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생명과학 소액주주 8만여명…지분가치 4천억원 증발

'인보사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20일 제일합동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100여명은 이번 주 중 회사 및 경영진을 상대로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낼 예정이다.

이 법률 사무소의 최덕현 변호사는 "늦어도 오는 24일까지 회사와 전·현직 경영진을 대상으로 검찰 고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오롱티슈진의 사실상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사내이사 회장직을 작년까지 맡았던 이웅열 전 회장도 고소 대상에 넣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은 코오롱티슈진·생명과학이 지난 2017년 3월 인보사의 미국 내 위탁생산업체인 '론자'사로부터 인보사 주성분 중 연골세포가 실제로는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293유래세포)라는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도 그동안 이를 은폐해왔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주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인식하고도 이를 숨기고 2017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등 최근까지 다수의 허위공시를 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나 자본시장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코오롱티슈진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소액주주는 작년 말 현재 5만9천445명이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451만6천813주(지분율 36.66%)에 이른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지난 3월 말 인보사 제조·판매가 중단되기 직전 1천556억원에서 이달 17일 현재 492억원으로 1천64억원(68.36%)이나 감소했다.

여기에 코오롱생명과학 소액주주(3월 말 현재 2만5천230명, 지분율 59.23%)들의 주가 하락분을 합하면 인보사 사태로 인한 양사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 손실액은 총 4천102억원에 이른다.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인보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는 상황이어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인보사 품목허가가 취소되면 기업 존속 가능성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소액주주의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코오롱티슈진·생명과학 측은 "2017년 3월 검사 결과를 통보받은 것은 맞지만, 당시 담당자들이 '위탁생산이 가능하다'는 내용에만 집중해 보고하느라 성분이 바뀐 사실을 최근에야 제대로 파악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인보사 주성분 변동 사항은 회사의 장래가 달린 가장 중요한 내용임에도 회사 측이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웅열 전 회장이 인보사 사태가 터지기 약 넉 달 전인 작년 11월 말 돌연 경영 퇴진을 선언, 퇴직금으로 411억원이나 챙겨 물러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코오롱티슈진 주주 게시판에는 "사태가 밝혀지면 회사 존폐 문제가 되고 검찰 수사가 들이닥칠 테니 먼저 퇴임하는 수를 쓴 것"(id suns****), "책임을 회피하려 갑자기 은퇴해 퇴직금을 '먹튀'했다"(id giry****) 등을 주장하는 비난 글이 올라왔다.

물론 코오롱 측은 '이 전 회장도 퇴임 전에는 인보사 문제를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인보사에 약 19년간 1천100억원을 쏟아붓고 "내 인생의 3분의 1을 인보사에 투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회사 측 설명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당시 해당 검사 결과를 인보사 일본 수출 계약 상대방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도 제공했다"며 "만약 회사가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 검사 결과를 꼭꼭 숨겼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은 이후 인보사 수입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을 냈으며, 코오롱생명과학에서 받은 문제의 검사 결과 자료를 발견해 소송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작년 11월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임 발표 당일까지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이 사실을 몰라서 다른 일정을 잡은 상태였다"며 "이 전 회장이 인보사 문제를 미리 알고 물러났다면 대표가 이를 몰랐을 리가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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