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조성진 부회장(왼쪽)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사진: LG전자 제공)

한국의 가전을 세계 최정상에 우뚝 올려 놓아 ‘가전신화(家電神話)’라고도 불리는 조성진(63) LG전자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이 은퇴한다.

LG그룹은 28일 LG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56)이 CEO를 맡으면서 조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로 1년가량 남은 상황이지만, 후배들의 길을 터준다는 차원에서 사임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1976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만 4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을 LG전자에서 보냈다. 고졸 출신으로 실력 하나로 CEO까지 올라 '고졸 신화',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불린다.

그는 28일 자신의 은퇴에 대해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다닌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은퇴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새 CEO인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세계 1위…‘新가전’ 이끈 가전장인
 
조성진 부회장은 충남 대천 출신으로 가업인 도자기 제조업을 맡으라는 부친의 권유에도 용산공고 기계과에 진학, 졸업 후 1976년 9월 금성사(LG전자 전신)에 입사해 43년여 동안 LG전자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세탁기 전기설계실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후 세탁기 설계실장과 연구실장, 세탁기사업부장을 거치며 세탁기 한 분야에 집중해, '세탁기 장인'으로도 통한다.

조 부회장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된 시절이었지만 그는 세탁기가 반드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에 매진하며 확신을 현실로 이끌었다.

2005년 LG전자 세탁기사업부장, 2013년 LG전자 HA(가전) 사업본부장(사장)에 올랐다. 2016년 말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2017년 LG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가전사업뿐 아니라 TV와 스마트폰 등 사업 전반을 책임져왔다.

그는 부회장 취임 후 세탁기와 냉장고 등 기존 가전 뿐만 아니라 의류건조기·스타일러·공기청정기 등 신가전 3인방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LG전자 가전을 글로벌 브랜드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부회장은 "가전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세상에 없던 제품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동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용 헤드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오스트리아의 ZKW 인수했다. 또 2013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올레드 TV에 집중하며 TV사업의 수익구조를 한층 강화했다.

조 부회장은 로봇,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위한 선제적 투자와 역량강화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미래사업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해 로봇사업센터와 같은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해외에 인공지능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미래사업을 위한 역량 강화에 힘썼다. 국내외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인재들과 직접 만나며 인재 영입을 직접 챙겼다.
 
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전략적 협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며 미래사업의 성장 모멘텀을 빠르게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 부회장의 노력으로 LG전자 H&A사업본부는 4년 연속 매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 부회장의 취임 후 LG전자는 외형과 수익성에서 크게 성장했다. 연결기준 LG전자의 2017년 매출은 61조3960억원, 영업이익 2조4680억원이었으며, 이어 2018년에도 매출 61조3410억 원, 영업이익 2조7030억원을 기록했다. 조 부회장 취임 직전인 2016년에는 매출 55조3670억원, 영업이익 1조3370억원이었다.

다만 스마트폰 사업(MC사업) 부진은 계속되고 있어 조 부회장의 미완의 과제로 남게됐다. 조 부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경기도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LG 하이퐁 캠퍼스’로 이전하는 용단을 내렸지만, 스마트폰 사업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LG전자 MC사업의 영업손실은 2016년 1조2180억원이었나, 2017년 7360억원, 2018년 7900억원을 기록했다. 조 부회장의 취임 전후로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폭은 다소 줄었지만, 흑자 전환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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