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수위 그룹다운 팽팽한 자존심 대결
시평 1위 놓고 엎치락뒤치락…지난해 삼성 ‘勝’

국내 건설사 순위는 매년 시공능력평가를 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뜨거운 자존심 대결을 벌여 왔다. 재계 순위 1, 2위의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을 대표하는 양사가 시평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한다는 점만 놓고 봐도 세간의 흥미를 끌기엔 충분하다.

그간 1년간 공사 실적, 재무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평가하는 시공능력평가 1위는 단연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9년부터2013년까지 5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독주 양상을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물산이 시평액 13조1208억원을 기록하며 12조5666억원을 기록한 현대건설을 끌어내리고 2005년 이후 9년 만에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 시평순위 1위에 오른 삼성물산은 2013년 433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6524억원으로 2191억원(50.6%)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상사부문을 제외한 건설부문 매출액만 전년보다 10.7% 늘어난 14조8740억원, 영업이익도 63.5% 증가한 569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현대건설에 이어 시평 2위에 올랐던 삼성물산이 지난해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폭 늘어난 해외공사 실적 때문이다.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 등 과거 수주했던 해외 프로젝트들이 본격 착공에 들어가면서 매출과 직결됐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는 고민도 해외부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4분기 당기손실이 5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삼성물산 역시 사우디 쿠라야 복합민자발전소 사업의 공기가 지연되면서 15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올해는 내실 성장을 뿌리내리는데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질 좋은 일감을 확보키로 했다. 단순 시공사에 탈피해 사업기획부터 엔지니어링, 운영,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수주가 변수다. 지난해에는 내실경영과 외형성장이라는 두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작년 삼성물산의 수주액은 약 13조원으로 전년대비 32% 줄었다.

해외 수주는 반토막 났다. 수주잔고는 2014년 9월말 현재 24조9000억원으로 5조원가량 감소했다. 무엇보다 초대형 공사인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의 준공이 임박하면서 대체 일감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로이힐 프로젝트는 도급액이 5조3000억원으로 지금까지 3조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다. 작년 매출의 15%가량이 로이힐 공사에서 나왔다. 최 사장이 취임 후 양호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로이힐 공사 덕분이다.

연말 준공을 앞두고 단기간 내 외형축소와 영업이익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삼성물산은 이에 따라 기존 진출국인 중동을 비롯해 미국 등 신흥시장 진출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진출국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물산, 해외 수주 덕 톡톡히 봐
반면 삼성물산에 왕좌를 내준 현대건설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었다. 5년간 왕위 수성을 해왔던 터라 지난해에도 문제없이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평액 면에서 현대건설은 삼성물산에 5500억원 이상 뒤지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201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대형 공사보다는 수익이 보장된 공사 위주로 수주해 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 놨다. 수익성만 따지다 보니 수주금액이 줄어 시평액 측면에서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의 대표 주자답게 지난해 안정적인 실적을 보였다. 특히 영업이익 9900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에 바짝 다가섰다. 현대건설은 국내 매출 4조9583억원으로 43.2%, 해외매출 8조9080억원으로 15.5% 동반 성장하며 업계 대표 건설사다운 모습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분기에 최고의 실적을 올렸고 영업이익률도 5%를 넘겼다. 현대건설은 2분기에만 매출 4조7029억원, 영업이익 2796억원을 올렸다. 이 실적은 경쟁자인 삼성물산의 건설부문을 뛰어넘는다.

현대건설은 매출에서 삼성물산을 4123억원이나 앞섰다. 현대건설의 이런 실적은 국내 건설역사상 최고의 분기실적으로 꼽힌다. 영업이익 2796억원도 어떤 건설사도 거두지 못한 기록이다.

해외공사 수주액도 1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현대건설은 3분기까지 75억3000만 달러의 해외공사를 따내며 두 분기 연속 업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 증가한 것으로 연간 목표액의 60%를 웃돈 것이다. 이는 2013년 업계 1위였던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액 45억3000만 달러보다 많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인수하면서 이 자리에 건설하려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를 현대건설이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때문에 현대건설이 다시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현대건설이 한전부지 공사를 맡게 되면 5년 만에 빼앗긴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부지는 축구장 12개를 합친 7만9342㎡ 규모로 제2롯데월드 면적(8만7183㎡)보다 약간 작다.

제2롯데월드의 공개된 투자비는 공사비를 포함해 3조5000억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제2롯데월드의 공사비에 비춰볼 때 한전부지에 세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비가 적어도 3조원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건설업계의 잠재적 위험요소로 꼽히는 미청구공사가 많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의 미청구공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7578억원으로 2010년 말(1조9885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한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양사 모두는 올해 담합 등에 따른 과징금 부과를 줄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은 금액적인 면에서, 현대건설은 담합 횟수 면에서 각각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얻었다.

삼성물산은 호남고속철도 835억원, 서울 지하 9호선 162억원, 낙동강 하구둑 138억원 등 지난 한 해 동안만 총 15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 금액은 올해 상반기 삼성물산의 당기순익 2748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작년 1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사업(141억원), 3월 대구도시철도 3호선 사업(56억원), 4월 경인운하(134억원), 부산지하철 1호선(48억원), 7월 호남고속철도(598억원), 9월 낙동강하구둑 배수문 증설(78억원) 등 총 7차례 담합이 적발됐다.

횟수도 횟수지만 이에 따라 부과 받은 과징금만 총 1055억원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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