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수 오비맥주 부회장의 기업가정신

최근 오비맥주 장인수 부회장과 보리굴비로 유명한 일식집 우도에서 12시에 만나 오후 3시까지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해 10월 23일 한국마케팅대상에서 나는 시상자로서 장 부회장은 수상자로 만나서 편하게 점심식사를 한번 하자고 한터였다.

인간개발연구원에서 주최하는 ‘지혜의 산책’ 아침조찬에서 행한 장 부회장의 강연CD를 듣고 너무 감명 받아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CD는 10번 이상 들었다. 내 관심은 73년도 대경상고를 졸업하고 중소제지업체에 3년간 경리로 근무하다가 80년 5월에 순수한 고졸로 진로에 입사하여 어떻게 1800명의 종업원, 국내최고의 맥주회사, 매출 1조5000억원, 시가총액 6조 이상 기업의 부사장,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이르게 된 비결이 무엇이냐는 점이었다. 
참고로 현재 오비맥주(카스)의 주인은 외국계 AB인베브라는 회사로써 2009년 5월 사모펀드인 KKR과 어피니티에 18억불(2조3000억)에 팔았다가 2014년 5월 다시 58억불 (6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거래로 KKR과 어피니티는 5년 만에 순차액만 3조9000억원 5년간 배당금 7000억원 등 약 4조6000억원의 차익을 챙겨 대박이 난 케이스이다. 

이러한 대박신화의 중심인물이 장 부회장이다. 
KKR은 2009년 인수하자마자 경쟁사인 진로하이트 계열사대표인 장 부회장을 스카우트하여 오비맥주의 영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앉히고 2012년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킨다. 
처음 홍콩에서 주주들로부터 사장 제의를 받았을 때 장 부회장은 거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주들은 한사코 고사하는 장 부회장 설득에 나섰다. 
5년간 장부회장은 2009년 43%에 불과한 만년 2등 오비맥주를 2년 뒤인 2011년에 50%가넘는 점유율로 1등을 15년 만에 탈환하고 2014년에는 무려 6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달성한다. 
그러면 이러한 신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장부회장은 우선 직원과의 소통과 사기진작에 온 힘을 쏟았다. 
일례로 2012년 사장 취임 후에 800명의 생산직 사원들을 30명단위로 모두 회식을 하며 건의를 듣고 소통해 약 400건의 건의를 해결하기도 했다. 
항상 소규모 밀착 접촉으로 전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장 부회장의 격의 없는 만남에 오비맥주는 그동안 한번도 노사분규가 없었다. 
노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2개의 노총이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노사분규가 없는 회사, 그 결과는 바로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노조 2개 있지만 노사분규 없는 회사 
매월 1일은 한달 간 장 부회장이 느낀 좋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형식적인 브리핑이나 보고를 배격하고 유통업계의 대명사인 전국영업점장회의는 5년 동안 한 번도 열지 않았다. 
항상 본인이 직접 달려가서 만났다. 두 번째로 영업은 ‘상대방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지 물건을 팔면 안된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행동했다. 자기 자신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맥주라는 표준적인 제품의 영업은 단순한 제품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고객사인 전국주류대리점 1400군데 사장의 마음을 뺏어서 감동 시켜야한다. 이러한 경우도 있었다. 지방 대리점사장들과 미팅에서 명함 교환 시에 한 분이 지갑을 잃어버려 명함을 못 준 경우가 생겼는데 그 즉시 비서실에 연락해 근사한 지갑을 구입하고 고속버스로 배달해 직원이 당일에 대리점 사장에게 전달한 일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식사시간에는 항상 상대방이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파악, 전국 지점을 통해 최고의 식품을 구해 선물했다고 한다. 진심이 묻어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은 품질에 대한 철학이다. 종래의 맥주회사는 실적위주로 영업이 이루어져 월말이 되면 밀어내기 실적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렇게 되니 대리점에는 재고가 쌓이고 실제로 소비자는 2~3개월 된 맥주를 마시게 되고 제 맛이 나지 않는다는 불평이 많았다. 

밀어내기 영업 관행 적폐 해소 품질 경영 
이러한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주주들과 담판해 일시적으로 매출이 줄더라도 일체의 밀어내기를 하지 않기로 해 4개월 만에 정상적인 판매체제를 갖추었다고 한다. 
수 십년 내려오던 영업 관행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이로 인해 로 소비자들은 출고된 지 평균 15일 된 맥주를 들게 되고 카스맥주의 맛이 달라졌다고 느낀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밀어내기를 하지 않게돼 실적부담과 수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 사기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소비자는 ‘신선한 맥주를 마실 권리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임원승진 시에 나타났다. 
1999년 2월 부장으로 승진한 뒤 10개월만에 80명의 동기 중 최초로 임원으로 승진해 서울영업본부장이 되었을 때 결심했다고 한다. 
부족한 나에게 이러한 행운은 앞으로 ‘나를 따르는 직원들과 거래선을 위하여 나를 내려놓고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라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 철학은 2003년 진로의 부도로 법정관리 상태 하에서 49명의 임원중에 단 5명만 살아남는데 포함됐다고 한다.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다 . 
그리고 대화중에 느낀 것이지만 태권도 6단의 거구에 영업의 달인이지만 모든 일에 아주 세심한 타입임을 알게 됐다. 
실제로 본인은 “직원들에게 소심할 정도로 세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뺏는 것은 오히려 세심한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연과 학연 없이 순수한 고졸 출신으로 사업에 성공한 사람은 나올 수 있지만 대기업의 수장까지 올라가 신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의 비결은 단순할 수 있다. 
‘자신을 내려놓고 직원들과 고객사만 생각했더니 위기의 순간에도 오히려 풀리더라’는 메시지이다. 
“리더십의 기본은 희생입니다. 자신을 먼저 희생하지 않고는 직원들이 따라오지 않습니다. 오비는 즐거움을 파는 회사에요. 슬플 때도 술을 마시고, 즐거울 때도 술을 마시고, 축하할 때도 술을 마시고, 위로할 때도 술을 마시니, 그야말로 사시사철 술을 마시는 셈이지요. 그렇게 즐거움을 파는 회사니까 더 좋은 술을 만들어야지요” 
내년 경제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을 갖고 우리 모두 뛰어보자.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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