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성장률과 경제회복 속도 전망.(그래픽=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2021.7.4
세계 경제성장률과 경제회복 속도 전망.(그래픽=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2021.7.4

글로벌 민간 경제계는 올해 반복적인 코로나의 국지적 발발로 인해 경제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정부나 국제기구보다 세계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 세계 주요 18개국 대표 경제단체 및 국제기구·경제협의체를 대상으로 지난 5∼6월 실시한 '세계경제 결정적 순간: 코로나 2년차 전망' 조사를 통해 이같이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대상은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를 차지하는 주요 18개국과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경제권을 대표하는 국제기구 3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민간 경제계는 올해 세계경제를 국제기구의 예측에 비해 비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경제의 코로나 회복 양상과 관련해 84.1%가 코로나의 반복적인 국지적 재발이 올해 세계경제를 특징지을 것으로 내다봤다. 절반 가량(47.4%)은 "코로나의 국지적 발발로 인해 단기적으로 경제성장이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10.5%는 "장기적으로도 경제회복이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경제단체들의 52.4%는 IMF가 예상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인 6%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다. 4∼6%로 예상한 응답이 38.1%로 가장 많았으며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예상한 경제단체도 38.1%에 달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의 경우 71.4%가 향후 1년 반 안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백신 배포가 늦은 국가들의 경우 52.4%가 경제 회복에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의 경우 세계경제단체들은 앞으로 자국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게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됐다.

응답 국가의 47.7%가 다자주의·세계화가 향후 계속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42.8%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9.5%는 지난해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중 갈등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질서와 관련해 90.5%가 미·중 간 경제대립이 첨예화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응답 국가의 47.6%가 첨단산업은 미국이 주도하고 전통제조업의 공급사슬은 중국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세계경제가 양분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42.9%가 전방위적인 중국과의 디커플링 심화를 예상했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자국 공급망에 다소 변화가 있었다는 응답이 57.1%로 과반을 넘었고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38.1%였다. 공급망 변화의 형태는 국내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는 오프쇼어링(29.2%), 제조시설이 본국에 인접한 국가로 재배치되는 니어쇼어링(25.0%) 등을 통해 해외 공급망이 다변화되고 있고 기업이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16.6%) 형태도 파악됐다.
     
주요국 경제계의 71.4%는 각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 기업 지원책이 도움됐다고 평가했으며 이에 따라 재정정책 운용 방향을 올해까지는 긴축재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25.0%)보다 확정재정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75.0%)이 더 많았다.

향후 효과적인 재정정책 운용을 위한 방안으로는 근로자에 대한 직접 지원(20.0%)보다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의견(80.0%)이 많았다.

세계경제단체들은 정부의 코로나 부양책 종료 후 드러날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정부 인공호흡으로 버텨 온 기업들의 도산'(38.2%)을 1순위로 꼽았으며 이어 '막대한 유동성 공급 후 금융과 실물의 괴리와 부작용'(17.7%), '고용지원 제도 종료 이후 실업 전면화'(17.7%), '빈곤·불평등 심화'(17.6%)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글로벌 최저법인세, 탄소세, 디지털세 등 기업 대상의 각종 세금에 대해서는 '정치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힌 재정 이슈를 각종 세금의 형태로 기업에 전가한다'(36.4%)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세금의 형태로 기업의 사회 참여가 반영되고 있다'(27.3%),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공정한 국제 비즈니스 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22.7%) 등의 순으로 답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이후 도입된 원격근무가 정착될 것으로 판단했다. 원격근무와 현장근무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이 운영되는 가운데 오피스 근무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81.0%, 원격근무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응답이 19.0%를 차지했다. 코로나 이전과 같은 오피스 중심의 근무방식으로 돌아가거나 완전한 원격근무 형태로 전환할 것이라는 응답은 없었다.

한편 지난 1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며 드러난 가장 예상치 못했던 사실로는 '전 세계적인 백신 접종 거부 현상'(35.5%)을 가장 많이 꼽혔으며 '중국의 세계 유일한 플러스 경제성장'(22.6%)이 뒤를 이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기업들과 접촉이 많은 주요국 경제단체에서 느끼는 체감 경제전망이 국제적인 공식 통계보다 비관적"이라며 "올해 세계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은 아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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