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기업가정신은 어떻게 키워지는가. 이 정답을 본지 지령 100호 기념 특별기고를 통해 유대인 경제 전문가 홍익희 세종대 교수가 명쾌하게 풀어준다. 사진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틱 지역 유대인 청년기업가 모임. 이런 행사는 성인 유대인 기업인들이 지원한다. 이런 지원 체계가 유대인 기업가정신의 기본 골격이다.

유대인 기업가의 성공 사례는 무수히 많다. 월스트리트를 위시한 세계 금융산업이 그들의 손아귀에 있고 정보기술(IT) 산업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오라클 등 선두기업 창업가는 유대인이다. 영화산업은 아예 유대인에 의해 태동했으며 할리우드 제작자 대부분이 유대인이다. 유통산업, 특히 백화점을 키워온 주도세력도 유대인이며 관광산업 또한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 기타 언론산업, 의료산업, 법률산업, 컨설팅산업, 패션산업, 보석산업, 미용산업 등 한마디로 서비스산업 대부분을 그들이 주도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이런 파워는 어디서부터 유래되는 것인가가 궁금해 연구했다. 그 결과물이 ‘유대인 경제사’ 10권이다. 아브라함 시대부터 지금의 월스트리트에 이르기까지 유대인의 역사를 경제사적 관점에서 조망했다. ‘TYCOON’ 지령 100호 기념 특별기고로 이들 유대인의 기업가 정신의 비밀을 정리해 본다.

홍  익  희 교수

서울고와 외대 스페인어과 졸
한국무역협회(KOTRA) 보고타, 상파울루, 마드리드무역관 근무
경남무역관장, 뉴욕무역관부관장, 파나마무역관장, 멕시코무역관장, 마드리드무역관장, 밀라노무역관장 역임
세종대학 교수
주요 저서로는 베스트셀러인 ‘유대인 이야기’를 비롯해 ‘세 종교 이야기’,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 ‘유대인 경제사’(전 10권), ‘한국경제의 절묘한 시나리오’, ‘21세기 초 금융위기의 진실, ’유대인, 그들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유대인 창의성의 비밀’, ‘세상을 바꾼 다섯 가지 상품 이야기’ 등이 있다.

 

유대인 기업가정신은 어떻게 길러지나

독서·질문·토론으로 어려서부터 창의력 키워
신 앞에 평등한 ‘후츠파 정신’도 눈여겨 볼만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개인 사무실 대신 일반직원과 함께 어울려 일하기를 즐겨한다. 이는 유대인 기업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후츠파 정신’이다.

유대인 기업가 정신을 논함에 있어 그들의 종교인 유대교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생각이나 사상 대부분이 유대교 신앙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은 모든 것을 만드시고 마지막에 ‘하느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했다. 이때 ‘하느님의 형상대로’란 인간의 외모가 아닌 내면이라고 유대인들은 믿고 있다. 
따라서 유대교는 인간 내면에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가르친다.
성경에 하느님이 흙으로 인간을 빚은 뒤 코에 생기를 불어넣는 장면이 나온다. 유대인은 이 생기가 바로 하느님의 영혼이라고 믿는다. 곧 사람을 만들 때 하느님은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었고, 그 영혼이 인간 몸에서 살다 죽으면 다시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교는 사후 천국과 지옥 개념이 없는 현세종교다. 
그런데 이때 하느님은 그 영혼이 세상에서 합당하고 거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영혼에 맞는 탤런트도 같이 주셨다고 한다. 이를 철석같이 믿는 게 유대인이다. 
그래서 유대인 자녀 교육의 핵심은 아이가 탤런트를 13세 성인식 이전에 찾을 수 있도록 부모가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다. 
그 방법은 대화와 독서다. 부모가 밥상머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화하고, 취침 전 베갯머리에서 15분 이상 책을 읽어줘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부모와 대화와 독서를 한 아이는 네 살이 되면 다른 아이들과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일반 아이들이 800~900단어를 알 때 유대인 아이들은 1500단어를 인지한다. 이후 차이는 더 벌어진다.

13세 이전에 자기 능력 찾도록 지원
유대인에게 거룩하게 산다는 것은 하느님을 표현하는 생활을 뜻한다. 또 고귀하게 산다는 뜻보다는 남들, 곧 대중과 다르게 사는 걸 의미한다. 하느님이 주신 자기만의 독특한 탤런트를 찾아내 유니크하게 사는 것이다. 
따라서 유대인 자녀 교육의 목표는 아이가 베스트가 아닌 유니크한 존재가 되는 걸 도와주는 데 있다. 
한 학년에서 베스트는 한 명밖에 없지만 유니크한 존재는 모든 학생이 될 수 있다. 이런 사고가 유대인 창의성의 기반이다.
유대교에는 아담과 이브의 불순종 죄는 인정하지만 그 죄가 후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다는 원죄사상은 없다. 그들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유대인에게 죄란 과거에 있지 않고 현재에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기에 하느님이 인간에 거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유대교에서 죄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합당한 삶을 살지 않는 것이다. 
주어진 가능성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게으름’과 ‘무능력’이 죄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믿지 않고, 하느님이 주신 자기 안의 탤런트를 찾아 키우지 않고 무능력한 사람이 되는 것이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이다. 따라서 유대인에게 신앙이란 자신에게 내재된 하느님의 형상과 탤런트를 찾아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이다.
필자가 1996년 뉴욕무역관 부관장 시절 블룸버그통신 사장이던 마이클 블룸버그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평사원과 똑같이 사무실 한쪽에 있는 그의 책상에서 우리 일행을 맞았다. 사장실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브리핑을 직접 하는 게 아닌가. 회사 곳곳의 견학도 직접 본인이 우리 일행을 안내하며 세심한 부분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때의 놀라움은 필자가 유대인 역사를, 그들의 가치관을 공부한 뒤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다른 유대인 기업가도 대부분 직원들과 함께 앉아 근무한다. 직원과의 소통이 쉽다는 이유 외에도 업무에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자기만 특별대우를 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일부 유대인 사장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자리를 옮겨 다니기도 한다. 그들에겐 별도의 사장실도, 지정된 주차공간도 없다.
이런 평등사상이 낳은 수평문화가 바로 후츠파 정신이다. 유대인은 직장에서의 직책은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한 역할 분담이라고 생각한다. 그것 때문에 사람 간에 종속관계가 성립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경영층과 신입사원 간에도 자유롭고 당당하게 질문하고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대인 기업가의 리더십은 바로 이런 소통문화, 수평문화를 이끄는 데서 나온다. 
유대인의 평등사상은 뿌리가 깊다. 모세 율법의 본질이 ‘정의와 평등’이다. ‘정의’는 고아나 과부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고 ‘평등’은 세상의 통치자는 하느님 한 분이며,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개념이다. 
이런 율법의 평등사상은 즉각 정치제도에도 반영됐다. 기원전 13세기 이집트를 탈출해 가나안으로 돌아온 이스라엘인들은 역사상 유례없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탄생시켰다. 열두 지파 자치제를 시행한 것이다. 

‘정의와 평등’ 율법이 기업가정신 원천   
19세기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면서 종교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기독교도들은 다윈이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원숭이의 이미지로 훼손시켰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유대교에서는 진화를 단계별로 이뤄지는 또 하나의 창조로 해석한다. 유대교의 ‘티쿤 올람’ 사상에 따르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가 아닌 ‘개선시켜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티쿤 올람’이란 유대교 신앙의 기본원리 가운데 하나로 ‘세계를 고친다’는 뜻이다. 인간이 하느님의 파트너로 세상을 개선시켜 나가야 하는 책임을 의미한다. 신은 세상을 창조했지만 미완성 상태이기 때문에 인간은 계속되는 신의 창조행위를 도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자 인간의 의무라는 설명이다. 이것이 유대인의 현대판 메시야 사상이다. 
메시야란 어느날 세상을 구하기 위해 홀연히 나타나는 게 아니라 유대인 스스로가 신과 협력해 세상을 완성시키는 메시야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대인이 창조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 사상 때문이다. 이는 또 유대 기업인이 자기 분야를 통해 세상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과 비전 제시에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에도 독서 중시의 유대인 전통은 변함이 없다. 더구나 안식일에는 어떤 일도 하지 못하게 돼 있어 독서와 대화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유대인 거실에는 독서와 대화를 위해 대부분 TV가 없고 책장과 원탁 테이블이 놓여 있다. 유대인 부모는 안식일뿐 아니라 평소에도 책 읽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녀들을 자연스레 독서로 이끈다. 
유대인 자녀들이 독서에 강한 모습은 단적으로 미국 대학입학 시험인 SAT에서 드러난다. 
이 시험은 영어, 수학 두 과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일반적으로 유대인 학생의 경우 영어시험에서 다른 백인 학생들보다 평균 20% 정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어려서부터 습관으로 굳어진 독서량의 결과다.
유대인들은 ‘생각이 바로 경쟁력’이란 사고를 지니고 있다. 사고의 범위를 넓혀야 성공한다는 생각이다. 창의성은 특별한 사람의 유전자에 각인된 초자연적인 힘이 아니다. 누구나 배우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독서는 이런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천이다. 
특히 독서 후 질문과 토론은 이를 극대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토론식 교육은 머리를 분석적이며 통합적으로 개발한다. 어디 그뿐인가. 토론하는 동안 본인이 평상시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창의력 개발이다. 토론하는 두 사람의 창의력이 부딪치면서 파생되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 유대인의 창의력이 강한 이유이자 유대인의 교육 자체가 대부분 질문과 토론으로 진행되는 이유다. 

 

이산의 아픔을 정보력으로 승화

디아스포라가 만든 ‘글로벌 네트워크 파워’
유대민족 자체를 하나의 대가족으로 생각

단 6개의 회사가 글로벌 미디어의 96%를 장악하고 있다는 풍자 그림. 유대인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정보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유대인 기업가들은 공동체의식이 강하다. 그들이 강한 이유다. 유대인 기업가를 상대할 때는 그를 한 사람의 개인으로 보지 말고 유대인 기업가 그룹을 상대하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가가 아니더라도 유대인은 동족 간 협동심이 강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유대인들이 2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세계 곳곳에 흩어져 디아스포라를 꾸미고 살아가면서도 민족적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종교의 힘이었다. 
이에 기반한 그들의 디아스포라 수칙은 ‘모두가 한 형제’란 의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마디로 종교 공동체이자 대가족 공동체였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 안의 약자를 돌보는 게 의무이자 정의였다. 그래서 그들은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각자 능력껏 벌어 필요에 따라 나눠 쓰는 방식을 택했다. 버는 건 자본주의의 능력과 효율을 중시했고, 분배는 공산주의 방식을 택했다. 지금도 이스라엘의 집단농장인 키부츠는 이런 삶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나눔 정신은 물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물질보다 더 강력한 지혜와 정보를 나눈다. 부자가 자신의 재물을 사회에 기부해야 하는 것처럼 지혜로운 자는 자신의 지혜를 공동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족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봉사하지 않는 것은 죄다. 동족을 위해 하는 기도는 의무다. 
자신의 동료를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구할 수 있는 자가 그와 같이 구하지 않으면 이는 죄를 짓는 것이다. 이런 공동체 의식은 현대에도 변함없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공동체뿐 아니라 민족 자체를 하나의 대가족으로 생각한다. 유대교 회당인 시너고그에 모르는 유대인이 찾아오면 적어도 원로 가운데 한 사람은 그를 자기 집 식사에 초대해야 한다. 
그가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줘야 하는 게 그들의 오랜 관습이기 때문이다. 이때 그 지방의 사업을 잘 아는 사람들도 함께 초대한다. 그러면 어디서 왔더라도 어색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족이 된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출장을 가면 꼭 그 지역 시너고그부터 찾는다. 
유대인은 사제가 없는 그들의 종교를 평신도들이 지키기 위해 기원전부터 의무교육을 통해 모든 성인 남자들이 글을 깨우쳤다. 이 점은 시대를 초월한 엄청난 경쟁력이었다. 지식의 함양으로 연결돼 학자가 되고, 의사가 되며, 상인이 될 수 있는 재산이었다. 
유대인은 뿔뿔이 흩어져 살다보니 공동체 간 편지 왕래를 통해 종교적 의문점을 물어보고 답했다. 이것이 발전해 편지로 상업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에 매우 능했다. 정보가 시장의 거래를 좌우했다. 유대인이 교역과 금융으로 성공한 이유다. 
그들이 각국의 환시세를 꿰뚫고 특정 상품의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알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정보의 힘이었다. 

정보교류 통해 교역과 금융 장악
유대인에게는 독특하고도 유용한 관습이 있다. 안식일에는 절대 일을 하지 않지만 안식일이 끝나면 무섭게 일을 시작한다. 유대인의 안식일은 금요일 일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독교의 주일보다 하루 이상 빠르다. 
그들은 안식일이 끝나는 토요일 일몰시부터 일을 시작해 토요일 저녁에 그 주간의 일을 정리한다. 이를 토대로 일요일에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한다. 그리고 이날 각국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 커뮤니티인 디아스포라 간에 중요한 정보를 교환한다. 
일요일 오후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디아스포라들로부터 모인 정보를 분석, 그 주간의 중요한 행동지침을 정한다. 그리고 이를 정리해 일요일 저녁쯤에는 디아스포라 간에 서로 정해진 행동지침이나 정보를 교환한다. 
월요일 아침에야 일을 시작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일반 민족에 비해 매주 하루 이상을 일찍 시작하는 셈이다. 구조적으로 유대인들이 일반 비즈니스맨보다 정보전에서 앞서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정보가 생명줄인 금융부문에서 유대인이 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관습은 현재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정보가 그 어느 시대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창업생태계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줘 
유대인들은 어느 민족보다 결속력이 강하다. 그들은 창업생태계를 꾸려가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한 이스라엘 벤처기업 모습이다.
유대인은 영원한 유목민족이다. 그들의 역사 자체가 아브라함의 떠남에서 출발했다. 그 뒤 방랑과 이산(離散)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목민족은 척박한 환경에서 고난을 극복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민족이다. 정주민족은 절대로 이들을 이길 수 없다. 정착사회에서 곱게 태어나 편하게 자란 민족이 사막과 황야의 시련에 단련되고 생존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유목민족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유대인에게는 단결력이라는 무서운 힘이 있다. 고대부터 이어진 유대인의 디아스포라 수칙의 주요 요점은 ‘모든 유대인은 그의 형제들을 지키는 보호자이고, 유대인은 모두 형제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유대인 고유의 공동체의식이 유대 사회를 발전시켰고, 세계 각지의 디아스포라를 하나로 묶어 놓았다. 이 원칙은 시대에 따른 개혁을 거쳐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대인이 강한 이유 중 하나다. 

자선은 최고의 품격이자 의무 
“남을 도와줄 때는 화끈하게 도와줘라. 처음에 도와주다 나중에 흐지부지하거나 조건을 달지 마라, 괜히 품만 팔고 욕먹는다.” 이는 탈무드에 근거한 말이다. 
유대인에게 있어 자선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것도 종교적 의무다. 유대교에 의하면 사람이 하느님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참회, 기도, 자선’이다. 그래서인지 유대인들은 자선을 베풀 때도 하느님 앞에 그 마음가짐을 달리 한다. 탈무드는 ‘자선의 품격’을 8단계로 나눈다. 가장 하치의 품격이 속으로는 아까워하면서 마지못해 도와주는 것이다. 하느님 보기에 썩 예쁘지 않은 것이다. 
사실 히브리어에 자선이란 단어는 없다. 그들에게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마땅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자선이라 부르지 않고 정의(체다카)라 부른다.
흥미로운 것은 체다카 품격 가운데 최상의 품격이 상대방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물질적 도움만은 아니다. 지식과 정보는 물론 인맥 형성 지원 등 상대방의 자립에 필요한 모든 도움을 망라한다. 한마디로 화끈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에 있는 유대 기업인들이 조국 이스라엘 창업가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체다카 품격의 8단계

1. 아깝지만 마지못해 도와주는 것 
2. 줘야 하는 것보다 적게 주지만 기쁘게 도와주는 것
3. 요청을 받은 다음에 도와주는 것 
4. 요청을 받기 전에 도와주는 것 
5. 수혜자의 정체를 알지 못하면서 도와주는 것, 수혜자는 당신을 앎
6. 당신은 수혜자를 알지만 수혜자는 당신을 모르게 도와주는 것
7. 수혜자와 기부자가 서로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도와주는 것
8. 수혜자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유대인끼리 믿고 밀어주는 결속력

무이자 사업자금 지원 창업 활성화 원동력
한번 맺은 계약은 목숨 걸고라도 철저히 이행

뉴욕에 있는 유대인 상점 모습. 이들은 하넌 맺은 계약은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려는 신용 때문에 세계 어딜가나 상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

고대부터 유대인은 사업이 성공하면 먼저 가족과 친척을 참여시키고 번창하면 동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대부분 친척이 일군 사업에 참여하는 게 오랜 관습이다. 
본인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친척들이 재정적 지원을 한다. 설사 주변의 재정적 지원이 없더라도 유대인 사회의 ‘무이자 대부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성공한 유대인 기업가들은 지원단체를 조직해 다른 유대인을 돕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금을 조성한다. 사업자금을 무이자로 대부하는 제도가 역사적으로 유대인 사회에 존재했다는 사실은 매우 특기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제도는 그들 율법이 명하는 바에 따른 것이다. 율법에는 ‘필요한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어야 한다(출 22:25)’는 말과 동족에게는 이자를 취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유대인의 성공은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에서 18세기부터 있었던 ‘헤브라이인 무이자 대부협회’다. 이러한 전통은 유대인들이 미국에 이민가서도 계속됐다. 성공한 유대인들은 기부금을 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보통 1만달러에서 50만달러가 절반 정도이고 500만달러가 넘는 금액도 흔하다. 이런 모금단체를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조직이 미국에만 200개가 넘는다.

나스닥 상장기업 수 유럽보다 많아
유대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패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이자대부협회도 실패한 창업자에게 세 번까지 무이자대부 기회를 준다. 
이렇게 동족 간에는 시스템으로 창업을 지원한다. 특히 유대인들은 실패를 경험할수록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후츠파 정신이 투철하다.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대부가 아닌 투자를 위한 벤처투자펀드도 발달돼 있다. 인구 800만명에 불과한 이스라엘이지만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은 유럽 전체 숫자보다도 많다. 
이스라엘에서는 청년들이 매년 500개 이상의 새로운 벤처기업을 만든다. 
이스라엘 경제가 활력으로 가득 찬 이유이다. 
실리콘밸리의 창업환경도 기실 유대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LA에 있는 유대인단체는 무이자로 유대인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는데, 그 회수율이 80%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물론 그 자금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이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기부해 기금이 불어나고 있다. 
이렇듯 유대인들은 그들 스스로 창업생태계를 꾸려가며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보다는 투자가 이들 창업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유대인으로부터 나온 ‘고객지향주의’
유대인은 떠돌이 민족이다. 그들은 설사 정주민족 내에 들어와 살더라도 영원한 이방인이자 아웃라이어다. 
아웃라이어란 표본 집단에서 동떨어진 존재를 이야기한다. 
소외된 자, 그늘에 가려진 자, 사회에서 매장된 자. 그들이 유대인이었다. 그런데 역사는 이러한 아웃라이어들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를 준다. 
그것도 황금 기회를. 농경사회에서 축출돼 상업에 눈뜨고 뿔뿔이 흩어지게 돼 글로벌한 민족이 된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아니 이것이 역사의 이치다. 
뒤집어 보면 유대인은 가장 생산성이 낮은 농업에서 퇴출당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업과 교역으로, 그리고 상인집단인 길드에서 퇴출당한 다음에 이를 이겨내기 위해 고객지향주의를 창출했다. 
고객지향적인 현대 경영학 이론은 대부분 유대인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세에 유대 상인들은 가는 곳마다 상권을 장악했다. 그러자 당시 막강했던 상인조합인 길드로부터 쫓겨났다. 
길드로부터 퇴출당한 유대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길드 내 상인보다 더 좋은 물건을 더 싼값에 공급하면서도 고객 서비스 수준을 더 좋게 해줘야 했다. 
한마디로 모든 게 고객의 니즈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유대인은 길드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오로지 ‘고객만족’으로 승부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고객을 유일한 법으로 생각하는 현대 자본주의의 씨앗이 됐다.
길드에서 배제된 유대인이 ‘착한’ 가격으로 중세 상업의 기반을 흔들어놨다. 유대인은 길드가 정한 가격과 이익체계를 해체해버리고 고객 중심의 자유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그 통에 오히려 막강했던 길드가 와해됐다.
근대 초 독일권의 한자상인들이 유대상인들과 소금 유통권을 갖고 싸우다 와해된 것도 좋은 예다. 한자상인이 암염으로 유럽 북부상권을 장악하고 있을 때 유대상인은 스페인에서 천일염을 들여와 이를 한 번 더 정제해 암염보다 훨씬 싼값에 공급했다. 
당연히 품질 좋고 싼 천일염이 기존 유통을 대체했다. 
게다가 유대인은 당시 어음거래를 했는데 한자상인은 현금거래를 고집하다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로써 유럽의 상권 세력이 바뀌었다.

계약은 일의 시작이 아니라 완성 의미
우리가 유대인 바이어와 거래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거래 초기단계에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그 내용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계약을 일의 시작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나 유대인에게 계약이란 일의 완성을 의미한다. 
유대인은 한 번 맺은 약속인 계약은 철저히 이행한다. 유대교의 특징이 계약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계약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당위다. 그들이 비단 신과의 계약뿐 아니라 상업상의 계약도 중시하는 이유다.
한편 유대인 기업가는 항상 직원과 소통하면서 좋은 질문을 던져 창의적인 토론을 유도하곤 한다. 
그들이 사장실 없이 직원들과 함께 앉아 근무하는 이유다.
탈무드에는 ‘혼자서 배우면 바보가 된다’는 구절이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탈무드를 가르칠 때는 질문과 토론 방식으로 가르친다. 
이런 방식은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교 교육 또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고 원리를 스스로 깨우치게 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수업방식은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며 질문을 매개로 토론이 진행된다.
질문은 준비된 자의 노고의 산물이다. 좋은 질문일수록 그렇다. 질문이 유대인 창의성의 뿌리다. 
불꽃 튀는 질문과 토론은 여러 사고방식의 충돌과 융합에 의해 창의성을 길러내는 토양이 된다. 이제는 학문에서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융합과 통섭이 요구되고 있다. 
유대인 가르침 가운데는 ‘사람은 잘 배워야 한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배우는 습관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아이가 수동적으로 배우는 습관을 들이면 인간의 천성적인 창의력이 서서히 죽기 때문이다. 
탈무드는 ‘교사는 혼자만 알고 떠들어서는 안 된다. 만약 아이가 듣기만 한다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앵무새를 키우는 것일 뿐이다. 
교사가 이야기하면 학생은 그것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질문에도 격이 있다. 질문이란 것은 내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알아야 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변을 유도한다. 질문하는 것을 보면 학생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대인 학교에서는 좋은 질문을 하는 학생이 학급의 리더가 된다. 마찬가지로 기업가도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훌륭한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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