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조명
허구로 밝혀진 ‘클린디젤’
현대차 디젤엔진은 문제없는가?

클린 디젤을 가장 앞서 외쳤던 폭스바겐의 실상이 드러났다. 소프트웨어 조작 차량은 조사결과 110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사건을 밝혀낸 미국에서는 50만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나머지 차는 어디로 갔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황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대한민국 판매분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독일은 그 동안 공산품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쌓았던 품질만족과 신뢰에 큰 흠집을 남겼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최대 자동차 메이커, 글로벌 5위의 자동차 회사 현대차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7개의 심장이란 광고카피로 당당히 디젤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를 라인업에 상당수 포함시켰던 현대차는 이번사태와 무관한 단순 피해자인지 클린 디젤 대열에 동참해 소비자를 기만한 또 다른 가해자인지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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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디젤 시대의 종말
경유에 고연비·저탄소 ‘소비자 열광’
실제로는 질소산화물 등 기준치 40배 배출

폭스바겐社의 TDI엔진은 클린디젤 기술이 적용 돼 다른 운송수단 대비 93%나 CO2 배출량을 줄이고 가솔린 엔진보다 30%의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고 광고했다. 클린 디젤을 앞세웠던 폭스바겐社 (자료: 폭스바겐 홈페이지)

폭스바겐 사태로 지난날 화려했던 디젤의 시대는 종말을 선언했다. 폭스바겐은 졸렬한 수법으로 소비자를 우롱했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시대에 도달하고 산유국인 미국에서조차 가솔린 가격이 갤런당 4달러 시대를 돌파하면서 자동차 시장은 급변했다. 보다 작은 엔진, 고효율, 고연비 자동차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하이브리드 자동차, 엔진 다운사이징, 차량 경량화를 진행했고 그렇게 리터당 몇 킬로미터를 가는지가 그 자동차 회사의 기술척도로 여겨졌다. 그리고 차세대 자동차로 전기차를 지목하며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테슬라가 18650배터리 2만개를 연결해 한번 충전으로 460킬로미터를 갈 수 있는 전기차를 내놨다. BMW는 도시형 전기차를 내놓기에 이른다. 
중간단계라고 여겼던 하이브리드 같은 경우 일본과 한국이 대부분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유럽과 미국 브랜드는 하이브리드를 건너뛰고 바로 전기차로 가려는 움직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는 차량가액이 높아지고 3년이라는 짧은 배터리 한계수명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전기차의 경우 대중화될 수준의 가격과 충전기술 및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산 디젤 승용차들이 디젤 엔진 특유의 힘과 연비에 클린디젤이라는 청정에너지 코스프레를 하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약간의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가솔린 엔진은 인위적인 불꽃점화를 통해 폭발을 일으킨다. 이에 반해 디젤엔진은 400~500C의 온도에서 자연폭발을 한다. 당연히 고르게 폭발을 일으키는 것은 자연폭발이 일어나는 디젤이다. 여기에서 에너지 효율에 차이가 발생한다. 가솔린 엔진은 25%의 에너지 효율이 있다면 디젤엔진은 35%의 효율이 생기는 것이다. 연료의 연소율이 좋아야 연비가 좋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같은 양의 기름을 주유했을 때 동일한 조건에서 디젤엔진을 장착한 자동차가 가솔린엔진의 자동차보다 연비가 20%내외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은 순간 힘을 내는 힘, 즉 토크(순간가속력)가 가솔린에 비해 높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CO2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독일 및 유럽에서는 디젤차량에 각종 세제 혜택을 부과했다. 한국은 운수업,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동차, 중장비 등에 세제혜택을 부과해 휘발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경유를 공급했다.
과학적으로  CO2 배출량 (g/km)의 경우 가솔린 기준으로 가솔린: 디젤 : LPG = 100: 102.5 : 87.1 이 된다.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연소시켰을 때 디젤엔진의 CO2 배출량은 가솔린보다 2.5%가 많다. 그러나 디젤엔진의 연비가 좋아 동일한 거리를 달렸을 때는 CO2 배출량은 가솔린보다 우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휘발유 차량은 1km당 이산화탄소 147g을 배출하지만 디젤차량은 132g을 배출한다. 
상대적으로 비싼 디젤엔진은 세재혜택으로 해결했다. 
진동과 소음이 큰 단점은 엔진내부에 공급되는 경유량을 줄여 작은 폭발이 여러번 일어나게 했다. 
이로써 줄일 수 있었다. 끝까지 해결되지 않는 것이 바로 질소산화물 등 배기가스 배출물이었다. 이것을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조작을 통해 해결했다. 
고연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토크능력, 각종 세금 혜택을 보는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를 줄이고 배기가스 배출이 제한되는 클린디젤에 수많은 자동차 드라이버들은 열광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한 사기극이었다. 클린디젤은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WVU) 공과 대학이 자체 기금으로 설립한 ‘대체 연료 엔진·배기가스 센터’는 2013년 일감을 찾던 중 미국 디젤 차량과 유럽 디젤 차량의 성능을 비교 분석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연구를 의뢰한 주체는 유럽 비영리 연구단체인 국제청정교유통위원회(ICCT)였다. 연구진은 BMW X5와 폭스바겐 제타, 파사트를 렌트해서 시험을 했다. 
BMW는 정지된 시험대와 실제 도로 주행에서의 테스트 결과가 비슷했는데 반해 폭스바겐은 실험실 결과와 실제 도로주행 테스트에서 내뿜은 배기가스 배출량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5월 WVU연구진은 ICCT와 함께 연구 결과를 미국 환경보호청(EPA)와 캘리포이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알렸다. 
이렇게 환경단체의 2년여의 추적 끝에 차량테스트 중에는 배기가스 배출 억제시스템이 가동되다가 실제 주행에는 억제시스템이 꺼지도록 한 소프트웨어는 도로 주행시 기준치 40배나 되는 오염물질을 배출됐으며 이렇게 생산된 차량만 1100만대에 이른다는 것이 밝혀졌다.
1990년 독일의 디젤차 비중은 9.8% 불과했다. 세금은 물론 보험료까지 차등을 두는 정책을 펼치면서 디젤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47%까지 늘어났다. 신차만 놓고 봤을 때는 디젤 비중은 50%를 가볍게 넘겼다. 
유럽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돼 있다. 프랑스는 전체 차량의 70%, 신차의 80%가 디젤 차량이다. 스페인은 69.7%, 벨기에 76.2%, 이태리 44%에 이른다. 
유럽 내에서 디젤에 대한 세재 혜택을 주지 않는 영국과 스위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디젤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산 디젤 승용차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비산유국인 현실에서 각종 세금이 붙어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름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960년대부터 산업육성 정책의 일환으로 경유를 싼 가격에 공급해서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온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싼 연료와 더 연료 효율이 좋은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적 요인이 있었다. 아시아내에서도 유종에 따른 차별적인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일본, 중국, 태국 등을 살펴보면 디젤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거의 없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세전 휘발유와 경우 가격원가를 비교해 보면 휘발유가 더 전체 싸다. 
그러나 각종 세금과 유통비용 및 마진이 경우 대비 월등히 높아 가격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전체로 유종별 유가상황을 살펴보면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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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앞서 문제 제기
환경부 연구관, “클린디젤은 허구”
극미세입자 DPF로 못 걸러, 피부·혈액침투 뇌졸중 유발
(DPF=디젤 매연 저감장치)


가솔린 자동차 (폭스바겐 골프)와 현대차 싼타페 2004년형 디젤(DPF 미장착모델) 엔진의 분진 비교

폭스바겐 사태가 5개월전 클린디젤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던 사람이 있다. 
교통환경연구소 엄명도 연구관이 지난 4월16일 자동차 전문지 모토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디젤 택시 허용할 경우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 될 것이란 주장을 펼쳤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폭스바겐 사태이후 그들의 발언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엄 연구관이 말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평지에서는 엔진이나 후처리장치 등이 제어를 하더라도 언덕이나 급가속이 필요한 경우 응답성이 따라가지 못해 공해물질이 배출된다고 진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주행 배출가스와 실험실 측정에서 차이가 난다고 진단했었다. 
디젤엔진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질소산화물과 매연에 대해서는 서로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매연을 줄이면 필연적으로 질소산화물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간한 2012년 대기환경연보에 따르면 질소산화물(NOx)의 인체영향을 살펴보면, 일산화질소(NO)보다는 이산화질소(NO2)가 인체에 더욱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농도의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면 눈, 코 등의 점막에서 만성 기관지염, 폐렴, 폐출혈, 폐수종의 발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식물에 대한 피해로는 식물세포를 파괴하여 꽃식물의 잎에 갈색이나 흑갈색의 반점이 생기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수십 년간 디젤 매연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연세대 신동찬, 임명옥 교수는 최근의 디젤 매연 입자가 극미세입자의 형태로 피부침투, 혈관침투 후 뇌졸중 유발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솔린과 디젤을 비교해 가솔린은 유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지만 디젤은 독성이 아주 강한 매연을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매연 자체가 발암물질로 폐에 들어가서 끼면 흡연보다 훨씬 더 몸에 해롭다고 설명한 뒤 일본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디젤 매연을 쥐에게 노출시킨 결과 며칠새 정자가 모두 없어졌다는 연구결과를 첨언했다. 
대형차는 전체 등록대수 3~4%에 불과하지만 미세먼지 70%를 배출해내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한 뒤 클린디젤의 핵심기술이라 소개하는 DPF(디젤 매연 저감장치)가 초미세먼지 0.0025PM 수준의 매연을 전혀 잡아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클린디젤’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나갔지만 전체 차량의 70%가 넘는 프랑스는 폭스바겐 사태가 터지기 석달전 친환경 목록에서 디젤 차량을 완전히 배제 했다. 
한 때 경유차 비중이 80%를 기록하기도 했던 프랑스에서 디젤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가 인간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스모그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유럽에서 클린디젤 열풍이 불며 빠르게 디젤차량 점유율이 높아질 때 영국에서는 디젤 세제혜택을 거부하며 디젤억제 정책을 썼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스위스 역시 디젤 세제혜택에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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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디젤엔진
현대차 “우린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았다”
디젤엔진 개발실패 인정, 보쉬社 부품 80% 조달


헤르만 캐스 한국로버트보쉬 사장(왼쪽)과 만프레드 벤츠 한국 내 보쉬 가솔린 시스템 사업부 사장이 지난해 6월17일 열린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이 복잡해 한국이 디젤 엔진을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에서 현대차 디젤엔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현대차는 적어도 이번사태에서 정직했다. 
폭스바겐의 클린디젤을 따라잡기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비용을 투하했음에도 결과는 미미했다. 
일반적으로 디젤 엔진의 부품 수는 가솔린 엔진의 3배 수준이다. 
디젤엔진 개발에 따르는 비용자체가 많이 들고 기술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자체 디젤엔진 개발에 실패한 현대차는 유로6에 기준에 맞춰 보쉬에서 전체 부품의 80%를 공급받아 지난해 9월부터 디젤자동차를 생산해왔다. 
폭스바겐의 조작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이를 따라잡고자 천문적인 비용을 연구개발로 소진했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적어도 현대차의 디젤엔진에 대한 조작 정황은 없다. 
또 그들 스스로 개발에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하고 독일 보쉬사로부터 대부분의 부품을 공급받아 디젤 엔진을 제작해왔다.
그러나 의혹은 있다. 
클린디젤 엔진수준으로 환경기준을 충족시키다 보면 연비와 힘이 떨어진다. 
대신에 연비와 토크를 높이면 매연과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기준치를 넘어선다.
2012년 현대차와 기아차는 투싼과 스포티지에서 에어컨 가동 시간이나 고속구간에서 출력과 가속응답성(토크)를 높이기 위해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의 작동을 축소해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해 21만8000대를 리콜 했다.
전반적으로 엔진의 다운사이징의 추세 속에서 출력을 높여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동시에 매연과 질소산화물도 줄여야하는 과제는 짧은 디젤엔진 제작 역사를 가진 현대차가 극복할 수 없는 과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1937년 설립돼 78년의 자동차 역사를 가진 폭스바겐에서도 실제로는 이루기 힘든 성과물이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는 지난달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폭스바겐 자종에 대해 이달 중순까지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조사한 뒤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외 경유 차량으로 검사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현대차는 소비자에게 기만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사태로 폭스바겐社에서 리콜조치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리콜에 응하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상시 작동하게 된다면 연비감소, 출력(토크) 감소가 일어나게 된다. 이것을 받아들일 소비자가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폭스바겐社에서 판매한 자동차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배기가스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현대차에 반사이익이 없었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도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힘쓸 것”이라며 향후 현대차그룹의 대응방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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