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5분기 연속 하락이 ‘위기론’ 키워
정몽구 회장 “국내 고객에 집중” 특명

얼마 전부터 현대차를 두고 업계와 언론의 시각은 상당히 편향돼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통해 ‘현대차 위기론’이란 제목을 단 기삿거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주가는 여러 차례 52주 신저가 행진을 거듭하며 장부가치 절반수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전년비 16.1%나 줄어들었다. 5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는 사상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위기일수록 국내고객에게 집중하라”며 수입차업계의 공세를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또 차량 노후화에 대한 대책으로 年 6~7종의 신차를 출시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하반기에만 11종의 신차 투입 계획을 세웠다. 본지는 전체시장에서 바라보는 ‘현대차 위기론’ 시각의 형성원인과 실체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봤다.


수입차에 치이고 소비자에 외면 당하고… 
‘애국 마케팅’ 한계 점유율 70%대 붕괴

*판매대수 기준. 자료:현대·기아차, 한국수입차협회

지난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6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전월 대비 32.0% 증가한 2만4275대로 집계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 기록했던 역대 최다 신규등록대수를 다시 경신한 것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올 현대차·기아차 연간 생산량 전망치를 811만1000대에서 792만7000대로 하향조정했다. 연말까지 공장 가동률을 증가시킬만한 변화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연간 합산 생산량 기준으로 2002년 이후 첫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내수에서 75%넘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출 高성장을 이뤄나가던 시절은 이미 흘러간 과거가 돼 버렸다.
현대차에게 있어 내수시장은 고가차종이 주를 이루는 시장이다. 이익기여도가 높은 만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현대차 전체 생산모델 중 아반떼의 비중은 18.7%에 이른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 공장은 36.2%, 미국공장은 48.5%에 이를 정도로 준중형 자동차 판매 비중이 높다.
지난해 현대차는 매출액이 2013년 대비 2.23% 증가했다. 전체 판매대수가 증가했지만 고가 차량 비중이 높은 내수 점유율 하락과 함께 영업이익률은 감소했다. 고성능, 디젤선호현상, 고급브랜드로 차별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빠르게 수입차로 이동하고 있고 이에 따른 수입차 점유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환경적인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유로화 약세, FTA로 인한 자동차 무관세, 소비자 눈을 현혹시키는 신차출시, 애국마케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국민정서 변화까지 수입차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철옹성 같은 현대차의 독주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무이자 할부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시작됐지만 비용증가에 따른 이익률 감소 현상이 짙어질 뿐이다. 특히 한국은 중형차 이상의 판매가 잘되는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수입차 업계에서도 하이앤드(high-end) 위주인 한국의 내수 자동차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올 상반기 수입차업체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파죽지세로 점유율을 올려나가고 있다. 수입차 개방이 처음 시작된 1987년 1월 이래 연간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하는데 28년이 소요됐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1% 급증하며 11만982대를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하반기에 더 많이 판매가 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10만대 돌파 후 5년만에 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의 가파른 점유율 상승 반대편에 현대차의 점유율 하락이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올 상반기 국내 판매량은 33만6079대를 판매해 지난해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연간통계로도 확인 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현대·기아차 내수 점유율은 76.8%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69.3%, 올 3월말 66.7%로 주저앉았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14년 동안 158만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해 온 ‘자동차 품질과 고객만족에 대한 소비자 평가 조사’ 분석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조사가 시작된 지난 13년간 국산차는 한 차례도 일본·유럽·미국 자동차 평균 만족도를 넘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대차 자체 조사 결과 역시 수입차 선호현상을 뒷받침 한다. 국내 30대 고객의 현대차 선호도는 22%에 머물렀다. 반면 독일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 58%, BMW 52% 그리고 폭스바겐(아우디 포함)그룹은 40%를 기록하며 대조를 이뤘다. 수입차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입차 메이커의 공격적인 가격인하·프로모션은 고객을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BMW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15% 수준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유로6를 앞두고 재고정리를 목적으로 골프, 파사트, CC 등의 주요 모델의 가격을 4~8%할인행사를 진행중이다.  
LF쏘나타 자가용 가솔린 2.0 T-GDi 익스클루시브 16MY 모델에 파노라마 썬루프, 9인치 내비, ‘주행보조 패키지’ 등을 더했을 때 차량 가격은 3668만원에 이른다.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받는 풀옵션 BMW320d가 38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소비자의 마음은 수입차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자동차 메이커는 차량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자동차 부품을 원활히 공급해 줄 의무가 있다.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을 보면 단종 후 8년간 부품공급을 해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현실은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산차 경우 단종 후 5~6년이 지나면 부품을 구하기가 어렵다.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회사의 의무 부품 공급기간을 현행 8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다 자동차업계 반발로 무산됐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단종 8년 넘은 자동차 부품을 보관해야 할 의무도 없을 뿐만 아니라 수요도 전무하다. 보관에 따르는 적재공간 확보 등의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부품들을 다시 본사에 반품 요청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결국 고철값만 받고 고물상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의 경우 1960년대 출시한 자동차 부품도 차량 소유주가 요청하면 본사에서 책임지고 부품을 공급해준다. 1949년 생산을 시작한 폭스바겐의 ‘마이크로버스’는 1975년에 단종됐다. 단종 40년이 지난 지금도 해외구매를 통해 어렵지 않게 부품을 수급할 수 있다.

임우영씨가 폭스바겐 1964년식 마이크로버스 복원부품(좌)을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 배송받은 것
닛산 91년식 휘가로 부품을 닛산 본사로부터 받은 것.

클래식카 매니아인 임우영(이촌동)씨는 현재 64년식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 닛산 휘가로 등 클래식카 보유하고 있다.  임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보유중인 91년식 닛산 휘가로의 경우 유지보수와 관련된 부품을 요청하면 본사에서 직접 제작을 통해 공급해 주고 있다”면서 “마이크로버스의 경우 해외에서 순정품 또는 영국 현지 샵에서 만들어내는 서브파티 등을 통해서 손쉽게 부품을 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는 수입차와 국산차 폐차까지 평균 주행 거리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한편 자동차전문 리서치 회사 ‘마케팅인사이트’는 2014년 조사에서 2년이내 자동차 구입의향이 있는 5414명을 대상으로 ‘성능과 가격이 똑같은 국산차와 수입차가 있다면....’ 이란 질문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물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11%만이 ‘어떠한 경우에도 국산차를 사겠다’고 응답했다. 더 이상 ‘애국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설문을 통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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