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사회 경험상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때마다 부각되는 것이 개혁논의다. 항상 4대개혁이라고 말하고, 그중에서 노동개혁이 최우선이라고 강조되어왔다. 이번에도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최우선해야 하고 긴급하다고 강조해서인지 이 문제가 연일 뜨겁게 언론을 달구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물론 노동부문의 주무장관인 고용노동부장관이 나서서 노사정 합의 시한을 선언하고 그 시한이 지나자 노동개혁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하는 등 조급한 모습을 국민들이 알고 있다. 9월 13일 노사정 대타협이 이루어졌다니 그래도 다행스럽다는 표현을 써보자.

노사정 대타협 의미는?
자본주의시장경제 체제에서 노동문제는 원래 사적 성격의 문제이다. 노동문제의 기반인 근로계약은 노사 당사자간의 사적계약이므로 근로자의 채용과 해고, 근로시간, 임금수준과 그 체계 등 주체는 노사당사자이지 정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러한 당사자간의 행위가 계약의 원리상 동등한 관계가 부적당한 경우 제도적으로 보완해주거나 전체 국민경제를 고려해 계약의 룰이나 기준을 제시하는 정도이다. 최근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부각되는 임금피크제도 임금문제이므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라마라’ 할 것은 아닌데 마치 정부가 결정하는 것 같은 분위기인 것은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사정대타협의 내용을 보아도 거의 대부분 ‘~~하기로 협의한다’는 것이 대부분인데 정부가 룰이나 기준을 만드는 경우에 정부가 국민, 특히 이해당사자인 노사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당연한 원리인데 대타협이라고 표현한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정치적 선전’이라든가 ‘기만행위’라는 심한 용어를 써가며 대타협을 폄하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은 대정부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앞장서지 않아야 할 것을 앞장서니까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더하여 그것이 잘못되면 정부를 비난하게 되니 국가운영이 얼마나 혼란스러워지겠는가.

임금피크제·저성과자 해고문제가 핵심인가?
 기업의 경영관리자들에게 노동개혁에 관해서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개혁이 임금피크제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70%를 넘었다고 한다.
 과연 노동부문에서 개혁할 내용이 임금피크제인지, 노동계가 노사정 합의에서 반대하고 나선 ‘저성과자 해고’문제가 노동부문에서 개혁할 핵심인지?
 임금피크제는 정년에 임박한 근로자에 해당하는 문제인데 과연 전체 기업내 근로자중에서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노동문제의 핵심인가? 
실제적으로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장년근로자는 기껏해야 대기업에 종사하는 생산직 근로자가 대부분이고 일부 사무영업직 중간관리자 정도인데 그들의 임금을 깎으면 우리나라 노동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 있을까?
임금피크제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노동개혁이라면 정부가 총대를 매는 것도 맞지 않는다. 헌법이 명시한 자본주의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경영에 정부가 제도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체제적으로 맞지 않는다.  
노동계가 사용자편이라는 종래의 불만을 더 증폭시킬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고 부자를 지탄하는 우리 사회의 특징적 분위기를 더 고조시킬까 걱정스럽다.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부득이 한 조치라고 강변한다고 해도…. 
더구나 청년 대 장년의 세대적 갈등을 조장하지는 않을까 더 걱정스럽다
‘저성과자 해고’ 이 문제는 당연히 근로계약의 법적 성격상 기업경영측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해고의 기준을 만들어주고 고용문제를 정부가 왈가왈부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처럼 고용명령서를 발부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의문일까.
 사적인 노동문제 해결에는 우선 당사자인 그리고 근로계약의 주체이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리더인 경영자들이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각 기업이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고 사회적 어려움이 어렵다면 그들이 단체를 통해 기준과 질서를 잡아나가기 위해 경제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경제단체를 만든 목적이 그게 아니던가.
 그래도 어려움이 따르고 국민경제 성장을 위해 제대로 정착되어야 한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뒤에서 후원해주는 것은 또 모르지만.

청년일자리 해결이 노동개혁의 본래 목적인가?
 정부가 임금피크제는 그 오래된 문제인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노동개혁의 핵심과제로 앞장세우고 있다.
 그러면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노동개혁하려는 목적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기왕에 있어왔고 다양한 방안이 제시돼 있다. 
청년일자리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이상 고학력자 비율과 고임금‧고복지를 일컫는 소위 ‘좋은 일자리’가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려운 산업사회 현상, ‘좋은 일자리’만 좇는 고학력자들, 이러한 미스매치라는 것과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없어서 해외로 많은 일자리가 이전했다는 것은 너무나 많이 지적돼 왔다.
 저성과자 해고문제는 도대체 왜 노동개혁의 중심과제로 정부가 앞장서 칼을 휘두르겠다는 것인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우리나라 노동문제가 개혁이 된다고 보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노동개혁이라면 차라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부문의 내용을 제시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노동생산성의 문제이다. 물론 저성과자 해고문제가 그 일부분에 해당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노동생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전문가들은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양보다는 질, 장시간 근로를 탈피하고 단합적인 노동의 성과높이기가 필요하다고 수없이 제안하고 있다. 
 기업조직의 노사간 정보공유와 원활한 소통구조 문제,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기 위한 집중적 노동과 연가봉적 임금체계에서 직무급․성과급적 임금체계로의 전환 등이 노동의 핵심문제로 이미 제기돼 왔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노동개혁의 목표로 삼는다면 단기적으로는 근로조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올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수준을 보완해주도록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재정적으로 복지시혜를 베푸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너무 많은 고학력자를 양산하고 사회적 체면을 중시해서 부자간에 모두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심리를 해소시켜 나가야 한다. 그것은 지금도 입학정원을 못 채우는 수많은 대학을 도태시켜 비정상적 고학력구조를 해소시켜야 한다. 최소한 우리 대학교수를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여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이 4대개혁에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이 참 안타깝다. 그래서 ‘국민 기만행위’ ‘정치적 선동’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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