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정신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단점
전문경영인 보좌 받으며 글로벌 감각 키워

SK, 롯데의 공통점은 아직 3세로 경영권 대를 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3세들이 어리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나와 차세대 경영과 관련 자녀들의 뜻을 존중하겠단 뜻을 내비쳤다. 하고 싶으면 길을 열어주겠단 의미다. 따라고 롯데家도 경영권 분쟁이 깔끔하게 완료되면 3세 경영수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3, 4세대 차세대 리더들은 대부분은 해외 유학파다. 국제적 감각을 몸에 익혔고 경영 수업도 제대로 받았다. 그러나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긴 어려운 상황. 때문에 기업가정신이 흐려진 사건들이 가끔 벌어지곤 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의 해외 부동산 투기 등이 그런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차세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창업주가 일궈놓은 그룹을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기업가정신을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의 외부요인과 내수부진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 성적표가 예년만 못하다. 차세대들이 경영일선에서 ‘뭔가’를 보여줄 기회가 그만큼 없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은 이유가 있다. 바로 경영 전선(戰線) 전후방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차세대 리더들 때문이다. 
차세대를 한마디로 평가하면 ‘젊은 미래’다. 현재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부분이 3·40대들이다. 개중에는 20대와 50대도 있지만 3·40대가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한민국 ‘경제 혈관’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 있다. 

경영권 승계 숨 가쁘게 이뤄져  
삼성家는 이건희 회장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다. 그래서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家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3명의 차세대 리더가 있다. 
이들은 각각 전자, 서비스, 화학 등으로 특화된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차세대다. 이들 3남매는 각자의 영역을 끌어안고 이 회장이 물러나면 계열분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주축이 되는 것은 역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자산업군이다. 
이 부회장은 부회장이 되면서 경영 보폭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어졌다. 태양광, 반도체, 자동차, 통신 등 다양한 업계 최고경영자들을 만나면서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은 물론 인맥,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무렵이다. 당시 삼성 비자금 특검과 관련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후 해외 순환근무를 자처했다. 이때 브라질, 러시아, 인도, 독립국가연합 등 신흥시장과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주요 거래선과 인맥을 넓혔다. 
현대家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승계가 그다지 머지않다는 게 정설이다. 자동차는 정 부회장이 승계하고 여동생은 호텔 사업으로 분리할 전망이다. 
누나들은 광고, 금융 계열사 고문으로 경영일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대신 사위들이 계열사 경영 일선에 참여했다. 정명이 씨의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정윤이 씨는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과 이혼했다. 
두산家는 형제간 승계를 마치고 재계에서는 드물게 4세 경영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용만 회장이 임기를 마치면 맏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 회장으로 그룹 경영권이 넘어갈 전망이다. 이후로는 3세에서 보여준 형제간 승계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가 경영권 넘겨받은 곳은  
유통업계 ‘빅2’는 이미 차세대 시대를 열었다. 롯데家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미 경영권 대부분을 넘겨받은 상태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인데다 최근 겪은 ‘왕자의 난’을 통해 후계구도를 굳혔다. 일본 쪽 롯데를 맡고 있던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일본 경영권마저 내 놔야했다. 
신세계家는 이명희 회장 대신 정용진 부회장이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LS家는 구자홍 회장에서 구자열 회장 체제로 경영권이 넘어 온 상태다. 4촌경영의 아름다운 전통에 의해 다음 경영권은 구자은 LS전선 사장에게 이양될 것이 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차세대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상무, 구본규 LS전 부장 등이 대를 바꿔 경영권을 이어 받기 위해 ‘잔뼈’를 키우고 있다.       
대림家 역시 이준용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해욱 부회장이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동생인 이해창 대림코퍼레이션 전무도 형을 도우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대거 MBA출신 전문경영 역량 강화 
차세대 리더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경영학석사(MBA)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美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것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미 샌프란시스코대에서 MBA를 땄다. 
LG家 차세대인 구광모 LG전자 부장도 공대를 나왔지만 미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받았다. 최성환 SK 상무는 영국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현대중공업 차세대 정기선 경영기획팀 부장, GS家 허세홍·허준홍 역시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롯데家 신동주·신동빈 형제는 모두 미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두산家는 박지원 부회장·박진원 사장·박석원 상무·박태원 부사장 등이 뉴욕대에서, 박정원 회장은 보스턴대에서 MBA 공부를 했다. 박형원 상무는 조지워싱턴대, 박인원 상무는 하버드대에서 각각 MBA를 받았다.
LS家 구자은 사장, 구본혁 상무, 구본규 부장, 동부家 김남호 부장, 금호아시아나家 박세창 부사장, OCI家 이우현 사장 등이 모두 MBA 출신이다.     

기획·전략 분야 경영수업 필수  
차세대들이 경영 수업을 할 때 반드시 거치는 부서가 기획 파트다. 기획과 전략은 차세대들의 공통분모인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정용진 부회장은 신세계 기획조정실 상무, 조원태 부사장은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장, 조현준 효성 사장은 효성 티앤티 경영기획팀 부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은 효성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산업 기획실장 등 기획·전략 파트를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했다. 
한화家 3세인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는 2년간 맡았던 회장실 차장직을 떠나 2011년 12월부터 한화그룹의 태양광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직을 맡았다. 그러다가 2013년 8월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옮겨 신사업을 이끌면서 상무로 진급했다.   
SK家에서는 3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최신원 SKC 회장의 장남 최성환 씨가 SKC전략기획실 부장을 거쳐 기업문화실 상무로 있다. 

여성 차세대 리더십 역량 강해져 
1·2세대 경영일선에 여성 총수가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있다 하더라도 창업이 아닌 부군의 부재로 인한 대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세계家의 이명희 회장은 계열 분리를 통해 그룹 총수에 올랐다. 현대家 현정은 회장은 부군이 故 정몽헌 회장의 부재로 경영 현장에 불려 나온 케이스다.  
그러나 3·4세대로 내려오면서 여성들의 경영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家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은 각각 계열사를 확실히 꿰차고 있다. 이들은 차후 계열을 분리해 각각 총수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현대家는 현 회장에 이어 정지이 유앤아이 전무가 차세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내공을 쌓고 있다. 여풍이 세기로는 한진家도 삼성家 못지않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을 낙마했지만 조만간 복귀가 예상된다. 조현민 전무 역시 일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부사장과 경영권을 두고 은근한 경쟁구도를 보였지만 땅콩회항으로 경영권에서 멀어졌다. 

저작권자 © 타이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