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래 짊어진 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실용주의 교육과 공유자본주의로 해결 가능

한국의 미래를 짊어진 청년들의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고용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특별기고문을 싣는다.

우리나라 청년고용문제의 실상을 정책 당국자들과 경제 주체들은 과소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심각하지 않다거나 청년계층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듯하다. 정부가 바뀌어도 청년고용문제의 본질은 피해가고 판박이 같은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업이나 노동계 등 경제 주체들은 청년고용문제를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고 남의 일인 양 아예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있다.
청년고용문제는 청년만의 문제일까? 만일 청년계층의 숫자가 많고 이들이 번듯한 일자리에서 취업하고 있다면 연금을 깎는 개혁이나 임금피크제가 필요할까? 청년고용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면 중장년층은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연금은 깎이고 대량해고의 비극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50%가 넘는 그리스와 스페인은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정책당국자 청년고용 문제 실상 가볍게 봐
청년고용문제를 가볍게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중의 하나는 통계의 착시문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선진국도 청년고용문제가 심각한데 G7에 속하는 프랑스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20%가 넘고 그리스와 스페인은 50%가 넘는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아직 버틸 수 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년고용문제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빠른 속도로 누적되고 양적으로 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10년 전 8%에서 10%로 2%포인트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사실상 실업상태에 처한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사람들이 누적되어 급증하고 있다. 청년 10명 중에서 4명이 취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한 청년 일자리의 질은 열악하다. 이런 점에서 실업율 통계만으로 청년고용문제의 실상을 논하기 어렵다. 
임금도 청년고용문제의 실상을 보여준다. 정규직은 시간이 지나면 임금이 올라가도 비정규직은 제자리걸음을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확대되어 그 폭이 50%로 증가했다. 
청년 취업자의 고용은 불안하고 급여가 작기 때문에 이직이 잦고 근속기간이 짧다. 따라서 노동시장에 진출한 다음이라도 일을 배우기 어려워 결국 청년들은 가난의 고착화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노사관계 불안·불합리한 고용관행도 한 몫
지난 20년 사이 노동시장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있었다. 한국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는 기술혁신, 세계화, 인구 고령화에 직면했다. 기술혁신은 신제품개발로 노동수요를 늘리기도 했지만 자동화와 로봇화 등으로 노동수요를 줄이면서 소득격차 확대와 고용불안을 야기했다. 세계화는 제품 서비스시장의 확대를 가져왔지만 경쟁의 격화와 경제체제의 불안을 수반했다. 인구 고령화는 성장잠재력은 축소시키고 복지지출은 늘려 경제주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청년들이 가고 싶은 대기업의 괜찮은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일자리가 닫히면 중소기업이 대안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자본력이 좋은 대기업은 기술혁신과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면서 이에 따른 사업의 위험부담과 추가적인 부담은 중소기업에 전가했다. 
한국의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추면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청년의 눈높이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모순이 청년고용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은 기술 급변과 세계화 등에 개인이 적응할 수 있는 직업능력을 키우는 일은 간과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지식이나 기술을 배우지 못한 청년들이 눈높이를 낮춘다고 해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서 일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청년고용문제는 꽉 막혀있다. 

지난 10년간 성과 못거둔 청년고용정책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의 청년고용 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년고용문제의 악화가 보여준다. 그 이유는 청년고용정책이 문제의 본질은 간과하고 본질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문제를 쫓아가는데 급급한데 왔다. 
10여년 동안 정부는 청년고용대책을 1년에 두 번 꼴로 발표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재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업 내용을 보면 청년인턴, 해외취업, 취업정보망 구축 등 단골 메뉴로 채워왔다. 
예산투입도 늘렸고 법도 만들었다. 정부는 청년취업을 위해 지난 10년간 3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고 청년고용촉진특별법도 만들었다. 
그러나 청년고용사업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청년인턴은 청년비정규직을 제도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년고용정책은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청년고용문제도 문제의 본질은 간과하고 임시처방식 대책으로 한계가 있다. 한국의 청년고용정책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생색이나 내는 ‘손쉬운’ 해결책에 기대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청년고용문제가 경제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는 점을 알아도 외면하고 ‘손쉬운’ 해결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면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역대 정부마다 대통령은 임기 내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나서지만 대통령으로 취임한 다음에는 현안 문제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인다. 
청년고용문제도 마찬가지다. 청년고용문제는 여러 문제 중의 하나가 되어버리고 주무 부처의 문제로 전락한다. 청년고용문제에 관련된 다른 부처는 자기문제가 아니라고 팔짱을 끼어버린다. 뿐만 아니라 담당 공무원들은 새로운 정책으로 위험을 부담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의 포장만 그럴듯하게 바꾼다. 한국의 청년고용정책 답답하다. 

수출중심 성장모델 한계 드러나
청년들이 일자리를 잡으려면 경제가 성장하고 노동수요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경제성장을 끌어가는 세 축은 개인의 소비, 기업의 투자 그리고 해외수출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은 수출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과거처럼 수출과 대기업이 경제성장과 고용증대를 끌어가지 못한다. 수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2009년 0.6이다. 
한국은 수출의 60%만 한국경제의 부가가치창출에 기여한다는 의미다. 100만달러 수출하면 1996년에는 27명의 고용을 유발했는데 2009년 14명으로 반 토막이 됐다.
수출이 내수(국내 소비와 국내 투자)를 이끌고 중소기업의 고용도 증대하는 낙수효과가 사라지면서 수출이 늘어도 국내 경기는 호전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한국경제가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선거 때는 중소기업경제나 경제민주화 등의 말로 역대 정부마다 중소기업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집권 후에는 수출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유지했다. 
한국은 왜 성장모형을 바꾸지 못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이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성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대내외 여건이 완전히 바뀐 것을 간과하는 반면 수출대기업 제조업중심의 경제성장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고 변화를 두려워한다. 
그렇다고 한국경제가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소비와 투자확대를 끌어낼 것이고, 어떻게 경제성장과 고용증대와 연결시켜 지속가능한 선순환 성장구조를 만들 것인가이다. 그 방법은 고용율을 올리고 노동생산성을 높이는데 있다. 
이것은 필자가 주장하는 ‘소득중심성장론’의 핵심이다.   
정부가 소비와 투자를 촉진해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소득중심성장론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서 시작된다. 청년의 고용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젊을수록 노동생산성 증가속도가 빠르며 특히 한국 청년들의 교육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계층의 소비성향이 높고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이직이 낮고 안정적으로 일하면 기업주가 투자를 늘릴 인센티브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청년고용정책이나 중소기업지원정책은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고용문제를 자금지원으로 일시적으로 완화하거나 중소기업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자금지원에만 치중하던 기존의 정책은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해 고용률을 제고하고, 중소기업 사업주가 기업가정신을 되찾고 투자를 늘려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들 방안은 많다. 
청년고용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미국이나 독일 등의 경험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청년인력 中企취업 韓·獨 경험에서 해법찾아야
지금 한국의 교육은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 고용문제의 두 핵심 변수는 노동수요와 노동공급이며 노동공급의 핵심 변수는 교육이다. 노동수요의 변화를 교육이 수용하면 고용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노동수요의 변화에 담을 쌓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학졸업자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실업자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또한 대학이 기업에서 원하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해 스스로 청년고용문제를 악화시킨다. 
기업이 졸업생보다 경력사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의 교육이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고용문제를 해결하는데 교육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과거에는 자본과 노동의 투입이 중요했지만 갈수록 기술과 지식의 기여도가 커진다. 교육은 기술혁신에 대한 사람들의 적응능력을 키울 뿐 아니라 기술혁신을 주도할 능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도 이루어진다. 동료들 사이의 학습은 지식이나 기술, 경험 등을 공유하게 하기 만들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은 고용위험을 줄인다. 

청년고용문제, 교육에 문제 있다 
높은 교육열을 가진 한국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고용문제가 악화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한국의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이 아카데미즘의 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교육의 가치를 학문중심에 두고 교육의 실용성을 간과한다. 
한국 교육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청년고용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민의 의식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대학을 졸업해봐야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런 변화에 주목하고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가 강화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일 학습병행제는 의미가 크다. 

일학습병행제 의미 커…과감한 혁신 절실
기업의 투자는 일자리를 증가시키지만 교육뿐 아니라 고용 관행에 영향을 받는다.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는 교육 및 고용 관행은 기업이 투자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용 관행은 청년들이 비정규직이라도 대기업 취업에 쏠리는 반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취업을 하더라도 이직이 많다. 이것은 중소기업이 자본 생산성을 높이기 어렵게 만들고 기업의 투자 부진을 초래한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고용문제가 악화되는 현상은 미국 등 다른 나라도 겪었다. 미국은 한국처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해법을 중소기업이 회사의 가치와 성과를 종업원과 나누는 데서 찾았다. 회사의 주식을 종업원들이 소유하는 종업원주주제도와 성과배분제도 등은 이것을 촉진하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세제정책으로 뒷받침되면서 폭넓게 활용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로 자리 잡았고 공유자본주의(shared capitalism)로 지칭되었다. 
한국 역시 공유자본주의 원리에 입각한 제도를 이미 도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소기업을 청년들에게도 매력 있는 직장으로 만드는 길은 종업원들이 회사의 근로자이자 주인으로서 임금소득 이외에도 배당금 등 자본소득도 벌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청년고용이 경제부흥·사회통합 지름길
청년고용문제는 한국의 교육을 실용주의로 전환하고 한국 경제를 공유자본주의의 기반 위에 세움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혁명적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가까운 데서부터 조용하게 변화를 일으키면 가능하다. 
공유자본주의의 정신은 노사뿐 아니라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적용된다. 청년일자리문제가 가장 적다는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이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는데 지역 금융기관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청년고용문제의 해결은 새로운 길을 요구한다. 그 길은 한국 경제가 부흥하는 길이고 사회가 통합되는 길이기도 하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상상의 나래를 펴자.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확신과 인내심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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