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및 비서 성폭행,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출처=MBC뉴스 화면)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23일 귀국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DB그룹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핵심 계열사인 DB손해보험 지분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김 전 회장이 그룹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DB그룹 측은 이날 김 전 회장의 귀국 및 체포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전했지만 당혹스런 기색은 역력했다.

지난 1969년 김 전 회장이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통해 건설업으로 시작한 DB그룹은 제조, 서비스, 금융의 3대 분야로 사업다각화를 진행했고, 현재 그룹 핵심 계열사는 DB손해보험이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DB손해보험의 김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3분의 2를 넘는다. 또 김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김 부사장이 DB손해보험 지분 8.30%를, 김 전 회장이 지분 6.6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미 자산 승계는 상당부분 이뤄졌다. 

또 DB그룹은 김 전 회장의 이름을 딴 'DB김준기문화재단'을 통해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혐의가 유죄로 결론 날 경우, 재단 이름의 변경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DB김준기문화재단 또한 DB손해보험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이날 새벽 뉴욕에서 귀국 즉시 인천공항에서 체포돼 경찰에 이송됐다. 김 전 회장의 귀국은 지난 2017년 7월 미국으로 출국한 지 2년3개월 만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가사도우미였던 A씨로부터 지난해 1월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1년여간 별장에서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소 당시 김 전 회장이 이미 미국으로 떠난 상태여서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났는데, 출국 후 약 두 달 뒤 비서 상습 추행 혐의가 불거졌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앞서 경찰은 김 전 회장을 귀국토록 하기 위해 여권 무효화 및 인터폴 적색수배 등의 조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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