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모빌리티가 최대 화두로 부상

지난 7일(현지시간)에 개막한 '국제가전박람회(CES) 2020'의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의 모습.

전 세계 최대 가전·IT쇼이자 새해 가장 먼저 혁신 기술 동향을 살필 수 있는 'CES 2020'이 막을 내렸다.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는 전 세계 161개국에서 4500여개사가 참가했고 총 18만명이 다녀갔다.

올해도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이동성)였다. 우선 지난해보다 진일보한 AI 기술력과 구체화된 사용성으로 바뀌어 나가는 일상이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항공사가 AI 로봇을 들고 나온다거나, 완성차 제조사 외에 가전·IT 업체들이 모빌리티 역량을 뽐내는 등 산업 간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점도 주목됐다.

◇삼성 '볼리', 현대차 '플라잉카'…관람객 이목 모아

국내 기업들은 AI와 모빌리티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도 앞서 나가는 기술과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데구르르 굴러다니는 지능형 로봇 '볼리',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대신 전시한 개인용 비행체 'S-A1'은 CES 기간 내내 많은 방문객들의 구경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능형 로봇 '볼리'을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이 아니라 사용자 명령을 인식하고 집안의 모든 사물인터넷 기기를 연결하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회사는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로 규정하며 볼리는 신기술로 바뀌는 일상과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는 단례라고 설명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의 부스에서는 자동차를 볼 수 없었다. 대신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보여줄 개인용 비행체 'S-A1'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현대차는 지상에 이어 하늘에도 길을 내겠다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내세웠다. 'S-A1'은 실제 비행 되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바닥으로부터 2.2m 위로 설치됐으며, 프로펠러가 구동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중국은 올해도 국내 기업을 따라한 컨셉의 제품을 수두룩하게 선보였다. TV나 냉장고 등 전통 가전뿐 아니라 의류관리기, 세로형 TV 등 '신가전'까지 모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올해 CES에) 같은 제품이 너무 많이 전시돼 있다고 느꼈다"라며 "기술적 차별화를 빠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미래 모습 엿봤다…친구에서 비서로

올해 CES에서는 AI가 비서 역할을 넘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고 교감하는 '친구'에 가까워질 미래가 제시됐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어디서든 내집처럼(Anywhere is home)'을 주제로 부스 내에 LG 씽큐 존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이 집 안에서 누리는 AI 솔루션을 경험하거나 이동수단에서도 AI 경험을 해볼 수 있게 했다.

LG전자 측은 "인공지능 LG 씽큐는 쓰면 쓸수록 고객의 사용 패턴에 맞춰 진화한다"고 강조했다. AI를 통해 기기의 개인화와 맞춤화를 발전시킬 수 있단 얘기다.

AI가 비서를 넘어 일상의 동반자가 되는 미래도 제시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에서 부르면 졸졸 따라오는 공 모양의 지능형 로봇 '볼리'를 공개했다.

특히, 소개 영상 속에서 볼리는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 상황을 인식하고 집안의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신호를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볼리가 '설거지봇' 같은 협동 로봇처럼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IoT 기기와 연결되며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기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서'가 아닌 '친구'가 될 '인공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 산하 연구소 '스타랩(STAR Lab)'은 인공 인간 '네온'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인종, 성별, 복장을 한 실제 사람 모습의 인공 인간이 디스플레이 화면에 띄워진 모습만 볼 수 있었다.

인공 인간과의 대화는 부스 관계자의 시연 시간 외에는 불가능했다. 다만 스타랩 측은 향후에는 여러 나라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감정 표현도 할 줄 아는 인공 인간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AI가 발전하며 인간의 감정까지 읽는 미래가 올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박일평 LG전자 CTO는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AI 발전 단계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최종단계 '탐구'에 도달한 AI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며 더 나은 방안을 내놓는다.

가령, PT 발표를 앞두고 긴장한 사용자에게 "오늘 발표로 긴장하고 있구나. 교수와 짧은 통화를 해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하는 식이다.

한편, 전체 AI 기술력 분야에서 국내 주요 ICT(정보통신시술) 기업들이 협력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 분야에서 초협력을 하고 있다"라고 위기감을 드러내며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비롯해 국내 ICT 기업들의 AI 연합군 형성 가능성이 주목된다.

국내 ICT 기업들의 경계 1호인 구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CES에서도 야외에 대형 부스를 차렸다. 구글 부스 외에도 수많은 부스에서 구글 어시스턴트 혹은 아마존 알렉사와 연동되는 기기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AI 활용이 두드러지 않았던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혁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CES에서는 항공사 최초로 델타항공이 다양한 AI 기반 혁신을 제시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델타항공은 항공기 위치부터 승무원 규정과 공항 상황 등 수백만 건의 운항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플랫폼을 소개했다.

향후 공항에서 사용될 수 있는 AI 웨어러블 로봇도 선보였다. 현지 스타트업이 개발한 이 로봇을 입으면 90kg의 짐도 한 손으로 들 수 있다고 한다.

◇너도 나도 모빌리티 뛰어들어

이번 CES에서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 뿐만 아니라 주요 IT기업들도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공개했다. IT기업들의 경쟁 영역이 모빌리티 산업까지 확장된 셈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콕핏'을 선보이고 협력 소식을 전했다. SK도 계열사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 기간 중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적용한 TCU(차량 통신 장비)를 BMW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Luxoft)와가 차세대 자동차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한 조인트벤처(JV)를 설립키로 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전장기업 파이오니아 스마트 센싱 이노베이션즈(PSSI)와 차세대 단일 광자 라이다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번 CES서 가장 화제를 몰았던 부스는 단연 소니의 부스였다. 소니는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내친 김에 컨셉차까지 공개했다. 소니는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위해 프로토타입 전기차 '비전-S(Vision-S)'를 선보였다.

비전-S는 소니의 강점 중 하나인 이미지센싱 기술 활용한 자율주행 기능이 돋보였다.

비전-S는 CMOS 이미지센서와 ToF 센서를 포함해 차량에 탑재된 총 33개 센서를 통해 차량 내·외부에 있는 사람 및 사물을 감지하고 인식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AI 강자 구글과 아마존도 모빌리티 역량을 강조했다.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내장된 BMW, 볼보 차량을 선보였고, 아마존은 CES 기간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등에 알렉사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인텔은 자율주행 택시 자회사 모빌아이를 내세워 자율주행 장면을, 퀄컴은 자율주행차를 지원하는 완성형 시스템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각각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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