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故) 이건희 회장 타계 일주일 만에 첫 창립기념일을 맞았다.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낸 고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51번째 창립기념식은 휴일 등을 고려해 2일 진행된다. 이 회장의 별세 직후인 만큼 올해 기념식은 고인의 경영철학을 되새기는 경건한 분위기의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날 기념식에서 이 부회장이 임직원에게 전하는 별도 메시지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에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다가올 50년을 준비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이 되자"고 당부했지만, 올해는 고인에 대한 애도에 보다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다소 차분한 생일을 보낸 이후 '이재용 체제'로 공식 전환하며 당면한 현안 대응에 집중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부친이 쓰러진 이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해왔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 동일인에 지정돼 공식적인 총수에 올랐지만 '회장' 타이틀은 아직 달지 않았다.

이제는 명실공히 '이재용의 삼성'에 접어들며 이 부회장은 올해 남은 기간 내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부회장의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해지며, 내년 1월부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관한 재판도 본격 시작하므로 당분간 재판 준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달부터 재개한 해외 출장도 조만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다음 출장지는 일본이나 주요 시장인 중국, 미국 등으로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가장 최근에 다녀온 베트남 출장 귀국길에 취재진을 만나 "일본 고객들을 만나러 한 번 가기는 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말을 앞두고 인사와 더불어 내년도 사업 준비에도 매진해야 한다. 

통상 삼성전자는 12월 첫째 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고 이어 후속 임원 인사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해의 경우 이 부회장 등 전현진 경영진이 재판에 연루되며 인사가 미뤄져 올 초에 단행됐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미·중 분쟁 등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고조돼 올해 연말 인사도 일단 '안정' 기조가 채택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인사 이후에는 한 해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부문별 경영전략을 점검하는 글로벌 전략회의가 진행된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재용 체제가 공식화된 후 첫 회의인 만큼 모처럼 참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존의 핵심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스마트폰 등의 경쟁력을 이어가며 시스템 반도체, 첨단 디스플레이 등 미래 동력의 육성에도 집중해야 한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등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선 가운데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멈춘 M&A를 재개할지도 관심이다.

사업 외적으로는 상속세, 지배구조 관련 사안도 점검해야 한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삼성물산, 상명생명 등 계열사의 지분을 유가족이 전량 상속받으면 현행법상 10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삼성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여당이 적극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현행 보험업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3% 룰'의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평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가로 계산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자산 3%인 9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돼 결국 삼성생명은 20조원이 넘는 초과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에 경영권을 행사하던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장례 직후 빠르게 경영에 복귀한 이 부회장의 앞에 재판 일정, 대외 불확실성 및 상속세, 보험업법 개정안 이슈 등 적지 않은 난제가 놓인 모습"이라며 "이재용 시대의 몫인 시스템 반도체 등 미래 동력 육성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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