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45.7원)보다 11.3원 오른 1257.0원에 거래를 출발했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 원화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영향이다. 정부의 추가 개입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제약될 수 있어도, 시장 불안심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1300원대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245.7원)보다 11.3원 오른 1257.0원에 출발했다. 이후 상승폭을 넓혀 1260원대를 돌파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미쳤던 2010년 5월25일(1277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달 들어서만 원화값은 64원 급락(환율 상승)했다. 코로나19에서 촉발된 경기침체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면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가 맥을 못추고 있다.

간밤 미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가 2만선이 붕괴되는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폭락했다. 18일(현지시간)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는 6.30% 하락해 2만선이 붕괴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18% 내렸다. 한 때 7% 넘게 하락해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나스닥 지수도 4.70% 하락해 7000선을 밑돌았다. 전날 증시 반등에도 장외 시장에서 주가지수 선물이 급락된게 장중 시장에 반영됐다.

전날 정부가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 확대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를 막아내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국내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기존 40%에서 50%로 늘리고, 외국환 은행 한도는 200%에서 250%로 확대키로 했다. 은행들의 외화자금 공급을 늘리기 위한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늘어나면서 외환스왑시장에서의 일시적인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데에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의 매각자금 환전 등을 위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기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주가 폭락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의 헤지 수요 등이 늘어난 점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번 조치가 외화자금시장에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급한 불'은 끌 수 있어도 약발이 얼마나 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원화 안정을 위해 근본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다소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달러 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는데다, 유가와 주가 등 주요 자산가격의 급등락이 이어지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128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초강세 흐름 속 환율 급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심리적 저항선인 1250원을 상회한 다음 저항선이 2010년 5월 고점인 1277원, 그 다음이 1300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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