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자본주의의 맹주 미국에서 반자본주의 시위가 일어났다.

뉴욕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항의하기 위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이후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내 대도시를 비롯해 캐나다·유럽·아시아 지역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이 시위가 동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탐욕적인 부(富), 즉 부의 편중과 이로 인한 소득 양극화에 대한 분노에 있다.

미국에서 상위 10% 부자가 전체 부(富)의 62%를 점하고 있다는 믿을 만한 자료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 중앙은행과 미시간대학교의 자료를 분석해 2013년을 기준으로 미국인 가운데 상위 10% 부자가 미국 전체 부의 61.9%를 차지하고 있다.

1989년에 상위 10% 부자가 점하는 비중은 50%가 조금 넘었다. 24년을 지나면서 부 점유도가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부의 편중현상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부 부자들이 부를 독식하는데 ‘밑천’이 됐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캡제미니와 로열뱅크오브아메리카(RBC)가 발표한 ‘2014년 세계웰스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100만 달러 이상 백만장자가 2013년에 세계적으로 200만명 늘어났다.

이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것이고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백만장자들의 자산이 20조 달러(6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가 늘어나고 자산이 증가하는 만큼 소득 하위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진다. 이들의 박탈감은 사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는데 ‘월가를 점령하라’란 시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자본의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보다 높아질 경우 불평등 또한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가 외환․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저성장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부자들은 거대 자본을 앞세워 ‘돈 놓고 돈 먹기’에 성공, 부를 움켜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케티는 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동시에 부에 대해 매기는 세금(a global tax on wealth)을 신설할 것을 제의하는 등 양극화 해소도 글로벌하게 제시해 ‘피케티 신드롬’을 낳았다.

부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것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논리이기 때문에 합법적 테두리 안이라면 문제가 되질 않는다.


다만 움켜쥔 부에 대한 집착과 끝없는 부의 재창출만을 위한다면 그것은 ‘천민자본주의’가 된다. ‘부의 선순환’을 통한 건강한 시민사회가 형성돼야 자본주의도 성숙된다.

한 여론조사기관이 지난해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 불평등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76.5%가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불평등하다’고 밝힌 응답자 893명에게 ‘소득 분배가 불평등한 가장 큰 이유’를 물은 결과 43.1%가 ‘일부 최상위층에 집중된 부의 편중’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월가 시위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인색함은 이미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매년 사랑의 열매 성금을 보면 개인 호주머니보다 회사 금고를 이용한다. 수 십~수 백억원의 회삿돈을 총수나 총수일가가 ‘쾌척’이란 명목으로 갖다 낸다.

지난 2008년 일을 기억하시는지. 삼성 특검을 통해 4조원대 차명재산이 드러난 이건희 회장이 1조원을 사회에 환원키로 한 약속 말이다. 몇 년 동안 오리무중에 있던 기부 약속은 2011년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자 적절한 기부 시기를 연구하겠다며 얼버무렸다. 그리고 또 몇 해가 흘렀다.

부의 집중은 사회의 분노를 키운다. 적절한 부의 환원과 선순환이 아쉬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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