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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경영이야기]한국 경제, 이렇게 죽고 마는가···'잃어버린 20년'
최영규 기자 | 승인 2018.12.02 08:26

1985년 일본이 플라자 합의로 엔화가 대폭 절상된 후 10년 넘게 경제가 심한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것을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잃어버린 20년'입니다.

최근에는 '잃어버린'이라는 차원을 넘어 '심각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4.7% 감소해 2분기 연속 뒷걸음질을 쳤고, 민간소비는 0.6%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수출은 전 분기보다 좀 나아져 3.9% 늘어났으나 반도체 한 품목에 의존한 결과입니다.

특히 일자리, 소득, 분배 상황은 심각합니다. 2018년 2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조사에 의하면, 가계가 소비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실질 처분가능 소득이 전년 동기대비 0.1% 감소, 7분기 연속 감소세이며 소득 불균형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1만8000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5.9% 감소했습니다. 전 분기(13.3%)보다 더 감소했는데,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입니다.

고용상황은 우리를 더 슬프게 합니다. 올해 10월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신규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만4000명 증가하여 앞선 석달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러나 재정투입으로 만들어낸 일자리가 아니었으면 마이너스를 기록할뻔 했습니다. 증가폭도 올해 7월 5000명을 기록한 이후 넉달째 10만명에 미달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알려진 제조업 취업자는 4월 이후 7개월째 감소세입니다.

인구대비 취업자수를 나타내는 고용률도 61.2%로 올해 2월부터 9개월째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27개월 연속 이후 가장 긴 고용률 하락 추세입니다.

실업자 수는 1년 전보다 7만9000명 늘어난 97만3000명으로, 지난 1월부터 9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던 상황보다는 나아졌지만 10월 기준으로 보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이후 가장 많은 실업자 수입니다. 실업률은 3.5%로 전년동기보다 0.3% 악화되어 2005년 3.6%를 기록한 이후 13년만에 최고로 높은 수치입니다. 청년 실업률은 8.4%로 1년 전보다 0.6%줄었지만, 잠재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 청년실업률은 전년동기보다 0.9% 악화된 22.9%로 10월 기준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하였습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 주요국가들의 일자리는 전부 증가 추세인데 우리나라만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우리 경제가 기댈 언덕인 세계경제 여건마저 좋지 않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과거 10년간의 세계경제 확장국면이 이제 끝나고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있는데, 한국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너선 웨츨 매킨지 글로벌연구소(MCI) 소장이 얘기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제는 '냄비 속 개구리' 상태입니다. 가장 중한 것은 우리가 지금 냄비 속에 있다는 것, 곧 뜨거워지면 죽게 되는 위기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하면 빨리 냄비에서 뛰쳐 나올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실천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뜨거운 냄비에서 뛰어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 나오는 비결은 개혁, 혁신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던 발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한 우리나라가 왜 세계 평균성장에도 못미치는 나라, 냄비 속의 개구리로 전락한 것일까요? 경제주체, 특히 기업들이 현실안주, 무사안일, 자신감 상실이라는 병에 걸려 의욕을 상실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정부가 경제, 산업, 고용, 노동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빨리 병을 치료하고 정책방향을 궤도수정해야 하는데 자기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 또는 정책의 문제점조차 몰라서인지,알면서도 곧 잘 될 것이라는 섣부른 희망에서인지, 현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하고 더 고민하지 않고는 남보다 더 잘 살 수 없는 것입니다. 남보다 덜 일하고 덜 고민, 연구하면서 어떻게 더 잘 살고 더 발전하고 더 안락하기를 바라겠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공짜심리요, 무임승차입니다.

우리경제는 왜 이런 병에 걸리게 되었을까요?

첫째는 IMF 외환위기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습득한 쓰라린 경험 때문입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세계경영을 표방, 드라이브를 건 '대우'라는 굴지의 그룹이 하루아침에 해체되는 것을 보면서 무리한 도전, 과감한 투자와 차입경영은 망하는 길이구나, 현금이 제일이구나 하는 교훈을 체득하였습니다. 그래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분수령으로 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극경영, 도전경영보다는 안전경영으로 돌아섰고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재무 건전성, 현금흐름 중시경영으로 그 패러다임을 바꿉니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기업의 투자가 반토막 나게 된 것입니다.

투자는 성장의 씨앗이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무기입니다. 투자 없이 성장 없습니다. 투자율이 저조하면 성장률도 저조한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두번째 원인은 IMF와 정부의 권유에 의해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체제를 도입하면서 투자 의사결정을 종전에 비해 좀 더 주저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IMF와 우리정부는 우리나라 기업, 특히 대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먼 불합리한 경영방식과 지배구조(특히 그룹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하고 경영 투명성이 결여되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그룹 총수와 그 일가에 의한 독단경영, 방만경영이 기업부실과 우리나라경제의 부실을 초래한 것이라고 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른 경영방식과 투명성 보장, 경영 민주화 등을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투자는 현재의 이익창출보다는 미래의 기회를 선택하는 의사결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는 리스크 테이킹입니다.그런데 주주 중시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대표 소송제나 집단 소송제 등의 도입은 경영자로 하여금 종전에 비해 과감한 투자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법적 테두리와 사회 분위기 등 환경 하에서라면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시장단이나 전문가 의견을 물리치고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요?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조선사업 진입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 세상에 투자하고 바로 이익 나는 사업이 어디 있습니까? 최소한 몇 년은 적자가 누적되는 것이 통상입니다(사행사업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영의 투명성, 경영의 민주화, 소액주주 보호가 강조되는 현 사회 분위기라면 아마 바로 집단소송이나 배임이니 뭐니하여 소송에 휘말렸을 겁니다. 또 투자는 현재이익을 감소시킵니다. 투자재원에 따른 이자와 감가상각비 등 비용증가로 단기적으로는 이익감소의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 소액주주는 주가와 배당에 더 관심을 갖게 마련이므로 이 또한 투자 의사결정 저해요인으로 작용됩니다.

외환위기 이전과는 달리 기업은 CEO를 당기 순이익, 주가 상승률, ROE, 현금흐름 등으로 평가합니다. 리스크가 있고 당기 순이익 감소요인인 투자를 누가 하겠습니까? 더욱이 기업 집단계열사간의 상호 지급보증제도도 폐지되고 인력 상호지원과 자금융통도 제한되기 때문에 투자결정을 더 주저하게 만듭니다.

 다음은, 투자관련 직·간접적인 규제 때문입니다. 예컨대 지주회사 요건 강화, 은산 분리 규제, 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그리고 집중투표제, 감사위원회 선출의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등은 투자보다는 당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자금을 투입하도록 만듭니다.투자보다는 당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자금을 투입하도록 만듭니다. 결국 투자를 어렵게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투자를 하면 당연히 인력이나 자산이 증가하게 마련인데 인력이나 자산이 일정규모를 넘으면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은 대기업으로 분류되어 종전에 없던 새로운 규제를 받기 때문에 투자 기피현상을 더욱 부채질합니다. 서비스발전 기본법, 규제 프리존 특별법은 몇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카풀앱 서비스, 세계최초 모바일 결재 등도 규제 탓에 사실상 사업화하지 못한 채 묻혀버렸습니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네번째로는 경영자들이 최근 급격한 경영여건 악화로 수익성 확보에 자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현재 사회분위기에 비추어 더 이상 적극경영, 도전경영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제실시 등으로 국내에서의 수익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으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식으로 투자방향을 돌리고 있습니다. 또 정당한 부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고 돈많은 사람은 뭔가 문제있는 방법으로 돈벌었다는 사회 분위기도 투자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하나의 실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오랜 해외주재원 생활을 마감하고 국내 본사로 귀임한 회사원의 초등학생 자녀가 겪은 일입니다. 선생님이 사회과목 수업시간에 "가난한 사람, 돈많은 놈"이라는 표현을 자주해서 외국에서 태어나 해외 초등학교만 다닌 그 학생이 선생님에게 질문했습니다. "놈이라는말은 나쁜말 아닙니까? 돈많은 사람은 나쁜사람입니까? 그러면 우리는 왜 열심히 공부합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돈 많이 벌려고 하는것 아닙니까?" 이것이 현재 사회 밑바닥에 흐르는 정서 아니겠습니까?

이런 분위기에서 기업가들이 열심히 투자해서 돈을 더 벌려고 하겠습니까? 기업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인건비상승 등 수익성 문제도 있지만 국내의 기업환경도 크게 작용합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에 평가한 한국의 규제환경은 136개국 중 105위이며 지난해 기준 규제 자유도는 159개국 중 75위, OECD 27개국 중 23위입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책도 문제입니다. 정부정책은 경제의 기본상식과 원리에 충실해야 합니다.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에 의하여 만든다는 것, 경제의 성장도 기업의 투자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것, 그리고 투자는 리스크 테이킹이기 때문에 도전정신, 기업가정신 없이는 안 된다는 것, 또한 경쟁시키지 않으면 경쟁력은 생기지 않는다는 것 등이 기본상식이며 원리입니다.

결론적으로, 어떻게 하면 기업들의 도전정신과 의욕을 고취시킬 것인가? 투자로 연결되도록 할 것인가? 이것이 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에 방해되는 규제의 혁파, 친기업 사회분위기 등 환경조성, 경제제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성장제일(경제침체기, 제2도약을 위한 혁신단계일 때는 특히)의 실용주의 정책과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오히려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켜 투자의욕을 저하시키는 정책들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법인세 세율인상,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2년 사이에 무려 29%), 주52시간근로 의무제 도입, 집중투표제와 대주주의결권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등입니다. 정부가 기업경영에 간섭하려 한다든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든가 하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불안감을 느껴 움추러듭니다. 적극경영, 도전경영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거론되고 있는 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또 정부정책은 자율과 경쟁에 기반을 둔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경감시켜주고자 하는 방향은 맞지만 그 방법으로 카드업계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카드 수수료를 탕감시키는 것은 문제입니다.

정부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정책 상호간에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일자리 창출이 최대의 정책목표라고 하면서 기업비용 증가-기업이익 감소-일자리 감소를 초래하는 최저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소득 감소-새로운 일자리 수요를 발생케하는 주52시간 근무제 등이 그 예라 할 것입니다.

 전 삼성물산 회장 mkhyun21@naver.com

최영규 기자  tycoon@tycoonp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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