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사람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큰다

이번 원고의 제목은 구랍 19일자 동아일보 ‘동아광장’에 기고한 이화여대 사회학과 함인희 교수님의 ‘삶의 가치’라는 글에 나온 말이다. 
소나무를 키우고 가꾸는 것을 사람의 삶으로 연결하여 쓴 글인데 너무 인상깊어 이 제목으로 기업의 인적자원개발과 관리 분야에 시각을 맞춰 글을 써본다.
어쩌면 멋진 소나무를 키우고 가꾸는 것이나 기업이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것이나 그 원리는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대외 수출액이 무려 11개월째 줄어들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우리 상품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수출이 경제성장의 기간이 될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수출부진은 바로 우리 기업의 대외 경쟁력이 자꾸 낮아지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으로 들린다. 특히 우리 상품의 소비시장이라던 중국의 제품에도 경쟁력에서 떨어지고 있다니 더 걱정이다. 

인적자원은 우리기업의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기계나 설비의 투자 자본에서 부터 상품생산의 재료비, 상품 제조와 서비스의 양과 질, 급변하는 시대에 갈수록 더 강조되는 제품의 개선이나 신상품 개발 등에 이르기 까지…. 
개방적 글로벌경제시대에 우리 기업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여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물적자원 보다는 우수한 인적자원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변화와 창조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그것 역시 인적자원의 역량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적자원관리 변화를 모색할 때 
얼마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7%가 ‘항상 이직을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줬다. 
물론 ‘안정된 직장’, ‘경제적 안정’은 누구나 바라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이직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나 많은 직장인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리고 이직을 생각하면서 일하는데 과연 일에 대한 집중력이나 노동생산성이 올라갈까 걱정스럽다. 
어쩌면 우리 근로자들의 아주 낮은 노동생산성의 주요한 원인이 바로 이직을 생각하는 의식, 이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민족은 유독 평등에 집착한다. 
업무배분이나 평가에 공정성을 기하고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도록 경영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제 경제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 직장인들, 급여보다도 자신의 가치를 일과 직장을 통해 발휘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하도록 경영관리자들은 직장인들에게 단순한 일의 목표가 아니라 일의 가치나 비전을 심어주는데 그 어느 때보다 교육이나 대화 등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노동개혁은 인적자원개발과 활용이 핵심 
기업 CEO들이 내년도 기업경영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바로 ‘혁신압박’이라고 한다. 
혁신은 객체인 물적자원이 기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물적자원을 운용하는 인적자원의 자세와 역량강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잘 키운 반송이 몇 천 만원을 호가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은 소나무의 주인인 농부를 부러워하고 경쟁력 있는 농부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사실 소나무는 묘목을 가져다 땅에 심어놓는 것만으로는 절대 그 가치를 높일 수 없다. 
소나무를 키우고 가치를 높이는 것은 우선 농부가 항상 소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어린 손길로 봐주어야 한다. 
‘“소나무에 귀가 있다면 농부의 관심어린 발자국소리를 듣고 소나무가 자란다’는 뜻이 바로 이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진의이다. 
즉 웃자란 가지는 다듬어주고, 서로 충돌하는 가지는 정리해주어 통풍이 잘 되게 해주는 ‘전지’하는 활동이 나무를 키우고 관리해야 한다. 
소나무에 양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때맞춰 영양을 공급해주고 그것이 과하지 않고 고루 펴지도록 골라주는 것도 중요한 활동이다. 

나무 전지하듯 경영자는 인적자원에 관심 가져야 
마찬가지로 기업의 경영자는 근로자와 관리자 등 인적자원에게 항상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어야 한다. 
경영자는 근로자와 항상 대화하는 자세로 현장을 누비고 다녀야 한다. 
소나무에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해주듯 인적자원 중 능력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한다. 
특히 급변하는 지식과 기술에 맞춰서 인적자원이 제 역할을 수행할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부실하게 키만 크고 튼실하지 못한 가지를 다듬어주듯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근로일수만 채우는 근로자는 제 적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직무분석과 적성관리 및 보직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인적자원이 개개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단합되어 능력의 승수효과를 내도록 부서간 갈등이 있는 부문은 소통이 잘 되도록 대화채널과 갈등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생산혁신을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도록 시스템적 운용에도 경영관리 기법을 발휘해야 한다. 

저성과자 해고지침의 진정한 목적은? 
최근 저성과자의 해고문제가 노동개혁의 토픽이 되고 있다. 노동계는 벌써 무지막지하게 자의적으로 경영측이 근로자를 해고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 저성과자 해고지침을 만드는 정부는 물론 경영계가 이러한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소나무를 제대로 키워 멋지고 가치있게 자라도록 하는 것이 앞서 ‘전지’하는 자세라고 했는데, 이것을 단순히 가위를 가지고 소나무의 가지를 잘라내는 것으로 오해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골프공도 격려해 주면 멀리 날아간다’ 
이 글의 제목이 말하고 싶은 원리는 ‘나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말, ‘골프공을 손에 쥐고 따뜻하게 골프공에게 격려해주면 골프공이 정확하고 멀리 날아간다’는 프로의 이야기, 이런 것들이 바로 진실한 소나무 ‘전지’의 의미인 것이다. 
인적자원이 저성과를 내는 원인이 그 저성과자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닐 경우가 더 많다. 저성과자에게 관심을 보이고 애정어린 대화로 저성과의 진실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바로 소나무에게 발자국소리를 들려주는 농부의 자세이다. 
그리고 저성과자가 능력을 발휘하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우선 능력개발과 보직변경 등 관리를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관심과 애정에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에는 자꾸 처지는 소나무가지를 잘라주듯 저성과자 인사운용을 해주는 것이 바른 ‘전지’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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