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는 의사에게, 주식투자는 투자자문사에게

김진명 장편소설 카지노는 진정한 프로 도박사와 카지노의 세계를 흥미 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등장인물 우학장은 학생들에게 도박을 가르치면서 혜기와 한혁을 뽑아내고, 그들은 강원랜드에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유 회장은 계획적인 도박판에 빠져 자살한 동생의 복수를 위해 전문 도박사로 성장한 혜기와 한혁을 스카우트하여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증권시장에서도 주식투자를 직접 투자하는 대신 혜기와 한혁과 같은 유능한 전문 투자자에게 위임 매매가 가능하다. 투자자문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또는 주식운용역이 해당 부서에서 직속상관으로부터 도제식 훈련을 받고 오랫동안 실무경험을 쌓은 후 확고한 수익모델을 정립한 상태에서 2명 이상의 인력으로 5억원의 납입 자본금으로 쉽게 설립이 가능하다. 2015년 9월말 기준 전업투자자문사는 170개사가 성업중이며 28조7000억원의 고객 자산을 운용중이다. 
투자자문사는 펀드와 달리 투자자의 계좌에서 매매가 이루어 짐에 따라 어떤 종목을 어느 시점에서 매수하고 매도하는 지를 HIS나 핸드폰 문자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카지노에서 전문도박사에게 환전해 주고 도박사가 게임하는 것을 바로 뒷편에서 지켜보는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펀드는 투자자가 중국이나 유럽 등 투자처를 정할 수 있고, 헬스케어나 원자재 등의 상품군도 정할 수 있는 등 다양하게 투자할 수 있지만 향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주식형의 경우 지수에 연동함에 따라 투자자가 하락 추세로 전환한 펀드를 매입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 
또한 펀드 운용자의 경우에도 해당 펀드 성격과 유사한 인덱스 수익률과 크게 차이가 없도록 운용하기 때문에 인덱스가 하락하고 있는데 펀드 수익률이 좋을리 만무하다. 1999년 증권붐을 타고 바이코리아 펀드의 인기가 높았지만 닷컴 버블로 인해 9개월만에 원금의 70%까지 손실을 야기했다. 2007년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가 설정될 때 연휴 귀경길의 기차표를 예약하는 사람들 마냥 출입구 밖까지 긴 줄을 이으며 기다리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그러나 2009년 중국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50% 이상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최근 수익구간으로 전환되었지만 연 3%의 보수는 그대로 투자자에게 손실로 남아 있다. 
또한 펀드는 3개월 이내에 해지하게 되면 높은 해지 수수료가 발생한다. 반면 대부분의 투자자문사는 별도로 해지수수료를 받지 않고, 지수가 하락할 경우 보유 주식의 50% 가까이를 현금화한다거나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저렴하게 매수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때문에 지수 하락기에도 수익을 내는 경우가 있다. 
투자자문사는 계약 방식에 따라 연 보수를 내고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 있고 연 보수 없이 수익이 발생하면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수익이 발생했을 때에만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좋아 보인다. 
물론 170개 전업 투자자문사가 모두 수익을 내지는 않는다. 현재 늪은 수익률을 내다가도 그 수익을 다 날리고 손실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성과가 좋다고 무턱대고 가입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업력을 확인하라 
첫째 업력이다. 고객 자산을 운용하기 시작한 지 3년은 되어야 한다. 식당을 하더라도 3년 정도 운영을 하다 보면 계속해야 말지 판단이 들어 서기 마련이다. 투자자문업의 경우 참을성이 없는 고객은 1개월동안 자금 운용을 맡기고 나서 업황이 어떻든지 간에 손실이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한다. 그 이유는 대개 투자자문업은 1억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데 10% 손실이 발생하면 벌써 1천만원의 손실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급여 생활자는 대부분 1억 이상의 현금이 없고 대개 은퇴하신 분들이 퇴직금 포함 1억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분들에게 1천만원의 손실은 엄청난 고통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의 실망 속에서도 3년동안 회사가 유지된다면 그것은 앞으로 수익을 내 줄 것이라는 희망을 보았거나 중간 중간 손실을 보더라도 결국은 계좌의 수익률이 우상향하기 때문일 것이다. 

MDD가 높으면 피해야 
둘째, MDD이다. MDD는 Maximum Draw Down의 약자인데 운용 수익률의 고점에서 저점의 최대폭을 말하는 것인데, 누적 수익률이 아무리 좋아도 MDD가 너무 높으면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을 맡기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1년 누적수익률이 100%가 되었는데 그 이후 1개월동안 30%의 손실이 발생하여 누적수익률이 70%가 되었다면 MDD는 30%인 것이다. 지수가 30%가 하락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 30%의 손실은 감당하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자금 유입이 수익이 한창 잘 나고 있을 때 유입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앞으로도 수익이 잘 날 것을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운용하자 마자 30%의 손실을 보면 괜히 투자했다는 생각이 나기 마련이며 손실을 확정하는 경우가 많다. MDD는 낮을수록 기대수익도 낮지만 높다고 해서 기대수익이 절대 높지 않다. 왜냐 하면 투자하자마자 원금 손실폭이 깊어 지면 투자금액 자체가 작아 짐에 따라 다시 수익률이 높아지더라도 평가수익은 높지 않기 때문에 원금 회복이 요연해 지기도 한다. 따라서 MDD가 10%내외이면 적정이라고 판단하며 상황이 좋아지면 손실을 만회하고 플러스 수익이 가능할 것이다. 

리스크 관리능력을 살펴보라 
셋째, 리스크관리 능력이다. 투자자문사에서 손실폭이 커지면 손실폭을 만회하기 위해 좀 더 리스크가 높은 종목에 투자하게 된다. 리스크는 수익이 높으면 손실도 높게 되는 양면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가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보는 것도 리스크관리 실패에 있다. 흔한 예로 한 종목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추가 매수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춘다. 주식의 생리란 상승하는 종목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으며 하락하는 종목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꾸준히 수익을 보던 투자자도 하락 종목에서 일명 ‘물타기’를 통해 추가매수하고 마지막에는 담보대출을 통해 반등하기를 기대하고 마지막으로 추가 매수하게 된다. 하지만 주가는 담보대출의 자동반대매매를 야기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하는 경우가 비일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투자자문사에서도 이러한 유혹이 많다. 
투자자문사의 인력풀을 보면 대표가 주식운용에 깊숙히 관여하는 경우가 많고 숙련한 애널리스트나 주식운용 경험이 있는 고액 주식 운용역이 주식 운용을 하기 때문에 과장급의 준법감시나 리스크관리 인력이 원칙에 위배되는 주식운용을 못하게 막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1995년 은행 황실의 자산을 관리할 정도의 품격 있는 베어링사가 싱가폴에서 딜링을 담당했던 닉리슨의 무모한 선물매매로 파산하였던 것을 기억하리라. 
결국 운용과 자금관리가 운용 담당자의 손에 좌지 우지 된다면 한 때 잘 나가더라도 시장의 급락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무모한 의사결정으로 과도한 손실을 야기 시킬 것이다. 따라서 대표와 같이 투자자문사의 지분 비중이 많은 인력이 주식운용보다 세일즈, 리스크관리와 같은 영역을 담당하여 주식운용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겠다. 리스크관리란 엄청난 기술력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나 주식운용자 독단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자들이 판단했을 때 ‘합리적이다’라고 판단하는 내부 운용 지침을 다수결에 의해 만들고 지침을 반드시 따르게끔 하는 회사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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