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비서실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2021.06.02.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민 비서실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재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2021.06.02.

4대 그룹 총수들이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최대 관심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거론됐다. 당초 공식석상에서 사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은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사면에 대한 얘기가 등장하자 신중한 입장을 표하면서 고민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회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 44조원 투자를 발표한 4대 그룹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4대 그룹과 계속해서 소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이날 문 대통령의 공개 발언 대부분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가 차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방미 순방 때 4대 그룹이 함께해 준 덕분에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며 "우리 4대 그룹으로써도 미국에 대한 여러 가지 진출 부분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단연 관심사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오찬 초반 공개된 자리에서는 사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사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말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에둘러 요구했다. 지난 4월 경제 5단체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문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한다'라는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총수 부재의 어려운 점을 잘 알고 있어 사면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 같은 발언을 소개하면서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회동을 앞두고 그룹 총수들이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구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자칫 문 대통령에게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 맏형인 최태원 회장이 나서 우회적으로 사면을 언급했고 청와대가 이 같은 대화 내용을 전한 사실 자체가 사면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충을 이해한다는 말 자체가 고충을 해소해 주겠단 것 아니냐"며 "사회 곳곳에서 사면론이 거세지고 있어 문 대통령 역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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