점퍼를 사들이는 ‘신용의 길’과 위기의 순간마다 ‘지고 이기는 지혜의 길’이 있다. 손실과 위험을 감수하며 적자투성이 국영항공사를 인수하고 에어버스 항공기를 사준 ‘애국의 길’도 있다. 모르는 사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 ‘수송외길’도 뚜렷하다. 국운이 달린 순간마다 달려간 ‘외교의 길’과 인재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교육의 길’도 탄탄대로다. 그리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람의 마음을 사는 ‘감동의 길’은 눈부시게 뭉클하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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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 조중훈은 누구?

‘모르는 사업 손대지 말라’던 진짜 기업가
유대인과 개성상인 기업가 정신 벤치마킹

대한항공 활주로에서.

정석(精石)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은 ‘사업은 예술’이라는 신념을 믿고 이끌어온 기업인이다. 
이는 남이 개척한 분야를 뒤늦게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로 새 영역을 개척하는 것으로 조 회장은 이를 두고 “사업은 예술과 맥이 통한다”고 했다. 
또 예술작품이 조화와 균형, 개성과 창의력이 있어야 비로소 가치를 지니듯 기업도 국민경제와의 조화를 이루며 국민들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석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사업가로서 ‘남다른 기질’을 가졌다고 말한다. 그는 1세대 기업가로는 드물게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경계했고 철저하게 수송업을 고집했다. 
이는 부친이 직물점을 하다가 망한 것을 지켜보면서 체득한 ‘실패학’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조 회장의 부친은 꼼꼼한 성격에 보수적으로 체면을 중히 여기는 선비였다. 지주로서 사업에 대한 경험도 없었다. 당시 불황이 아니더라도 대규모 자본과 조직적인 판매망으로 공세를 펴던 일본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는 사업이었다. 
조 회장은 이때 ‘모르는 사업은 손대지 말라’는 것을 뼈저리게 배운 것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은 1970년대 한국경제와 호황과 맞물려 한진도 잘 나갈 때 회사 내에는 부동산 매입과 제조업진출 등 사업 확장에 대한 열망이 많았지만 끝내 한 눈 팔지 않았다. 
모르는 것에 섣불리 손을 대선 안 되고 남들이 한다고 따라하면 사업이 아니라는 기업가정신을 고집한 것이다. 

무리한 사업확장 대신 수송 외길 고집 
그의 기업가 DNA 속에는 유대인의 ‘절묘한 상술’과 개성상인의 ‘철저함’이 녹아들어 있다.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의 어느 겨울날, 몸을 녹이기 위해 유대인이 운영하는 작은 음식점에 들어섰다. 
자리에 앉아 마실 것을 주문하자 잠시 후 점원이 차 한 잔과 함께 케이크 접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조 회장은 점원을 불러 “케이크는 주문하지 않았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하자 점원은 “안 먹어도 괜찮으니까 걱정 말라, 먹는 만큼만 계산하겠다”며 그냥 두고 갔다. 
다른 손님들 역시 주문을 하지는 않았지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제 앞에 놓인 케이크를 집어먹고 있었다. 
유대인의 상술이 사업을 생각하게 되는 동기를 제공했다면 그가 젊은 시절 본 개성상인의 모습은 사업가 근성을 배웠다. 
조 회장은 그의 회고록에서 그들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전했다. 
“개성상인들은 겨울에 장사를 떠나기 전에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비상을 조금씩 먹고 추위를 참는다. 또 동상이 걸리지 않을까 염려해 눈길을 걸을 때는 버선 속 발가락 사이마다 말린 고추를 끼워 넣는다. 집을 지어 대청마루에 광을 낼 때도 겉만 번지르르하게 적당히 니스칠이나 하고 마는 것이 아니다. 콩기름을 내어 마루에 깊이 배어들도록 여러 번 바르고 그걸 다시 사기그릇으로 문질러 반들반들하게 해놓는다. 검약하면서 마루의 수명도 길게 하는 생활의 지혜가 몸에 밴 까닭이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한 치도 허점 없이 지독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업은 한치 허점 없이 지독해야” 
조 회장이 ‘한진’을 설립한 것은 기업은 사회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당시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던 KNA 인수를 결정하면서 조 회장은 중역들에게 “밑지면서도 계속 해야 하는 사업이 있는 것”이라며 국익과 공익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이 남긴 어록 중에는 “지면서 이기는 것이 사업이다”란 말이 있다. 이는 곧 사필귀정(事必歸正)과 통한다. 조 회장은 “투자 없이 이익만을 바라는 것은 사업이라기보다 도박이나 투기에 가까운 것이고 항상 이기기만 바라는 것 또한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오만과 통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경쟁을 추구하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며 “견실하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가 먼저 주고 나중에 받는 것, 즉 지고 이기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믿었다. 

1991년 美 롱비치에서 열린 한진해운터미널 준공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

“지면서 이기는 것이 사업이다” 
이같은 정신은 조 회장의 신용과도 맞닿아 있다. 조 회장은 사업 초창기부터 신용과 자금관리를 기업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사업 초창기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업무를 게을리 해 약속한 기일을 하루 넘긴 직원을 해고했던 일화는 그가 가진 신용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조 회장은 기업가의 덕목인 ‘결단’에 있어서도 “사업에서는 정확한 판단력과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기회라 하더라도 이를 포착하고 실천에 옮기는 결단이 없으면 발전은 없다”고 말했다. 
1960년대 베트남의 전황을 지켜보며 미국을 방문해 베트남 진출을 모색할 때 기회 이면에는 상당한 모험이 수반되는 것이었다. 
막대한 비용, 장비와 신용이 어우러지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재기불능의 엄청난 손해를 봐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당시 회사 간부들을 비롯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조 회장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고 베트남은 오늘날 한진그룹의 밑거름이 됐다. 
한편 조 회장은 항공사 경영을 통해 쌓은 광범위한 국제 인맥을 이용해 민간 외교관으로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발 벗고 나섰다. 
조 회장은 1981년 ‘88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총회에 참석, 서울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는 프랑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제3세계 국가 IOC 위원들을 막후 설득해 바덴바덴의 기적을 일군 산파 역할을 했다. 
70년대 초에는 포항제철 건립을 위해 일본 정부와 차관 교섭을 벌이던 당시 일본 정·관계의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민간차원의 지원활동을 펼쳐 포스코(옛 포항제철)의 탄생에도 기여했다. 
‘종신지계 막여수인’(終身之計 莫如修人) 
인하대 학술정보관 1층 로비 한쪽 벽에 새겨져 있는 이 글귀는 ‘한 평생을 살면서 가장 뜻있는 일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기업이 사회 복지 증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바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는 조 회장의 평소 지론을 함축한 말이다. 
정석은 1968년 인하학원, 1979년에는 한국항공대학교를 인수해 학교시설의 확충과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최대한 재정 지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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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중훈 전기 ‘사업은 예술이다’

이홍구 전 총리 “청년·학생 필독서”
손길승 전 회장 “아름다운 경영서”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회장의 전기 ‘사업은 예술이다’에는 손길승 전 전경련 회장과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각각 “청년․학생 필독서”, “아름다운 경영서”라고 추천사를 썼다. 책 내용은 말 그대로 조 명예회장의 전기다. 
내용을 요약해 본다.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중단하고 해원양성소에 들어가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소년은 일본 조선소의 수습기관사로 발탁되어 열일곱 나이에 혈혈단신 현해탄을 건넌다. 주경야독으로 단련한 소년은 기관사가 되어 중국으로 간다. 세계인이 몰려드는 그곳에서 그는 ‘지금은 일본 배를 타고 왔지만, 언젠간 나의 배를 타고 오리라!’ 다짐한다. 
베트남에서 사업의 기회를 얻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국내에서 주한미군의 수송을 책임지면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신용은 어떤 담보나 배경보다 든든했다. 신용의 승리였고 열정의 보답이었다. 
적자투성이 국영 항공사를 구할 사람은 조중훈밖에 없었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도전을 포기했다면 지금의 대한항공은 없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한 항공이었지만 조중훈은 기왕 할 거라면 예술처럼 하고 싶었다. 그 시절 한국에서 항공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킨다는 것은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아보겠다고 했을 때만큼이나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결국 육중한 쇳덩어리가 새처럼 하늘을 날아오른 것처럼 그는 척박한 땅에서 고사 직전의 항공사를 이륙시켰다.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도 조중훈의 날개를 꺾지는 못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구름 위로 올라가는 역발상으로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이 대한민국도 대한항공도 아닌 조중훈을 담보로 거금을 대출해주었을 만큼 그의 신용은 탄탄했다. 제공호는 또 하나의 사업보국 작품이었다. 조중훈은 기업의 이익보다는 국익과 공익을 우선하는 기업가였다. 대한의 날개는 세계의 날개가 되어 더 높이 비상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업은 절대 손대지 않겠다’며 조중훈은 수송외길을 고집했다.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수송외길을 걸으려고 해도 당시 국내 기간산업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사옥도 짓고 길도 닦아야 했고, 배가 들어오게 하려면 부두도 만들어야 했다. 건설과 토목은 수송외길을 제대로 걷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 
수송은 끊임없이 길을 개척하는 일이다. 조중훈은 20~30년을 내다보고 미래를 위해 필요한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사업을 통해 수송은 외교와 많이 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실어 나르는 대상이 승객과 화물이 아니라 양국의 이해관계라는 점이다. 드러내지 않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지만 조중훈은 대한민국 외교무대의 막후에서 가장 헌신적으로 활약한 민간외교가였다. 
그는 교육을 두고 계산하지 않았다. 일 년을 내다보면 농사를 짓고, 십 년을 내다보면 나무를 키우고 백 년을 내다보면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며 돌산을 깎아 학교를 지었다. 
그는 대학교육이 캠퍼스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이유도 없다며 사내대학을 설립했다. 조중훈은 사업의 예술가이자 인생의 예술가였다. 
그에게 사업은 예술이며 그가 개척한 사업 하나 하나가 예술작품이었다. 화가의 영감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조심스럽게 색을 입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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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경영·희망경영’

삼남매 보유한 싸이버스카이 지분 매각
일감몰아주기 해소․지배구조 개선 일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 등 한진가(家) 3남매가 지난달 5일 대한항공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처분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조현아·조원태·조에밀리리(조현민)로부터 싸이버스카이 주식 9만9900주를 주당 6만2735원에 취득했다. 취득금액은 62억67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100% 확보하게 됐다. 
그간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가 싸이버스카이 지분을 3분의 1씩 나눠 가지고 있었다. 
주식 취득 목적은 ‘온라인 면세품 판매 사업 강화’로 제시됐지만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간 대한한공은 싸이버스카이에 기내 면세품 통신판매 독점 사업권을 부여해왔다. 
그래서 회장 자녀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진그룹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가 일감몰아주기첫 조사대상 업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싸이버스카이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확인해 심사보고서 작성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통상 심사보고서가 발송된 지 2~3개월 내로 위원회에 상정돼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해 안으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첫 제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해진 총수 일가의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내면세점 위탁판매업체인 싸이버스카이는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씨 등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진그룹 비상장 계열사다. 
싸이버스카이는 지난해 매출액의 82.7%(175억원)를 내부거래를 통해 올릴 정도로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아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업체로 거론돼 왔다. 
일감 몰아주기 위반액이 200억원 이상이면서 총수일가 등의 지분보유 비율이 80% 이상인 경우 총수 및 총수일가도 고발대상에 포함된다. 대주주는 3년 이상 징역형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수혜를 입은 기업은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도 부과된다. 
공정위는 지난 5월 한진빌딩에 입주한 싸이버스카이 사무실에 조사관들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6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재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는 “(싸이버스카이와의) 거래를 정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와는 별도로 조사를 진행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국감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법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편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 일감을 몰아줘도 예외조항으로 인해 처벌이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상위 5대 대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50% 이상인 112개 계열사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은 지주회사인 LG 1곳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들이 합병·지분매각 등으로 지분율을 낮춰 대부분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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