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이 ‘불황형 흑자’라고 난리들이다. 지난 해 우리 수출이 7.9% 감소하고 수입도 16.9%나 줄어들어 전체 무역규모도 5년 만에 처음으로 1조 달러에 못 미쳤다. 언론들이 이를 두고 우리 경제의 근간인 무역마저 무너져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 무역은 성장하고 있다. 통상 달러로 집계되는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해 달러 가치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지난 해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수출 물동량은 오히려 2%나 늘어났다. 물동량 기준으로 보면 우리 수출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타고 있다.

물동량 기준으로 가장 높은 성장

지난해 1~3분기 동안 우리나라는 수출물량이 전년에 비해 5.4% 늘었는데 비해 일본은 3.0% EU는 2.9% 미국은 -0.1% 중국은 -0.9%였다. 지난해 우리 수출액을 원화로 집계했다면 엄청나게 증가했을 것이다. 우리 수출이 지난 해 7.9% 감소했다지만 달러로 집계되는 세계 무역액 자체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아직 연간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해 상반기 통계를 보면 세계 무역규모 자체가 12%나 줄어들었다. 이는 세계적인 불경기 탓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달러 가치가 지난 1년 반 25%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 현상이다.

우리는 세계 평균에 비하면 월등 잘하고 있다. 이 통에 우리 수출이 지난 해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수출 6강으로 올라섰다. 5위의 네덜란드는 중계무역 비중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사실상의 수출 5강이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일본도 따라잡을 태세다.

중계무역국 네덜란드 빼면 사실상 5위

그럼에도 언론들이 무역규모 감소에 대해 걱정들이 많다. 특히 지난 해 우리 수입이 16.9%나 줄어들면서 무역흑자가 904억 달러로 늘어나 이를 두고 불황형 흑자라고 난리들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수입 상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배럴 당 120달러까지 했던 원유 가격이 지금은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해 우리 무역흑자는 재작년 무역흑자 472억 달러의 무려 두 배 가까이에 이른다. 그나마 지난 해 수입한 원유는 그 이전에 체결했던 가격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현물가 보다는 훨씬 비싸게 수입했지만 올해에는 더 싼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어 이제 무역흑자는 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경제는 심리다. 왜곡보도 문제 있다”

경제는 심리다. 마치 우리 무역이 기울어져 암울하다는 논지로 기사를 쓰면 안 된다. 국민의 사기를 그런 식으로 저하시키면 안 된다. 이를 걸러내지 못하는 데스크가 더 문제다. 오히려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점은 따로 있다. 무역흑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실상 내심으로는 좋아할 일이다. 그만큼 우리가 장사를 잘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역흑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 미국 등 선진국들로부터 원화가치 인상 압력이 상상 이상으로 거세질 것이다.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지금부터 원화가치 상승 곧 원고에 전략적으로 대비하여야 한다. 우리가 원고로 치닫게 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홍익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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