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내놓은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관해 민간 전문가는 "시장에 의한 경제 발전을 유도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재계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법·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은 빠졌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내세운 경제 성장률 목표치 3.2%의 경우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법·제도가 제대로 돼 있고, 규제 문제가 없었더라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아도 한국판 뉴딜 계획 이행에 필요한 투자금을 민간에서도 모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하겠다는 것은 문제 해결 없이 일단 돈부터 투자하겠다는 얘기로 들려 아쉽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이어 "(법·제도 개선·규제 개혁과 같은) 근본적 변화는 어려우니까 건드리지 않고, 일단 예산부터 할당해 '써보라'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는 정부가 각종 데이터 인프라를 공들여 구축해도 여기서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내기 어렵다. 갈등이 첨예한 원격 의료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또 "아무리 많은 재정을 투입해도 법·제도 개선·규제 개혁과 병행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2021년 디지털 뉴딜에 투입하겠다는 12조7000억원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관광 분야 근로자·자영업자에게 지원금 형태로 뿌릴 때 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판 뉴딜은 정부의 강력한 직접 지원에 기반을 둔 정책"이라면서 "시장에 의한 경제 발전 및 성장에 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1960~1970년대 개발 독재 정책의 현대판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이어 "규제 개선이나 완화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은 매우 미흡하다. 대규모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쏟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전반적으로 재정에 의한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정책에 집중돼 있고, 기존 것을 나열하는 데 그친 다른 정책 상당수는 그 효과에 의문이 남는다"고 했다.

강성진 교수는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국면에서 정부의 직접 지원은 꼭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간의 경제 활력을 되살려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최근 규제가 강해지면서 기업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경제 활력이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정책방향의 세부안에 관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정부는 재정을 상반기에 63%, 하반기에 37% 지출하겠다는 계획인데 코로나19 악영향이 금세 끝나지 않으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또 편성해야 할 수 있다"면서 "상·하반기에 반씩 나눠 재정을 쓰는 편이 낫다"고 했다.

김소영 교수는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소비 진작책을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구매비를 환급해주는 고효율 가전제품이나 개별소비세를 낮춰주는 자동차는 모두 내구재라 산 사람이 또 사지는 않는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용카드 소득 공제의 경우에도 결국은 1년 뒤에 세금 조금 깎아준다는 얘기라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저탄소 정책에 관해 김 교수는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시급한 문제가 있지 않느냐"면서 "2050년까지의 장기 과제를 내년부터 대대적으로 이행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2021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에 관해서는 어두운 전망이 다수였다.

양준석 교수는 "3.2%라는 경제 성장률 목표치 뒤에는 수출이 8.0% 회복된다는 기대가 깔려있다"면서 "올해 나빴던 상황의 기저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수출이 8.0% 증가하려면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종식되고, (미국·중국·유럽 연합(EU) 등) 한국의 교역 상대국 경기가 모두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강성진 교수는 "경제 성장률 목표치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상향과 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반영돼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수치는 장밋빛 (전망)이지만, 어쨌든 정부 목표치이므로 애교로 봐줄 수 있겠다"고 했다.

김소영 교수는 "코로나19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최근 들어 커지고 있다"면서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약간 높은 수준으로 잡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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