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시장에 내놓은 내마모강 WEAREX(웨어렉스) 열연제품 이미지.

취임 2년 차를 맞은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이 사업구조 재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자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경영 전략으로 '기업체질 강화를 통한 지속성장 동력 확보'를 내세웠다.

사업구조 최적화를 위해 경쟁력 있는 사업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기업체질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핵심사업과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안 사장은 지난 10일 열린 2020년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강관사업부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강관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자동차·조선·건설 등에 사용하는 주요 제품인 열연·냉연·후판·철근과 사업 연관성이 적고 수익성도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강관사업부는 설비 가동률이 다른 사업부에 비해 낮고 생산 실적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발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까지 강관 등 생산설비 가동률은 63.3%에 머물렀다. 냉연(108.8%), 후판(99.2%), 열연(89.1%), 봉형강(86.7%)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생산 실적도 2017년 163만8000t에서 2018년 162만4000t, 지난해 3분기 107만1000t로 매년 줄고 있다.

아직 매각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강관사업부를 자회사인 현대BNG스틸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현대BNG스틸은 스테인리스 강판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97%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손자인 정일선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철강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등 글로벌 판매 확대와 해외 네트워크,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본부 내 글로벌전략 TFT를 올해 신설했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는 현대자동차 출신을 새롭게 임원으로 임명했다. 장철홍 현대차 책임매니저를 현대제철 철강사업경쟁력강화 TFT장(상무)으로, 김익수 현대차 상무를 현대제철 품질사업부장으로 배치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자동차 소재 전문 제철소로 거듭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대제철이 사업 재편에 나서는 이유는 업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원료가격 급등과 주요 전방 수요산업인 건설산업 침체 등으로 이중고를 겪었다. 3분기에는 6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영업이익은 34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6% 줄었다. 4분기에도 수익성 악화로 당기순손실은 물론 영업적자를 낼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잇따른다.
 
현대제철 측은 "모든 사업의 수익성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다방면에서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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