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2011년 4월28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뚜시 진장 호텔에서 쓰촨성 최대 상용차 업체인 쓰촨난쥔기차유한공사(난쥔기차)와 '쓰촨현대기차유한공사'(쓰촨현대)와 합자계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리쟈(李佳) 쯔양시 서기, 정몽구 회장, 리총시(李崇喜) 쓰촨성 상무부서기, 류우익 주중 대사, 황시아오샹(黄小祥) 쓰촨성 부성장.(자료사진).

중국당국이 현대자동차에 이례적으로 '쓰촨현대'의 지분 100% 매입을 제안,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현대차에 현지 법인인 쓰촨현대의 지분을 100% 매입하라고 제안했다.

중국은 해외기업이 현지에 진출하려면 중국회사와 합작형태를 취하도록 해왔다. 특히 외국 기업은 합작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법인에 대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의사결정에 제한을 받아왔다.

쓰촨현대는 2012년 8월 현대차가 쓰촨난쥔자동차와 지분을 50대 50으로 나눠 설립한 합작 회사다. 버스·트럭 등 대형 차량을 만들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약 70만대 수준이다. 쓰촨난진은 재무 등 일반경영을, 현대차는 생산·판매를 담당하는 식으로 운영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사드사태 이후 현대차그룹이 중국에서 고전하면서 쓰촨현대는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쓰촨현대 판매량은 2015년 3만7842대, 2016년 3만8560대였지만 지난해 1만2228대로 판매량이 급감했고, 올해 1~9월에는 2546대를 판매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신랑재경채널에 따르면 지난 8월 지분 조정을 통해 쓰촨현대의 대주주는 기존의 난쥔자동차 그룹에서 계열사인 쓰촨 루이위부동산으로 변경됐으며, 루이위부동산은 자산 투자 방식을 통해 지분 비율을 67.27%까지 높였다. 현대차 지분은 32.72%로 줄어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이례적으로 현대차에 지분 100%를 허용한 배경이 국내 기업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드사태 이후 중국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롯데가 중국에서 철수한데 이어 삼성전자가 중국내 휴대폰 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베이징현대의 매출액이 2016년 20조1287억원에서 지난해 11조438억원으로, 동풍열달기아의 매출액이 2016년 9조7996억원에서 지난해 4조6481억원으로 감소하면서 올해 초 베이징현대 1공장에 이어 둥풍위에다기아 1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강도높은 중국사업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업계는 중국 정부의 이번 제안을 중국사업을 철수·축소하고 있는 한국기업에 대한 유화책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해외기업의 유출을 막고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기업에 잇따른 화해의 제스쳐를 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리커창 총리가 최근 삼성전자 산시공장을 방문하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삼성에 우호적인 기사를 1면에 배치하는 등 우호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정부가 외국자본 비율제한을 없애고 있는 것도 이번 제안의 배경이다. 미국의 개방압력이 강해지면서 중국은 지난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최초로 지분 100%를 허용했으며, 내년부터 상용차부문 외국기업 지분제한을 풀기로 했다. 승용부분의 경우 2022년까지 완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쓰촨현대의 경영상황이 워낙 좋지않은 만큼 일각에서는 중국당국이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현대차에 떠넘기려하는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다만 현대차가 쓰촨현대를 100% 자회사로 운영할 수 있게 되면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 기술유출 우려 해소 등이 기대된다. 특히 수소전기트럭 등 수소상용차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쓰촨성은 수소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인 지역으로, 수소에너지 중합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지분 매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왔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승용부문의 몸집을 줄이는 대신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에 내년까지 2000억원 이상을 투자, 수소차전진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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