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거래제한기업으로 지정한 가운데 중국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술기업을 소환해 미국의 대중 제재에 협조할 경우 비참한 결과(dire consequences)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이번 소환에 정통한 두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3~4일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삼성, SK하이닉스, 암(ARM) 등을 불러 이같이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소환은 중국 경제기획을 총괄하는 국가개발개혁위원회가 주도하고, 상무부와 산업정보기술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3개 정부기관의 참여는 높은 수준의 조율과 중국 최고지도부의 승인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특정기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화웨이에 대한 지지를 모으기 위해 중국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중국에 투자했던 국외 기업들이 장기적인 위험 회피를 위해 생산거점 이전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표준적인 다각화 차원을 넘어서는 움직임은 처벌(punishment)"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업의 국적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미국 기업들에게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제재가 중국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 피해를 줬다고 주장하면서 이 정책을 따르는 기업은 '영구적인 결과(permanent consequences)'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제재를 돌려놓기 위한 국내 로비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넌지시 암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제3국 기업에게는 중국 기업과 현재의 관계를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거래를 계속하는 한 어떠한 불리한 결과에도 직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 정부는 무역 개방과 지적 재산권 보호를 위한 자국의 노력도 강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에 반(反)화웨이 연대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보복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한국이 양국간 갈등의 불똥을 맞을 우려가 커진 셈이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외국 기업·단체·개인이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일에도 신뢰할 수없는 기업 명단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면서 중국법을 지키는 기업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NYT는 삼성과 SK하이닉스, MS, 델, 암 등 이번 소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은 논평 요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중국 기관들도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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