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진에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최근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갑질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표면상으로는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체제 강화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이유지만 대체적인 견해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갑질 논란이 지속되자, 조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조 회장이 사내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다, 한진칼·대한항공·한진관광·정석기업 등 7곳에서 여전히 대표이사 등 임원직을 맡고 있어 진정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이 나머지 회사에서 대표이사 등 임원직에서 물러날 지 여부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도 사임을 표명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갑질 파문은 지난달 12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홍보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졌다는 의혹에서 시작해 현재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폭행 수사로까지 확대됐다.

 최근에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공항 상주 직원 통로를 이용해 조직적인 밀수와 탈세를 저질렀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이와함께 국토부는 대한민국 국민만 가능한 항공사 등기임원 지위를 조 전 전부가 맡았던 부분을 문제삼아 진에어에 대한 면허 취소를 검토하는 중이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2일 2차 촛불집회를 열고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조 회장 퇴진 요구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집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한 언론사를 통해 실시하고 있는 클라우드 펀딩은 1시간 만에 목표금액을 달성했으며 모금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이 악화될 경우 정부고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비리 의혹에 대한 조사 범위를 넓혀갈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이미 경찰과 검찰, 관세청, 국토부, 고용부, 공정위 등 6개 기관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대한 수사 또는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세청이 추가될 경우 한진그룹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사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운수권 배정, 정비 점검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나아가 진에어는 면허 취소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태 수습을 위해 진에어 대표이사 직위를 내려놓는 것이 맞다고 조 회장이 판단했다고 보는 이유다.

 20년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대한항공에서 큰 인명사고가 잇따르자 김 대통령은 "대한항공을 인명중시 경영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고 조중훈 창업주와 조양호 사장은 자리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한진칼을 통한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던 당시 조양호 사장은 다시금 권력을 되찾았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 일가의 모든 경영 퇴진 및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갑질 논란 파장이 더욱 커질 경우 국세청 등도 한진그룹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진에어 대표이사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퇴진을 하는 듯 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오너 일가의 경영 일선 퇴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진그룹 계열사들은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진그룹 계열사 12곳 중 부사장급 이상 전문경영인은 5명 뿐"이라며 "다른 기업과 비교해도 현격하게 적다고 볼 수 있다. 오너 일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진에어는 그동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최정호 대표이사가 각자 대표를 맡아 운영해왔다. 진에어는 10일 공시를 통해 조 회장이 각자 대표에서 물러나고 권혁민 현 정비본부장이 대표이사직을 맡게됐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진에어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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