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은 26일 "글로벌 진출은 기축통화국과 신흥국 투트랙 전략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진 행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취임식에서 "기축통화를 조달할 수 있는 똘똘한 채널을 발굴하고 신흥국에서는 베트남에 집중투자해 초격차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진 행장은 이날 공식 임기가 시작돼 2020년말까지 1년9개월간 신한은행을 이끌게 된다.

약 20년간 '일본통(通)'으로 활동해온 진 행장은 글로벌 전략에 대한 경영 철학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기축통화국 진출과 관련해 "한국은 세계 경제 10대 국가에 들지만 통화의 안정성은 굉장히 약하다"며 "은행이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급등하면 국내 이익을 전부 외국에 바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 기축 통화를 조달할 똘똘한 채널을 발굴하는 게 글로벌 전략의 한 쪽 방향이다"는 설명이다.

진 행장은 "과거 저는 신한은행 일본 현지 법인인 SBJ은행을 설립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었다"며 "덕분에 2007년 리먼 사태가 끝날 무렵 2500억엔을 한국 본사로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2의 IMF가 와도 한국 본점이 버틸 수 있도록 기축통화국 채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신흥국과 관련해서는 베트남 등 일부국가에 집중투자해서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진 행장은 "한정된 자본을 여기저기 뿌리기 보다는 베트남에 더 과감하게 집중투자해 현지 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캄보디아나 미얀마도 주목하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외 또 다른 중요한 경영 축인 '디지털'과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디지털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인력 채용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과거에는 상경계를 뽑아 순환 근무 시키며 IT인력을 양성했지만 이제는 IT에 기본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채용부터 이러한 방식을 적용할 방침도 함께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고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진정한 1등 은행이 되기 위해 첫번째로 기억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고객"이라며 "은행의 전략과 추진 사업은 물론 상품과 서비스 전반을 고객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보고, 신한을 찾는 모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리딩 뱅크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경영 실적이나 고객 수 등 숫자가 아닌 '고객 중심 사고'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정한 상인은 상대의 이익도 생각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한다"며 "고객을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봐선 안되고 고객의 자산을 늘려주면 우리의 이익도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달한 조언도 언급했다. 그는 "조 회장은 조직안정에 관한 부분과 기업 금융을 잘 챙겨달라고 했고 위 행장은 기관영업과 디지털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WM(자산관리) 부문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감한 경영 현안과 관련한 문제는 답을 아꼈다. 그는 신한금융이 제3인터넷전문은행을 준비하는 '토스 컨소시엄'에서 빠진 것에 대해 "이 부분은 지주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문제이고 현재 토스가 사업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당분간 얘기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고 전했다.

채용비리 등 재판이 진행 중인 조용병 신한금융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어떻게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문제"라며 "앞으로의 방향을 가정하고 얘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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