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착한경영연구소 대표

- 92년 발간한 ‘PC는 내친구’가 15만부가 판매되면서 IT전문가 반열에 올랐는데?
그 책을 계기로 삼성그룹에서 진행하는 모든 IT관련 프로젝트에 내가 차출됐다. 그러던 중 96년 보스턴에 위치한 한 회사와 파트너십으로 인터넷 수익사업을 발굴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룹내에서 사장을 포함한 13명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 프로젝트에서 벤처 회사 2개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 가운데 전자상거래를 만드는 회사를 만드는데 내가 책임자가 됐다. 300만불의 투자가 결정됐고 그룹내 4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개발에 뛰어들었다. 

- 결과는
이듬해 IMF가 터지면서 한국철수 명령이 떨어지면서 진행하던 모든 것들을 중단하고 삼성물산으로 다시 복귀했다.

-프리챌을 시작한 것은 그때의 아쉬움 때문인가?
해외에서 대단한 물결을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미했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전자상거래, 인터넷 사업 붐이 엄청나게 일고 있을 때였다. 우리나라에도 그 새로운 물결이 곧 일어날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커뮤니티 기반의 사업모델을 회사에 먼저 제안했다. 그러나 IMF당시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를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 

- 성공의 정의는?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성공은 그 사업의 목적이 있어야 하고 그 목적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달성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성공이다. 사업을 성공한 것이냐 장사를 성공한 것이냐는 다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리챌은 한 때 장사를 성공했던 것이다.

- 프리챌이 실패원인은 무엇인가? 다들 유료화를 꼽고 있다.
이미 실패했다. 유료화를 결정하면서 재기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게 됐다. 고객을 잃어버리니 인수자가 나타나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모두 돈 때문이다. 돈이 들어오는 경로는 ‘번다’, ‘투자받는다’, ‘빌린다’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프리챌은 그 세 가지가 모두 막혀있던 상황에서 조직은 비대했다. 

- 남애전자 기획실에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프리챌을 나올 때 이미 개인 빚 10억, 보증액이 20억이 넘었다. 엔지니어 출신도 아닌 내가 나이 사십이 넘어 자본도 없이 IT분야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제조업으로 간 것이다. 그곳에서 가치창출의 프로세스를 익혔다. 삼성물산은 유통, 프리챌은 IT기업이기 때문에 반쪽자리 가치창출 과정이다. 반면 제조업은 원재료 구매, 연구개발, 품질향상, 판매, 유통까지 모든 가치창출 프로세스를 함께한다. 

- 한샘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뼈저린 실패를 경험했다. 근본적인 회사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 가운데 일부 조직만 다른 문화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기획조정실 근무를 그만두기를 결정했을 때 인사팀장이 사표를 냈다. 그리고 내가 데리고 있었던 6개 팀 가운데 5개 팀의 팀장이 6개월내 모두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에게는 사실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한샘이란 조직에 책임질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조직문화를 섬처럼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그 뒤로 하나의 온전한 기업체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 동화케미칼에 전문경영인으로 첫 발을 내딛었는데
부실 계열사였다. 그룹내에서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전에 이 기업경영을 맡았다가 옷을 벗은 전임자가 6명에 달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다보니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찾았는데 내게 그 기회가 왔다.

- 얼마나 부실했나?
매출 650억 가운데 500억은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 관계사 매출이었다. 나머지 150억 가운데 100억이 부실 매출이었다. 그 100억에서만 연간 1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만들어졌다. 회사 설립된지 6년째였으나 한 달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는 회사였다.

- 결과는?
턴어라운드에 13개월이 소요됐다. 턴어라운드 1년 후 그 기업은 35억 흑자기업이 됐다. 현재 동화그룹내에서는 핵심사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 전임자의 실패 원인은?
대표로 취임하기 전 전임자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경영원리를 무시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다.

- 경영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며 경영원리 학습을 등한시 하는 경향이 많다. 원리가 아닌 직관과 본능으로만 움직인다면 인류의 90%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은 원리에 입각해서 하는 것이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원리에 대한 철저한 학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많은 경영자들은 경영원리를 공부하기 보다 골프 연습에 더 매진하는 모습은 안타깝다. 

- 경영원리가 왜 중요한가?
조직의 부실과 적폐를 없애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경영자는 그런 부분을 감내하면서도 비전을 향해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이끌어 가는 힘은 원리·원칙에 따라 경영하고 있다는 소신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결국 경영원리를 밑바탕에 두지 않으면 기업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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