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째 지속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10일(현지시간) 최종 판결을 낼 예정이다.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11일 오전께로 예상된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판결에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초기 전기차 시장은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 간 지적재산권을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곧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어느 쪽이 이기든 이 사례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얼마나 분열에 취약한지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WP는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州) 대규모 배터리 공장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대표적인 고객사 포드와 폭스바겐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ITC가 LG화학의 편을 들어준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며 "다만 역대 사례에서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다섯 번 뿐"이라고 지적했다.

SK 측 로펌은 WP에 "바이든 대통령의 일자리 계획, 기후변화 대응 계획, 첨단 기술 계획, 미국 내 제조 계획 등에 바로 적용된다"며 "이 모든 것이 ITC의 결정에 포함된다"고 했다.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린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이의신청을 받아 들여 판결을 재검토 하고 있다. ITC는 당시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 훼손 및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을 했다고 봤다.

당초 지난해 10월5일로 최종 판결이 예정됐으나 10월26일·12월10일로 두 차례 미뤄졌다가, 해를 넘긴 2월10일로 재차 연기됐다.

이른바 'K-배터리'가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 주축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싸움이 길어지자 이례적으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강도높은 발언을 하며 합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K-배터리의 미래가 앞으로 정말 크게 열릴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2조8000억원대를 요구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대를 제시하는 등 양사의 입장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갈등이 길어지면서 그 골은 점점 깊어진 상태다.

현재까지 양사는 각자 서로의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ITC 통계(1996~2019년)를 들어 영업비밀 소송에서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에서 뒤집어진 적은 없다는 주장과, 최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사례처럼 예비판결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저작권자 © 타이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