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 2위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3일 회동을 갖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 파트너십을 공식화 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현장 점검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미래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힌 이후 첫 현장경영 행보의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재계 1, 2위 업체 수장들의 회동은 미래 신성장 사업 전기차 분야의 핵심인 차세대 배터리 기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기술 현황 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 자리에는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 삼성 측 전기차 배터리 관련 핵심 임원들과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상품담당 서보신 사장 등이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참석해 삼성SDI와 현대차 간의 큰틀에서의 파트너십을 논의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향후 전기차 배터리 관련 파트너십을 위한 첫 의미있는 공식적인 자리"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내년을 목표로 차세대 전기차배터리 제품 ‘젠5’ 본격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젠5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현재 양산전기차 20% 높은 수준인 600km 이상 성능을 자랑한다.또 올 3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1회 충전에 800km 주행, 1000회 이상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배터리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올들어 지난 1월 화성사업장 반도체연구소, 브라질 마나우스, 2월 EUV  V1라인, 3월 구미사업장, 아산 디스플레이 사업장, 삼성종합기술원 방문에 이어 7번째다. 특히 이번 현장경영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에서 '미래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힌 이후 첫 행보라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회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를 ‘한국판 뉴딜’을 이끌 신성장 산업 중 하나로 꼽으며 육성의지를 밝힌 거에 대해 재계가 즉각 화답하는 모습이라 더 의미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은 평소 형, 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친분이 있다"면서 "재계 1, 2위 총수가 청와대가 정책적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화답하고자 결의한 것으로 재계 1, 2위 기업으로서 모범이 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와 함께 미래차를 '3대 신성장 산업'으로 강력히 육성해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SDI의 경쟁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에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회동이여서 향후 현대차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소송을 낸 이후 두 회사는 소송을 주고받으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주요 인력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불거진 기술유출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LG화학이 제기한 산업 기술 침해 형사 소송 등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ITC는 올해 2월 예비결정을 통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지만, 올해 4월에는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기패소 결정을 번복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ITC 통계(1996~2019년)에 따르면 영업비밀 소송에서 조기패소 결정이 최종에서 뒤집어진 적은 없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측과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의 조건과 방식 등에서 이견차를 좁히지는 것이 관건으로 협상 단계에 돌입하지는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삼성과 현대차의 배터리 동맹이 결성될 가능성이 낮지만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두고 의미있었던 만남으로 평가된다"며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업체간 경쟁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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