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기술과 인력을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공방전이 격화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 수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분쟁 또한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8일 LG화학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자발적 퇴직자는 2016년 350여명, 2017년 400여명에 이른다. LG화학 전체 규모지만 자발적 퇴직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만큼 이직한 배터리 전문인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동안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R&D),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와 관련해 '인력 빼가기'가 아닌 업계 최고 대우를 통해 인재들을 끌어모았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LG화학의 직원 평균 연봉은 8800만원, SK이노베이션은 1억2800만원이다. 배터리 사업의 인센티브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갈등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률만큼 관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성장 단계라 인력 수요와 공급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해 인력 쟁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화학 분야 기술은 물론 자동차와 같은 대량생산 공정 노하우 등도 필요한 난도가 높은 산업이라 관련 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배터리 기술 개발 및 생산 인력이 필수다.

업계 선두주자인 LG화학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투자와 연구개발 끝에 지난해 분기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두 회사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이에 따라 어느정도 충돌이 불가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2위의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다만 업계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경력직 채용을 두고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입장과 LG화학이 충분히 대우하지 못한 결과라는 입장이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는 아직 성장 단계로 전문인력풀이 적기 때문에 초기 반도체 시장과 마찬가지로 인력 쟁탈전이 치열하다"며 "관련 전문가의 이직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어 "수십명의 대규모 이직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인력 및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모정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차전지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반면 연구개발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전문인력의 대폭적인 양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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