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언급하며 "이번 주총 시즌이 우리 기업 지배구조 변화의 '이정표'가 됐다"는 표현을 또한번 썼다.
김 위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정거래실천모임과 서울대 경쟁법센터 등 4개 기관이 공동 개최한 조찬간담회에서 강연자로 나서 이같이 말한 뒤 "이제 우리 기업들이 특별 결의가 필요한 안건을 주총에 올릴 땐 주주·시장·사회의 용인을 받기 어렵다면 통과가 어렵단 걸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 안건이었다. 과반수 찬성만으로 통과되는 보통결의 안건보다 기준이 깐깐한 셈이다. 임원의 해임, 회사의 합병·분할 등 중요한 사항들이 특별결의 안건에 속한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그간 경영승계의 핵심적 안건들, 사회적 논란이 된 안건들이 다 여기에 해당된다"며 "그만큼 충분히 설득력 있는 내용이 아니면 이제 주총 통과를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 출장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번 주총에 대해 "변화의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당시 그 근거로는 이번 주총 시즌에 주주 행동주의 강화 등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 문제를 언급하며 "기관투자자에 대한 문제 등 과제도 많이 있다"고 했다.그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그 다음에 국민연금 지배구조는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논의가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자신이 가진 자산의 절반 정도는 운영사에 위탁해 운영하면서 주주권 행사는 전체를 다 한다"며 "반을 위탁했으면 주주권도 반만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는 운용을 위탁하면 위탁 운용사에 주주권 행사도 같이 위탁해야 하고 위탁 운용사 역시 그 스튜어드십 코드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말했다.이어 "국민연금이 기업들에 대해 과도한 경영개입을 할거란 우려도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