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서 한진·부영·CJ·카카오 등 15개 그룹 CEO와 정책간담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집단간 정책간담회에서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15개 기업 전문경영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계와 만나 "경쟁 입찰 확대 등을 통해 능력 있는 중소기업에게 적극적으로 일감을 개방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재계 정책간담회를 통해 "지배 주주 일가가 비주력·비상장 회사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 계열사들의 일감이 그 회사에 집중되는 경우에는 합리적인 근거를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석태수 한진 부회장을 비롯해 CJ·부영·LS·대림·현대백화점·효성·영풍·하림·금호아시아나·코오롱·OCI·카카오·HDC·KCC 등 15개 그룹 전문경영인이 참석했다. 포스코, KT 등 총수가 없는 그룹이나 교보생명보험, 미래에셋 등 금융전업그룹들을 제외한재계 순위 11~34위 그룹들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4대·5대·10대 그룹과 만난 바 있다. 이번에는 10대 미만 그룹들을 만나 앞서 요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 근절 등을 요구한 것이다.김 위원장은 그간 상위 재벌과 달리 중견 재벌그룹의 변화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날 10대 그룹에선 자발적인 순환출자 해소 등 바람직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10대 미만 그룹들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와 더불어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언급하며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희생시키는 그릇된 관행"이라며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고 그 결과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뿐만 아니라 존립할 수 있는 근간마저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 협력업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도급 분야에서의 공정한 거래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혁신 성장의 싹을 잘라 버리는 기술탈취 행위의 근절을 위해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포괄하는 입체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그동안의 간담회를 통해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기업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관련 기업들의 자발적인 변화도 늘어나는 등 성과가 있었다"며 "아직 국민의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기업들도 공정거래 질서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라는 데 공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15개 그룹 CEO들은 각 그룹마다 주력사업이 다르고 현안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경쟁법을 적용하게 되면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또한, 공정위가 요구하는 자료 제출에 대한 부담감과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실무적인 비용이 크다는 애로사항을 건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미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동태적 효율성 차원에서 접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각 그룹들은 개별 기업의 특수성에 비춰 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지주회사 전환, 하도급법에 대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새롭게 자산규모 10조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된 카카오는 국내 토종 IT기업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카카오는 토종 IT기업으로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엄청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국내시장을 지켜나가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역외적용을 받지 않아 사업구조가 드러나지 않다 보니 같은 서비스를 오픈해도 국내기업만 규제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 등 향후 사업 전반에 걸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IT기반 기술에서 글로벌 기업에게 뒤처지지 않도록 투자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은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을 수 없고. 기술 플랫폼에 종속되면 쉽게 빠져 나올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맞이하는 디지털 포메이션이 생활 모든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위해서 IT산업의 특성을 이해해주시고 조금 더 전향적으로 헤아려주시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과거 경쟁법 범위 집행기준으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경제현상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시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도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과거의 기준을 너무 경직적으로 적용하면 안 된다는 점"이라며 "국내외 기업 간에 차별 없이, 국적과 관계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 국내외 모든 기업에 대해 동등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플랫폼이나 ICT는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섹터별 규제기관이 따로 있다. 방통위에서는 국내 규제기준이 너무 딱딱해서 국내기업이 역차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한다"며 "국적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이 동등한 사업환경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다. 방통위와 구체적인 협업을 통해 좁혀가려는 노력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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