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사진=호반건설 제공)

호반건설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호반건설의 기업공개(IPO)는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호반건설이 계열사 호반(옛 호반건설주택)과 토목, 건축 등 분야가 겹치는데다 그동안 잇딴 인수합병(M&A)으로 그룹의 몸집이 커질 대로 커졌기 때문이다.

 규모가 불어나자 정부 규제 수위도 대기업에 준하는 수준까지 높아져 기업 투명성이 그룹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상태다. 여기에 수년내 국내 분양시장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레저산업 진출, 해외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먹거리 확보 문제도 그룹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 호반의 기업공개는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2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호반건설은 미래에셋대우, KB증권을 상장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상장을 목표로 호반건설의 기업공개(IPO)와 호반과의 합병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매출액 1조3100억원(영업이익 1905억원)의 호반건설과 같은 기간 매출액 2조6158억원(영업이익 7861억원)인 호반의 합병으로 연 매출 4조원대의 건설사가 탄생될 전망이다.
 
 그동안 M&A 시장을 뜨겁게 달궈온 호반건설이 상장을 통해 자금력까지 생긴다면 업계는 물론 재계 순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잇딴 M&A로 이름 날린 호반건설, 현주소는

 호반건설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2015년), 동종업계 5대 건설사 '대우건설'(2017년) 등 굵찍한 인수합병(M&A)전(戰)에 뛰어 들면서 '고래를 삼킨 새우'라는 평가를 받으며 재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동부건설·보바스기념병원·울트라건설 등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기업이 시장에 나올때마다 인수의향서는 써놓고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우선협상대상으로 결정되고도 막판에 인수를 포기한 이력이 있다.

 이를 놓고 M&A 업계에서 호반건설은 '불쏘시개'(장작 등에 불이 쉽게 옮겨 붙게 하려고 먼저 태우는 종이 등), '양치기 소년'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그럼에도 '체리피커'(실속을 챙기는 사람)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3000억원대 해외 부실이 확인되자 인수를 포기하는 결단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또 종합레저그룹을 목표로 지난해 제주중문 관광단지내 휴양시설인 퍼시픽랜드를 인수한데 이어 올해 리솜리조트를 25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신중하지만 착실한 행보가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호반그룹 계열 건설부문도 울트라건설 인수와 주택사업 성장으로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0대 건설사 후미 그룹에 있는 업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호반(13위·옛 호반건설주택·2조1619억원)과 호반건설(16위·1조7859억원), 호반산업(33위·옛 호반건설산업·1조1582억원), 호반베르디움(514위·438억원) 등 호반그룹 분야 4개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을 단순 합산하면 5조1498억원으로 이미 9위 SK건설(3조9578억원), 10위 HDC현대산업개발(3조4281억원)을 넘어섰다. 8위 롯데건설(5조5306억원)에도 근접했다.

 이 같은 실적은 단지 국내 부문의 실적만으로 쌓아 올린 것이란 점에서 업계에선 단연 화제다. 호반건설의 기업공개 이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기도 하다.

 ◇몸집 커져 이미 '준(準) 대기업' 대접…새 먹거리 시급

 업계에서는 호반그룹이 기업공개에 나선 배경에 대해 기업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기업공개가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호반건설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계열사간 상품·용역 거래, 특수관계인 출자, 임원 변동 등 대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공시를 요구 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우려로 정부와 시장의 감시가 강화된 상태다. 호반건설의 계열사 지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81.8%로 재계 최고 수준이어서, 관심의 정도가 더하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이고, 내부거래 비중이 12% 혹은 액수가 200억원 이상인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기업 경영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기업공개를 계기로 경영 투명성은 높이고, 증권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은 기업 성장의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주택산업의 위축 우려도 호반건설이 기업공개를 결정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주택건설경기는 올해를 정점으로, 내년 이후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간 호반건설의 모든 매출이 국내 주택사업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 다각화에 대한 요구가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최근 호반이 리솜리조트 인수를 통해 레저사업에 진출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상장을 계기로 기업 규모에 걸맞는 자금력을 확보할 경우 M&A를 통해 다양한 사업기회도 노릴 수 있다.

 대우건설을 향한 러브콜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도 자금력 부족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의 지분 50.75% 중 40%만 우선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높혀 내년 이후 매각을 재시도한다는 방침이어서, 이후 호반그룹이 상장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할 경우 M&A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진출에 대한 기대도 높은 편이다. 호반그룹은 이미 외형은 국내 10대 건설사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비교가 불가능하다. 모든 매출이 국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호반그룹 내부에서도 해외진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비상장회사로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오랜 숙원이던 강남권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어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졌다.

 호반건설은 상장을 계기로 '종합 디벨로퍼(개발)'로 재탄생하겠다는 포부다.

 호반건설 송종민 사장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을 대비해 변화를 꾀하려고 노력해 왔다"면서 "상장 추진과 합병을 통해 개발 및 운영, 건설사업, 레저사업 등을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의 지위를 견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승계 문제에도 관심 집중…20대 3남매 경영 일선에 나서나

 기업공개를 기회로 호반의 '가족 중심'의 지분구조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도 주목된다.

 호반그룹은 김상열(56·1961년생) 회장과 부인 우현희(52·1966년생) 태성문화재단 이사장, 그리고 슬하 3남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편성돼 있다.

 호반그룹의 대표 계열사 호반건설의 경우 김 회장(29.1%)과 부인 우 이사장(4.7%)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이 33.8%다.

 하지만 최근 호반이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에서 호반건설을 제치자 그룹 내 계열사간 서열 재정립이 불가피해졌다. 호반의 계열사 ㈜호반건설주택은 김 회장에 이어 호반건설의 2대 주주다. 일단 김 회장은 지난 7월 호반건설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고, 호반건설주택의 사내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기업공개 전 시행될 호반과 호반건설의 합병도, 호반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덩달아 호반의 최대주주 김 회장의 장남 대헌(29·1988년생)씨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미 김 회장의 자녀 3남매는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과 직책이 배분된 상태다.
 
 장남 대헌씨는 올해 4월 기준 호반의 지분 51.42%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주식은 자기주식(40%), 우현희(14.3%)씨 등이 나눠 가지고 있다. 그는 호반건설주택에 지난 2013년 10월 입사한 이후 경영수업을 받으며 그룹 경영에도 참여해왔다.

 그는 현재 호반건설 미래전략실 전무로서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올해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앞서 유연근무제를 골자로 한 '근무환경 개선'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 전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호반을 중심으로 기업공개가 추진될 경우, 그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 회장의 다른 자녀들도 경영 일선에 등장할지 주목된다.

 아직 김 회장은 50대 중반으로 건재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김 회장의 2남1녀의 역할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녀 윤혜(26·1991년생)씨와 차남 민성(미상)씨는 호반베르디움의 지분을 각각 30.97%, 20.65%씩 확보하고 있다. 민성씨는 다른 계열사 호반산업(옛 호반건설산업)의 지분 72.37%(나머지 호반건설 19.59%, 호반베르디움 8.04%)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윤혜씨는 호반베르디움에서 내놓은 스트리트형 쇼핑몰 브랜드 '아브뉴프랑'의 마케팅실장으로서 2017년 10월부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아직 학생인 것으로 알려진 셋째 민성씨도 같은 시기 호반산업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 회장이 28살 때 창업해 지금의 호반로 키워온 데다, 형제들이 20대 초중반에 일찌감치 경영 참여에 나선 만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저작권자 © 타이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