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2개월 만에 2000선이 붕괴된 29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정부와 자본시장업계가 최근 증시 급락세에 29일 일제히 긴급 대책을 발표했지만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코스피지수 2000선이 붕괴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 이날 전 거래일보다 31.10포인트(1.53%) 내린 1996.05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000선이 무너진 것은 2016년 12월 7일(종가 1991.89) 이후 2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또한 장중 1993.77까지 떨어져 5거래일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 고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국내 성장세 불안, 반도체 업황 고점 등의 우려가 겹치며 최근 2년간의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고 2011년부터 2016년까지 1800~2100선에 갇혀있었던 '박스피' 시절로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날은 정부와 자본시장업계가 한목소리로 증시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공개했고 새로이 부각되는 대내외 이슈가 없음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눈에 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장 개장 전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증권 유관기관 중심으로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를 포함해 5000억원 이상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도 같은 날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한국의 경우 경제·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아 파급 영향이 클 수 있다"며 "현재 가동 중인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 외국인 자금 흐름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한다"라고 언급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증시 불안감을 다독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금융위 점검회의 이후 2시간 만에 '긴급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를 개최해 "증시가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며 대책반을 가동하고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 
아울러 권 회장은 "현재의 주식시장 흐름이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변화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외환 보유고, 경상수지 등으로 판단할 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매우 견고하기 때문에 현재의 주가 하락이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국자와 업계의 바람과 달리 2000선이 뚫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1607억원가량을 순매도, 8거래일째 '셀 코리아'를 이어갔다. 여기에 저가 매수 흐름을 보이던 개인들까지 놀라 5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기관이 약 6362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내외 환경은 크게 변한 게 없으나 증시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면서 "기술주의 힘으로 버티던 미국 시장에서 아마존, 구글 등이 하락세를 보이자 한국 대표 반도체주가 급락하는 등 우려가 겹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이슈가 없었지만 투자심리 위축으로 증시가 2000선을 내줬다"며 "정부의 오늘 자본시장 안정 발표는 나름 의미가 있지만 아직 자금을 쏘지 않았고 한국과 같이 대외 개방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정책 효과가 즉각적으로 크게 나타나긴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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