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서원에 뇌물공여 등 공모 혐의
이재용 "지금 같았으면 결코하지 않을것"
특검 "국정농단 화룡정점" 징역9년 구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12.30.

'국정농단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다 제 책임이고 부족했다"며 "제가 한 약속, 삼성이 드린 약속 모두 책임지고 이행하겠다"고 최후진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30일 이 부회장 등의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은 "오늘 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두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울먹이며 최후진술을 시작했다.

이어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께서 쓰려졌고, 경황이 없던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가 있었다"며 "지금 같았으면 결단코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국민도 실망했고 솔직히 힘들었다"면서 "모든 것이 저의 불찰, 저의 잘못이다. 제 책임이다. 제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끄러운 마음으로 깊이 뉘우친다"면서 "이 사건은 제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4년간의 재판, 조사 과정은 제게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다른 무엇보다 재판 과정에서 준법감시위원회가 생겼다"며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쉽지 않은 길이고, 불편할 수 있고, 멀리 돌아가야할 수 있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재판장님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또 "준법감시위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충분히 지원하겠다"며 "이제는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가진 회사로 만들겠다.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거듭 말씀드리는데 제 아이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언급되는 일 자체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도 없을 것이고, 제가 지킨 약속은 모두 지키고 삼성이 드린 약속도 제가 책임지고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후진술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부친과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울먹이며 목이 메어 말을 이어나가지 못 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987년 11월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다"며 "이병철 선대 회장 임종을 지켜본 직후 아버님은 일본 지점장에게 전화해 당시 일본 주요 기업들 최고경영자들과 미팅을 잡으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보다 앞서는 기업들이었고, 다음해 1월 아버지는 어학연수 중이던 저를 모든 회의에 데려가셨다"면서 "당시 삼성 위상이 낮아 현지 전무급, 부장급 등이 나와도 최신 정보를 얻으려 애쓰신 게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열함이 삼성의 DNA여서 앞만 보고 달렸다. 돌이켜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다"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국민 신뢰를 간과했다. 삼성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재판장께서 재벌의 해체로 지적한 부분을 과감하게 바꾸겠다"며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 국민에게 큰 빚을 졌고, 꼭 되돌려 드리겠다"고 언급했다.

또 "두달 전 이건희 회장님 영결식이 있었다"며 "회장님 고등학교 친구분께서 이건희 회장의 예를 전 접하지 못했다며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나음)'라고 했다.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 말하셨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그 말이 강렬하게 남아있다"며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초일류 기업은 지속가능한 기업이고, 기업인 이재용의 일관된 꿈이다. 이것이 이뤄질 때 진정한 승어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다 제 책임이다. 죄를 물으실 일이 있으면 저한테 물어주시길 바란다"며 "여기 선배님들은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다. 이 분들을 너무 꾸짓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 진술을 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27일 항소심 결심 공판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 구속 상태이던 이 부회장은 "왜 제가 대통령에게 청탁을 하겠나. 이것만은 정말 억울하다"며 울먹이며 최후진술했다.

이날 특검은 "국정농단 주범들은 모두 중형이 선고됐고, 본건은 국정농단 재판의 대미를 장식할 화룡정점에 해당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양정해달라"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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