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엘리엇 후보 찬성 유감…이해상충 등 문제 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헤지펀드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를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12일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영하는 이사회 보강 계획을 밝혔다. ISS가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반대하면서도 추천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나타낸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 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과 전략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으로 계속 보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룹은 국적과 상관없이 전 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사외이사 후보들의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구성, 현대차와 모비스가 최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룹 관계자는 "시장과 주주들로부터 존중 받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구비한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합류시켜 다양한 주주의 이해관계를 경영에 반영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요구한 8조원대 고배당에 대해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에 우선주를 포함해 배당금 5조8000억원과 2조5000억원을 각각 요구했다. 이는 주당 2만1967원, 2만6399원 배당에 해당하는 액수로, 현대차와 모비스 사측이 제시한 주당 배당금 4000원의 5~6배 수준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올린 당기순이익은 1조6450억원으로, 엘리엇의 배당요구는 순이익의 353%에 이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률로만 단순 비교해도 회사측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특히 현금배당과 관련해 회사 이사회 안건에 대한 찬성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총도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에 찬성을 권고하며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S가 찬성한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는 현대차 존 리우, 로버트 랜달 맥귄 후보, 모비스 로버트 알렌 크루즈,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후보 2명 등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엘리엇 후보들이 사외이사가 될 경우 엘리엇의 입맛대로 배당 확대와 무리한 경영 자료 요구를 해 올 것이 자명해 안정적 기업 운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ISS가 찬성 의견을 제시한 현대차 로버스 랜달 맥귄 후보와 현대모비스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의 경우 양사의 경쟁 업체에서 현재 근무 중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ISS가 심각한 문제를 간과한 것 같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랜달 맥귄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 생산 및 판매하는 회사인 발라드파워스시템 회장으로, 이 회사는 수소전기차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로버트 알렌 크루즈 후보는 중국 전기차 업체이자 현대모비스의 거래 당사자인 카르마의 CTO로, 후보가 거래 당사자인 두 회사 임원 지위를 겸임할 경우 상호 이해상충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존 리우 후보와 모비스 루돌프 마이스터 후보에 대해서도 "회사의 미래전략을 수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존 리우 후보의 경우 ICT 분야 경력이 통신사업 부분에 집중돼 있어 자동차 관련 ICT 사업분야에 대한 적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평가다. 특히 그가 2002년~2007년 중국시장에서 근무한 통신사의 경영실적이 양호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모비스 루돌프 마이스터 후보는 변속기 제조사인 ZF에서 근무했지만 경력이 A/S 부품유통사업에 치우쳐 모비스의 미래 자동차 핵심 신기술 집중 전략과는 부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SS는 의결권 자문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 글래스루이스는 20% 점유율의 2위 업체다. 이들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외국인 주주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한편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원 역시 이날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전달한 주주제안에 반대하며 이사회 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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