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실적 개선 구원 투수 최치훈
40년 경험의 정통 현대맨 정수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다른 듯 비슷한 성공의 쾌거도 있었지만 기억하기 싫은 흑역사 또한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수장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1952년생으로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40여년 가까이 현대건설에 몸담으며 국내외 건설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정통 ‘현대맨’으로 알려졌다.

수주 영업 성과가 좋다 보니 ‘9할 타자’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입찰에 10번 나서면 9번은 공사를 따냈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2009년 부사장급인 건축사업본부장을 역임하고 잠시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현대엠코를 거쳐 지난 2011년 다시 현대건설로 복귀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삼성물산에 내준 정 사장은 이래저래 자존심 상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빼앗긴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의지는 지난해 현대건설의 실적으로 충분히 입증됐다는 평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은 17조4300억원, 영업이익은 9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조9300억원)보다 각각 2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의 발판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초 경영방침을 ‘글로벌 건설리더로의 도약’으로 천명했다. 기존 4개 실이던 해외영업담당실을 5개 실로 확대하는 등 조직도 개편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100억 달러 넘는 해외수주 실적을 냈다. 11건을 수주해 110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9억 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새해에도 정 사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영방침을 ‘글로벌 건설리더를 지향하는 새로운 도전’으로 정했다. 올해 역시 국내와 해외 영업조직을 해외중심으로 통합하는 등 해외 집중은 지속할 전망이다.

정 사장이 풀어야 할 현대건설의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 년째 이어져 온 4대강 공사 등 입찰 담합과 과징금, 안전 문제 등으로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 찍혀 있는 현재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현대건설은 2010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은 1361억원. 업계 2위다. 최근 4대강 공사에서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을 받자 사실이 아니라며 취소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하는 결과를 맞았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안전 문제로 실추된 이미지는 특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1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로 안전문제가 더 강조되는 상황에서 더더욱 그렇다.

지난해 12월에는 울산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 하도급업체 직원 3명이 질소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같은 달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 본관 지하 2층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13분 만에 진화되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부에 있던 직원 3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한편 정 사장은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삼성동 한전 사옥 건립을 위한 TFT(태스크포스팀) 단장을 맡으면서 어느 해보다 바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에서 업계에서만 30년 넘게 몸담은 정 사장의 리더십에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한국인 최초 GE사장을 지낸 글로벌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2008년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 사장을 맡은 후 취임 8개월 만에 적자에 시달리던 사업부를 흑자로 탈바꿈시켰다.하지만 일부에서는 최 사장이 취임할 때만 하더라도 반응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업종 특성상 외부 인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정수현, “시평 1위 되찾겠다”
지난해 초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장을 맡은 최치훈 사장은 건설업 경험이 없음에도 삼성그룹이 기대하고 있는 바가 크다. 별명이 ‘미스터 해결사’일 만큼 그간 보여 온 업무 수행 능력이 실적 악화에 시달린 삼성물산을 살려낼 ‘구원투수’로 적격이라는 평이었다.

이어 삼성SDI 취임 후 최고 실적을 이끌었으며 삼성카드 사장 시절엔 ‘숫자 시리즈’ 카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3~4위권인 삼성카드를 시장점유율 2위 업체로 올려놓았다.

최 사장은 지난해 초 삼성물산 신임 사장을 맡은 이후 해외 영업을 강화하고 일부 적자 사업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주요 해외 거점들을 마케팅실 산하로 편입시키면서 해외 마케팅 강화에도 나섰다.

최 사장의 파격적인 행보는 지난해 1분기 110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후 2분기 1300억원, 3분기 1439억원으로 흑자를 이어가면서 1~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7% 늘어난 영업이익을 거뒀다. 4분기 실적 역시 앞선 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무리했다.

3분기 말 수주잔액은 국내가 20조원, 해외가 19조원으로 비슷한 규모다. 3분기까지 누적매출도 국내가 5조원, 해외가 5조7000억원으로 균형을 이뤘다. 또 2005년 이후 9년 만에 현대건설을 밀어냈다.

지난해 시평에서 해외 수주 실적을 앞세워 삼성물산을 국내 1위 건설사로 안착시킨 만큼 올해도 1위 자리를 굳힐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134억8000만 달러로 해외수주액 1위를 차지했던 삼성물산은 지난해 실적이 절반으로 줄며 4위로 내려앉았다.

최 사장은 올 초 전체 수주에서 해외 사업 비중을 8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지만 실패했다. 각종 구설에 오르내리며 심대한 이미지 손상도 받았다. 지난해 9월 공사 중인 9호선 919공구 구간에서 ‘동공’이 발생해 ‘석촌 싱크홀’ 공포의 주범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과거 ‘입찰 담합’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취임 전 이뤄진 문제가 최근에 터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최 사장에게로 쏠린 것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 담합 과징금으로 1511억원을 부과 받아 건설사 중 1위에 올랐다. 이 액수는 삼성물산 한 분기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앞으로 최 사장에게는 취임 당시 강조한 ‘안전·컴플라이언스(윤리·정도) 경영 강화’와 ‘해외수주 향상’이 주요 핵심 과제가 될 듯하다.

이에 삼성물산은 과거처럼 양적 성장에만 매달리지 않고 국내외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질 좋은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공 중심에서 탈피해 사업기획에서부터 엔지니어링, 글로벌 조달, 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를 아우르는 역량도 키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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