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갈등 속 라이벌 넘어 ‘앙숙’으로
사명ㆍ상표권 등 놓고 국내외서 으르렁

사면결착 밀폐용기의 대표주자 락앤락과 글라스락. 밀폐용기라는 공통점 외에도 ‘-락’으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것만으로도 일반 소비자들은 얼핏 보기에 같은 회사의 제품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1978년 설립된 락앤락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필두로 매해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011년 4761억원에 이어 2012년엔 5146억원, 지난해 3분기까지는 3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립 이래 3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핵심 캐시카우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다.

친환경 플라스틱 신소재인 ‘트라이탄’을 활용한 신제품 ‘비스프리’를 선보이는 등 소재를 업그레이드하고 제품군도 시스템 수납 가구, 조리기구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46년 역사의 삼광유리는 2005년 밀폐용기 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락앤락보다 7년 늦게 밀폐용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46년 유리제조 ‘외길’을 걸어온 기업답게 무서운 기세로 락앤락을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다.

첫 제품 출시 후 7년 만인 지난해 유리밀폐용기 ‘글라스락’ 누적 판매가 3억개를 돌파했을 정도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2163억원으로 연매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글라스락을 처음 선보인 이후 9년 연속 신기록 행진이다.

락앤락을 제조하는 락앤락과 글라스락을 제조하는 삼광글라스는 꽤 오래 전부터 국내 밀폐용기 시장서 라이벌로 불려온 회사다. 하지만 라이벌이라 하기에 두 회사 사이에 도는 기운은 그리 좋지 만은 않다.

물론 두 회사가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선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식기 한류를 주도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나 락앤락과 글라스락 사이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일까 현재 두 회사는 갈등으로 이제 ‘앙숙’이 돼 버렸다.

이처럼 락앤락과 글라스락이 라이벌을 넘어 앙숙이 돼 버린 지는 벌써 8년째다. 이쯤 되면 지칠 만도 한데 양 사는 그렇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지는 듯한 양상을 띠며 갈등의 골 역시 점점 깊어져 양 사 직원들은 상대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릴정도라고 한다.

갈등의 시작은 비슷한 브랜드 이름이었다. 1998년부터 밀폐용기를 만들던 락앤락에 2006년 유리전문기업 삼광글라스가 글라스락을 선보이며 도전장을 내민 것.

사실 점유율에선 1998년 밀폐용기를 시장에 처음 내놓은 락앤락이 60%를 가져가며 25%의 글라스락을 월등히 앞서고 있다.

밀폐용기 시장에서 ‘-락’이라는 이름은 락앤락이 처음 사용했다. 삼광글라스는 2005년이 돼서야 특허청에 글라스락 상표 출원을 냈다. 그러자 락앤락이 자사 상표와 유사하고 글라스락을 락앤락 제품으로 잘못 알거나 혼동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이의를 제기, 법정 소송으로 번졌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잠그다’라는 뜻의 ‘Lock’은 상품의 성질과 기능을 표시한 기술적 표장에 불과하고 이미 ‘-락’과 결합한 상표가 10여개 이상 등록돼 사용되고 있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삼광글라스의 손을 들어줬다.


식기 한류 이끈 긍정적인 면도 있어
두 번째 싸움은 ‘내열’이였다. 락앤락은 ‘내열유리’, 글라스락은 ‘내열강화유리’라는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락앤락은 강화유리는 열에 약하고 폭발 위험이 있어 ‘내열’이라는 표기를 쓰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안정성 검증 실험을 요구했다.

그러나 2011년 4월 기술표준원 실험에서도 락앤락은 패했다. 실험 결과 락앤락의 내열유리와 글라스락의 강화유리는 내열성 확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열 충격강도 실험에서도 폭발하거나 파손되지 않았다. 반면, 파편이 날아서 흩어지는 비산 현상 실험에서는 글라스락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락앤락은 “실험 기준이 잘못됐고 결과 또한 정확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소비자들만 혼란스러워졌다.

밀폐용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락앤락은 재빨리 주방생활용품으로 눈을 돌렸다. 신소재 트라이탄을 사용한 밀폐용기 ‘비스프리’를 비롯해 물병, 도시락, 수납제품 등을 선보였으며, 아웃도어 및 여행용품까지 손을 뻗쳤다.

발 빠르게 사업다각화를 한 덕분에 락앤락은 2011년 국내 시장에서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42%나 성장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삼광글라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삼광글라스는 2012년 패밀리 브랜드 ‘유하스’를 론칭하며 종합 주방생활용품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면서 두 기업은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여기에 락앤락과 마찬가지로 아웃도어용품 브랜드 ‘아우트로’도 론칭해 업종이 겹치며 또 다른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국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양 사는 해외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락앤락이 글라스락의 이름을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태국, 이집트, 칠레 등에서 상표 등록해 상표권 분쟁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삼광유리 관계자는 “타사가 사용 중이고 직접 사용하지도 않을 상표를 해외에 등록해 불필요한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며 “영업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상도의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락앤락 관계자는 “해외에서 두 브랜드를 비슷하게 보는 경우가 많아 락앤락 상표 방어 차원에서 먼저 글라스락을 등록한 것”이라며 “등록이 늦으면 락앤락 상표를 쓰는 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좋은 측면보다는 그렇지 못한 양상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두 회사지만 두 회사가 전 세계 식탁에 ‘식기 한류’ 바람을 일으킨 공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락앤락 밀폐용기가 수출되는 국가만 세계적으로 110여곳에 달한다.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1년 기준 중국 매출은 전체 매출의 44%를 기록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끌었다.

중국에 이은 차세대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는 베트남을 육성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 영업 및 유통을 확대하는 등 신흥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락앤락은 중국서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현지 소비자 만족도 1위를 차지하는 등 기반을 확실히 닦아 놓은 상태다. 이에 지난해부터 중국 쪽은 중소 규모 도시로 진출을 확대하고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려 제2 중국으로 키우는 등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광글라스도 전 세계 83개국에 글라스락을 수출하며 공격적인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2012년에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생활용품박람회 ‘앰비엔테’에서 한국 기업 최초로 ‘유리제품 명품관’에 입성해 미국, 유럽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시 지난해부터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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