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통제하는 반시장적 조치, 시행령 아닌 입법으로 논의해야"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주요경제관련법의 조속입법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경제계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11.06.

사외이사 임기를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17일 차관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게 된 데 대해 경영계가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놓고 "기업경영 내부장치인 사외이사와 주주총회에 대해서까지도 직접적으로 정치·사회적인 관여와 통제의 소지를 확대하는, 반시장적 정책의 상징적 조치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며 "경영계의 거듭된 우려가 묵살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경총은 "상장회사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 규제로,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외이사 임기 제한이 시행될 경우 당장 올해 주총에서 560개 이상의 기업들이 일시에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매우 엄격한 수준인 우리나라 결의요건(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하에서 적임자를 선임하지 못해 많은 기업들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짚었다.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도 지적했다. 상법에서는 사외이사 결격사유를 '사외이사로서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곤란하거나 상장회사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로 규정한다며 시행령보다는 입법적으로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는 판단이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을 매개로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기업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폭넓게 열어주는 조치로 기업의 경영권 방어능력을 무력화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경영권의 핵심적 사항인 이사 선·해임과 정관 변경 추진을 경영개입 범주에서 아예 제외해 법적 위임범위를 일탈하고 있다"며 "보고의무의 경우에도 일반투자자는 10일 약식보고로 완화하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기금에 대해서는 월별 약식보고로까지 대폭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요 상장사 지분을 대량보유할 여력이 사실상 국민연금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공시도 안 한 상태에서 지분변동을 외부공개 없이 마음대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자체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통해 국민연금이 기업의 이사 선·해임과 정관 변경 등을 보다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백지위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힐난했다.

경총은 "대내외 경제가 어렵고 기업의 투자 여건도 저하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업 기 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국가적으로 시급하지도 않은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는 보류하고, 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 현실을 감안하고, 또 경영계 의견을 수렴해 나가면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타이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