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잇단 매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마련했던 3000억원의 자금을 재원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잇달아 매입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I가 매각을 추진하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 2000억원(약 130만주) 상당의 주식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 지난달 29일 유가증권시장 종료 후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사주 130만5000주를 취득했다. 자사주 취득은 시간외 매매방식으로 이뤄졌다. 취득단가는 15만3000원이다. 취득 후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보유 주식 수는 3267만4500주(17.08%)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840,403주 0.57%, 삼성에스디에스 7,116,555주 9.2%, 삼성물산 32,674,500주 17.08%, 삼성생명 120,000주 0.06%, 삼성엔지니어링 3,024,038주 1.5%의 삼성그룹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직접 매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를 합병 삼성물산 출범일인 지난해 9월1일 기준으로 6개월째인 3월1일까지 처분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확대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지분 인수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16.5%에서 17.08%로 확대된다. 나머지 오너가의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9%,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은 각각 5.5%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이번 전체 매각 물량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함으로써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며 "이 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매입한 만큼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그룹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또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2만4038주(302억원 규모)를 취득, 위기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 회생에 발벗고 나섰다. 책임경영의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계에서는 지난 2014년 무산됐던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의 합병을 다시 추진하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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