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유통업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빠른 속도로 진행돼 온 유통업의 온라인 대전환과 함께 올해 초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앞으론 기존에 해왔던대로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기업과 협업하고, 인적 쇄신을 통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 경계를 없애는 방식으로 적극 대응에 나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지금보다 더 잠잠해지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업계 사전 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부터가 진짜 경쟁이 시작되는 시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 온라인 유통 장악 위해 진격하는 네이버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지난해 거래액 규모로 각장 큰 회사는 네이버(20조9250억원)였다. 쿠팡(17조770억원)이나 이베이코리아(16조9770억원)를 앞섰다. 다만 네이버는 취약한 물류 시스템이 항상 문제였다. 네이버는 CJ그룹과 협업해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네이버와 CJ그룹은 지난 26일 6000억원 규모 주식을 교환하며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이라는 강력한 풀필먼트(포장·배송·재고 관리를 한 번에 처리해주는 시스템) 파트너를 얻게 됐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막대한 트래픽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쇼핑몰이 쿠팡만큼 빠르게 배송도 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네이버는 CJ와 협업으로 라이브 커머스 시장 장악도 노리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는 모바일 쇼핑 방송이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출연해 판촉 방송을 하고,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며 정보를 제공한다. 올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추정된다. 2023년엔 1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마·예능·음악 등 국내 가장 뛰어난 영상 콘텐츠 제작 집단인 CJ가 네이버에서 양질의 라방을 시작하면 파급력이 클 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 인적 쇄신으로 위기 넘으려는 롯데쇼핑

수십년 간 국내 유통 최강자로 불렸으나 최근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진 롯데쇼핑은 인사 혁신으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연말 임원 인사 시기를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앞당기면서 파격적인 인적 쇄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외부 인사 수혈도 마다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이 지난 14일 기획전략본부장(상무)으로 컨설팅 회사 출신 외부 인사인 정경운(48)씨를 영입한 건 체질 개선을 위한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는 백화점·e커머스·마트·슈퍼·롭스 등 5개 유통 사업부 경영 전략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이 업무를 롯데 출신이 아닌 인사에게 맡기면서 이례적으로 원포인트 발령까지 한 건 큰 변화를 예고하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상무급이긴 하지만 순혈주의가 강한 롯데 전통을 볼 때 조직을 새롭게 다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롯데쇼핑에 대대적인 인사 바람이 불어닥칠 거라는 건 지난 8월부터 예견됐다. 쇼핑 부문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98.5% 증발하는 등 최악의 위기를 맞은 직후 그룹 내 2인자로 불렸던 황각규 부회장마저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신동빈 회장이 지난 5월 일본에서 돌아온 뒤 DT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꾸준히 강조한 것과 맞물려 인사를 통해 조직을 완전히 개편해 나갈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체제로 가는 신세계

신세계그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 운영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15일 이마트 부문 임원 인사를 하면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를 SSG닷컴 대표이사에 겸직토록 했다. 신세계는 이 인사에 대해 "온라인 역량 강화 및 온·오프 시너지 창출과 조직 효율 제고 및 신성장 기반 구축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따로 운영돼 온 이마트와 SSG닷컴을 단일 의사결정 체제로 재편해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 연계를 더 매끄럽게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나타난 SSG닷컴의 빠른 성장세에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강력한 바잉 파워를 결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SSG닷컴의 지난해 거래액은 3조6000억원 규모다. 업계는 올해 SSG닷컴 거래액이 최소 40~50%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SSG닷컴은 12월부터 오픈 마켓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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