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회장, 후계 경영인 육성에 집중…박성경 부회장,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옮겨

이랜드그룹이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왼쪽부터 김일규 이랜드월드 신임 부회장, 최종양 이랜드리테일 신임 부회장, 김현수 이랜드파크 신임 사장/사진제공=이랜드그룹

이랜드그룹 오너 남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박성수 회장은 직을 유지하되 일선 업무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은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에서 손을 뗐다. 대신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했다.

이랜드그룹은 내년 창사 4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조직·인사 개편을 단행했다고 3일 밝혔다.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계열사별 독립경영, 사업부별 자율경영 체제를 확립한 것이 핵심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개편을 통해 박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만 전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의 퇴진에 대해선 "나눔 경영철학을 발전시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인사 키워드를 △독립경영 △자율경영 △투명경영으로 삼았다. 이랜드리테일·이랜드월드·이랜드파크 등 각 계열사는 직급이 부회장·사장으로 승격된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된다. 투명경영은 사외이사 영입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패션 사업을 맡고 있는 이랜드월드는 김일규 신임 부회장이 총괄한다. 1984년 입사한 김 부회장은 이랜드영국·이랜드미국 대표이사를 거쳐 이랜드월드 전략기획실장, 이랜드파크·이랜드월드 대표이사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패션부문 대표는 최운식 상무가 맡는다. 올해 만 40세인 최 상무는 이랜드월드 대표 브랜드 '스파오'를 성공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최종양 신임 부회장이 이끌게 됐다. 1986년 입사한 최 부회장은 뉴코아 대표이사, 이랜드중국 총괄 대표이사, 이랜드리테일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또 사업부문 대표로 석창현 상무를, 상품부문 대표로 정성관 상무를 각각 선임했다.

호텔·리조트·외식 사업을 책임지는 이랜드파크는 김현수 신임 사장이 총괄한다. 김 사장은 1988년 입사해 아동사업 대표이사, 이랜드중국 전략기획실장, 이랜드중국 패션 대표이사, 이랜드파크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외식부문 대표는 올해 만 35세인 김완식 외식 본부장이 맡는다.

또 이랜드그룹은 중국에 이어 인도와 베트남 사업을 좀더 키우기 위해 이은홍 신임 사장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권 전체 대표로 임명했다. '생산통'으로 꼽히는 그는 이랜드스리랑카 대표이사, 이랜드아시아홀딩스 대표이사, 이랜드베트남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계열사 인사와 관련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대표이사 직급이 부회장, 사장으로 높아져 경영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부문별로는 30·40대 젊은 경영인을 발탁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성장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전문성이 검증된 경영진을 전진 배치했다"며 "내년 창립 40주년을 앞둔 만큼 계열사별 경쟁력 강화를 통해 그룹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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