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의혹으로부터 불거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지만(57) EG 회장이 법정에서 의혹의 발단이 된 일명 '정윤회 문건'을 전달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열린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49·행정관) 경정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 10차 공판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 회장이 4차례의 출석 거부 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이날 공판이 시작된지 5분여 뒤인 10시5분께 법정 내부의 법관 출입통로를 이용해 입정했다. 이는 앞서 박 회장이 신청한 증인지원절차에 따른 것이다.

노타이에 검정 정장 차림으로 등장한 박 회장은 이날 조 전 비서관 및 박 경정을 알게 된 경위를 비롯해 이들로부터 문건을 전달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에 관해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그는 증인신문에서 '비선 실세 의혹'의 발단이 된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을 전달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박 회장은 "특이한 문구가 있어 그걸(정윤회 문건) 본 기억이 있다"며 "정씨가 미행 사건과 관련해 (미행 지시자로) 지목을 받은 적이 있어서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준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추측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아울러 "정씨가 별거했다는 내용이 기억 나는 것 같다"며 "정씨를 만나 부탁하려면 7억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 정도가 기억이 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다만 문건을 건네받은 시기와 경위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게도 문건 전달 이유에 대해 물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청와대 문건으로 지목된 17건의 문건 중 대부분에 대해 전달 받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또 자신 부부에 관한 사항을 조사한 내용의 문건 1~2건을 비서인 전모씨로부터 받아 읽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A4용지에 내용을 적은 정도"라며 청와대의 공식 문건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편 박 회장은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문건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선 "그건 추측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회장은 "전 원래 정치권력에 관심도 없고 심하게 말하면 그런 것(권력)에 냉소적"이라며 "그걸 잘 아는 분이 저를 이용할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덧붙였다.

그는 박 경정과의 관계는 "미행 사건 당시 사실관계를 확인해준 행정관이 박 경정이었다"며 "2번 정도 만난 사이"라고 진술했다. 박 회장은 "박 경정이 인사청탁을 했느냐"는 박 경정 측 변호인의 질문엔 "그런 일은 절대 없다. 그런 말을 할 이유도 없고 그런다고 되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앞서 검찰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에서 생산·보관된 대통령기록물 17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을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은 '정윤회 문건'을 포함해 'EG 대주주(박지만) 주식 일부 매각에 따른 예상 동향', 'VIP 친척(박지만) 등과의 친분고시자 동향보고' 등 문건이 박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이중 '정윤회 문건'을 포함한 10건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 문건 전달에 관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에 박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출석을 통보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거듭 출석을 거부하고 과태료 처분까지 받았음에도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지난 14일 구인장을 발부했다. 박 회장은 구인장 발부 직후인 지난 16일 재판부에 증인지원절차 신청서를 제출하고 출석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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