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6일 각각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관세 폭탄'을 맞교환하며 무역 전쟁을 공식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날 오전 0시 01분부로 340억 달러 규모, 818개 품목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 조치를 발효했다.

 관세 부과 목록에는 자동차, 하드드라이브, LED, 항공기부품, 기억장치 등 공산품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이 '메이드인 차이나 2025' 정책을 통해 집중 육성하려는 항공, 우주, 정보통신 기술, 로봇, 산업기계 등의 첨단 산업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미국은 중국의 지적재산권·기술 침해 행위로부터 미국의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조치를 시행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에서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강제 이전토록 하는 불공정한 관행을 갖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 규모를 500억 달러(약 56조원)로 예고했었다. 나머지 160억 달러, 284개 품목에 대한 조치는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이달 중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도 같은 규모로 맞대응했다.

 중국은 이날부터 대두(콩), 바닷가재, 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위스키 등 340억 달러 상당 545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화학 제품, 의료 장비, 에너지 제품 등을 포함한 나머지 114개 품목에 대해서는 공고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추후 관세 부과 일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은 농촌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40억 달러 어치의 대두를 미국에서 수입했는데, 이는 미국의 대두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오후 12시 5분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이(미국의 조치)는 세계 공급 및 밸류 체인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세계 경제 회복의 속도를 저해하며 세계의 혼란을 촉발하게 된다"면서 "전 세계 더 많은 무고한 다국적 기업과 일반 기업 및 일반 소비자에게 악영향를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과 국민들의 이익에도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선제 공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국가 핵심 이익과 국민 들의 전체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어쩔수 없이 필요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차례씩 주먹을 맞교환한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본격적인 무역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강한 규모의 추가 관세 조치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몬태나 주 그레이트폴스에서 연설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에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가로 총 5000억 달러(559조원)의 관세 부과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유보하고 있다. 2000억 달러 이후엔 3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유보 상태로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금액이 1300억 달러 수준이어서 관세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국은 비관세적 보복 조치를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을 상대하는 미국 기업인들은 이미 수출 현장에서 비관세적 보복 조치가 시작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미국 제조업체는 중국 당국이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수입품의 2%를 검사했지만 6월 이후에는 모든 제품에 대해 자세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 대만, 싱가포르 중국에 많은 중간재를 수출하는 주변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CNBC에 따르면 타이무르 바이그 싱가포르 DBS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모든 교역 제품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일어날 경우 올해 양국의 경제 성장률이 0.25%포인트씩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바이그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의 2.9%보다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싱가포르(-0.8%포인트), 대만(-0.6%포인트), 말레이시아(-0.6%포인트)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농업계에서는 이미 미중무역전쟁에 대한 피해와 불안감을 호소하는 아우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5000에이커(약 20㎢)의 농장에서 옥수수와 콩 등의 농사를 짓고 있는 브렌트 바이블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두 값이 최근 몇 달새 15%나 급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농사 이익도 8~10% 정도 줄어들었다고 호소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두의 절반 이상은 중국으로 수출된다. 바이블은 농부들이 트랙터 등 농기계 구입을 줄이고 곡물창고 신축을 미루는 등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농민단체인 '자유무역을 위한 농부들(Farmers for Free Trade)'의 사무총장인 브라이언 쿨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동시다발적인 무역전쟁으로 인한 고통의 증거들이 매일 몇 곱절씩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대두 구매를 취소하고 있다. 멕시코로의 치즈 수출량도 급락하고 있다. 농기구 가격은 오르고 있다. 미국 전역의 농장 여기저기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관세 부과는 스무스·홀리(Smoot-Hawley)법 이후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의 관세이다. 미국의 무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스무스·홀리 법은 1930년대 발효된 관세법으로 대공황을 사실상 촉발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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