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가 LG그룹 총수 일가의 100억원대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올해 신설된 검찰 조세범죄조사부가 대기업을 압수수색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LG그룹은 그동안 사정기관 '칼날'에도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은 대기업 중 하나로 꼽혀 왔는데, 이번 수사가 이 회사 경영권 승계 과정 전반으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조세범죄조사부는 전날 LG그룹 본사 재무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 분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달 고발한 100억원대 탈세 혐의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상태다.

 조세범죄조사부는 지난 1월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분리되면서 4차장 산하에 신설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 계좌 의혹 등을 배당받아 수사해 왔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사실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검찰은 지난해 총수 일가가 가지고 있던 LG상사 지분이 지주회사인 ㈜LG로 매도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특수관계인 거래 시에는 양도소득세 등을 추가로 내야 하지만, 총수 일가 일부가 대리인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게 검찰 의심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정황이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 상무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상무는 LG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지난 2006년 2.75%던 보유 지분을 지난해 6.24%까지 확대한 상태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지분 관리 등을 담당하는 재무팀을 전격 압수수색 한 것을 두고 수사가 확대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탈세 혐의만을 두고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지는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다.

 총수 일가 탈세 과정에 그룹이 동원돼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등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추가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총수 일가가 지분 다수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LG상사 자회사 판토스의 경우 내부 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도 제기된 상태이기도 하다.

 반면 국세청이 구 회장과 구 상무를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가 국세청 고발 혐의를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LG 관계자는 "특수관계인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금액의 타당성을 두고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검찰 역시 "지금은 수사 초기 단계"라며 "확대 가능성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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